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추웠던 북한의 겨울
2006.12.18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해 저는 요즈음 아이들과 저녁이면 싱갱이를 한답니다. 저녁에 퇴근하여 집으로 저보다 먼저 퇴근한 아이들이 춥다고 난방을 켜놓는 답니다. 저는 아직 춥지 않은데 난방을 켰다고 하고, 아이들은 춥다고 난방을 켜야 된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이 되면 저는 난방을 죽이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제일 추운 1월과 2월만 난방을 돌리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별것 아닌 것 가지고 저녁이면 꼭 싱갱이를 한답니다. 이러는 저를 보고 친구들은 너희 엄마는 말할 수 없는 구두쇠 같다고 하며 놀리기도 한답니다.
저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난날의 북한에서의 추억을 다 잊지 않았는가 하고 말입니다. 12월의 평양 날씨는 여기 서울보다 2-3도 낮아 춥습니다. 그런데 평양에서는 석탄 공급을 해주지 않아 하루는 너무 추워 밥상을 다 쪼개 땐 적이 있었습니다. 규정에는 한 가정에 아궁 수에 따라 한 아궁에 구멍탄 70덩이씩 공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가정에 보통 70덩이는 공급을 받아야 되지요.
그것도 공급이 되지 않아 냉방에서 사는 것은 보통입니다. 평양시의 아파트 생활은 더하지요. 그래도 단층집은 아무 것이라도 조금씩은 땔 수 있으나 아파트는 말이 중앙난방이지 온수 한번 보내 준 적이 아마 까마득합니다. 저희도 아파트에서 살다가 겨울이면 얼어 죽을까 걱정이 되어 단층집으로 바꾸었었습니다.
단층에 내려오니 그나마 물 길어 먹기도 헐하고 석탄을 때든 나무를 때든 조금은 괜찮은 듯 하였습니다. 1996년도의 겨울에는 정말 땔 것이 없어 가정의 재산인 단수를 다 자개여 땠던 적이 있고 그해 겨울은 비닐 방막을 이불 위에 깔고 잤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지금의 행복한 생활이 지속되면 될 수록 자꾸 지나간 추억이 되살아 나 모든 것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저도 모르게 튀어나곤 하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잔소리 하듯 합니다. 저의 집은 8층입니다. 아랫 집에서 난방을 켜고 웃 집에서 난방을 켜기 때문에 우리는 중간 집이 되어 춥지 않고 얼어 죽을 염려는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마는 짠돌이도 이만 저만한 짠돌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가정은 너무 행복에 겨워 행복의 싱갱이를 한답니다.
저녁에 회사에서 퇴근하여 집에 들어오면 말 친구가 없습니다. 하여 저는 이런 이야기로 아이들과 시비를 건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서로 각기 자기 방으로 들어가니까요. 그래도 겨울엔 이렇게 말벗이 되어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고도 해야지요. 때문에 아이들은 항상 말합니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한두 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우리는 너무도 멀게, 힘들게, 죽을 고생을 하며 왔지만 너무도 잘 왔다고 말입니다. 이것이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우리의 운명이라고 말입니다.
저는 항상 길을 걸을 때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고맙다고 합니다. 지금도 밖에는 바람이 쌩쌩 마치도 얼어 죽을 놈 나오라 듯이 춥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름 잠옷을 입고 있답니다. 평양에서는 겨울에 여름 잠옷을 입고 있다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너무 추워 가정의 이불이란 이불을 모두 덮고 자도 잠이 안 오며,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허리가 아파 잘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추억이 먼 옛 이야기처럼 가물가물 해 질 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지금의 생활과 비교해 보면 너무도 비교 할 수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때로는 감당이 안 될 때도 있답니다. 이렇게 저는 아이들과 행복의 싱갱이를 하곤 한답니다. 매일 제가 집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이길 힘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엄마인 제가 매일매일 져주면서도 아이들과 사랑의 싸움, 행복의 싸움을 할 때가 좋은 시절이고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오래지 않아 시집가고 장가가면 언제 이 엄마하고 사랑의 싸움, 행복의 싸움을 할 수가 있을까요. 큰 딸을 시집보내고 보니 1년에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시집가고 장가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사랑 싸움, 행복 싸움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너무 행복 합니다.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습니다.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오늘도 땔 걱정, 먹을 걱정, 입을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있을 고향의 여인들을 그려보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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