이번 주에 깜짝 추위가 또 왔습니다. 아마 봄이 오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엔 날씨가 풀려 활동하기가 좋았습니다. 저는 친구 영숙이와 '하나 여성회'를 찾았습니다. 하나여성회는 탈북 여성들의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의 탈북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최근에 발족한 탈북 여성들의 단체입니다.
'하나 여성회'에서는 요즘 우리 탈북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현대차나 기아차 핸들에 가죽을 감는 일거리를 따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로 3가 역 근처에 있는 북한음식문화연구소에 그 견본이 있다고 해서 저는 친구 영숙이와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견본을 보니 그리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탈북 여성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감이었습니다.
지금은 개성공단에서 북한 사람들이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당장은 작업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집집마다 가내 부업 식으로 하기로 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 더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보고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의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주변에 일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업 식으로는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누군가를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노력하고 있는 제 모습이 마냥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저는 친구 영숙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봉역에 내려 장어구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장어구이라 둘이 먹기에는 조금 서운해서 전화로 강서에 있는 선희도 불렀고 양천에 살고 있는 희순이도 불렀습니다. 이렇게 모인 우리 5명은 장어구이도 맛있게 먹고,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우리는 헤어지기가 섭섭해서 술도 있고 춤도 즐길 수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어디에 좋은 곳이 있는지 몰라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가 안내해 준 9호선 등촌역 근처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으로 갔습니다.
제가 남한에 와서 두 번째로 가보는 나이트클럽이었습니다. 전에 가본 곳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며 앉아서 얘기를 하거나, 무대로 나가 춤을 추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자유롭고 떠들썩한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일행도 기본으로 맥주를 시켰지만, 친구들은 술은 마시지 않고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 틈에 끼어 흥겹게 춤을 췄습니다. 저는 앉아서 친구들을 한참동안 바라보면서 남한에 와서 완전히 달라진 탈북 여성의 운명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북한에서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우리 북한 여성들의 이런 모습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꿈만 같았습니다.
남한에 와서 즐거운 일이 있을 때면 저는 습관처럼 북한에서 살던 때를 떠올립니다. 그 날도 배고프고 힘들었던 지난 시절이 떠올라 서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즐겁게 춤을 추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나 뿐 만이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지난 시절 가슴 아픈 상처들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다 감정이 복받쳐 눈물까지 났습니다. 한참 춤을 추고 있던 친구 선희가 그런 제 모습이 청승맞아 보였는지 다가와 제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저도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10년은 더 젊어진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해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젊음이 참 부럽고, 좀더 일찍 남한에 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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