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애: 컴퓨터에 대한 생각

제가 남한에온지 만3년이 되어옵니다. 맵짠 강추위도 어느덧 물러가고 대동강 얼음이 풀리는 따스한 봄날이 다가옴에 따라 저는 저녁 운동 겸 자주 걸어서 퇴근하는데 오래지 않아 아름다워질 서울을 그려 보며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3년 동안 내가 남한에 와서 어느 정도 열심히 살았는가 하는 등 말입니다.

그러면 지난 생활의 추억들에 대해 때로는 혼자 길거리에서 소리 내여 웃기도 한답니다. 항상 저의 얼굴에는 행복의 웃음이 어려 있어 늙지 않고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동료들도 절 보면 처음 남한에 올 때보다 자꾸 자꾸 젊어진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저녁에 집에 가서는 ‘정말인가?’ 하고 한참 거울부터 들여다 보다가야 밥을 짓 습니다.

늘그막에 늙은 공주병에 걸리지 않았는가하여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될 때도 없지 않아 있어 웃곤 합니다. 왜 안 그러겠어요. 항상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한 영예와 긍지감 자신감을 가지고 근심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남한에 와 제가 하는 일이란 북한에서처럼 남의 미움을 받으며 남의 집 문이나 두드리며 땀을 뻘뻘 흘리며 육체적으로 힘들게 고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상머리에 앉아 컴퓨터로 타자를 치며 그것으로 하는 일입니다. 여기 남한은 모든 일을 기계로 컴퓨터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 경리과 통계원들도 심지어 병원 의사들의 수술도 다 컴퓨터로 하고 있습니다.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 나이 컴퓨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희한한 일인지 저는 늘 하루 일을 끝내고 퇴근길에 오르면 긍지와 자신감으로 가슴 뿌듯한 감을 느끼곤 합니다.

북한에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입니다. 혹 타자수란 말은 들어 보았거든요. 뭐 이를 테면 중앙당 타자수가 있다든가 이런 말은 들어 보았지만 컴퓨터란 말은 전혀 새로운 단어입니다. 하기에 저는 컴퓨터를 배우며 새로운 단어를 기억하느라 무진 애를 썼어요. 지금도 때로는 뭐가 무슨 뜻인지 알딸딸한 게 잘 모르는 것이 많아 젊은 사람들에게 시끄러울 정도로 자꾸 물으며 일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남한의 젊은이들은 차근차근 알아듣기 쉽게 알려준답니다.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오기위해 제3국에서 묻게 되었는데 그때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기에 저는 그 말뜻을 잘 몰랐습니다. 또한 남한에 처음 도착하여 하나원에서 남한 사회에 대한 교육을 받는데 컴퓨터를 배우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제 나이에 무슨 컴퓨터를 배우는가 하면서 열심히 배우지 않았습니다. 웬 걸 저는 그때의 남한을 잘못 이해한 실수로 지금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하여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한은 컴퓨터를 몰라가지고는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으며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컴퓨터학원을 3개월 졸업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우리 탈북자들에게 이런 기술을 수당까지 주면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나이든 것이 서운한 생각만 듭니다. 한 40만 되었어도 무한정 기술을 배우고 싶으며 많은 일을 하고 싶으며 하늘의 별도 따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여 지금은 비록 독수리 타자이지만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채팅이면. 채팅 그림이면 그림, 꽤 임이면 꽤 임, 인터넷이면 인터넷, 글이면 글, 아무거나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여 열심히 남들 못지않게 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처럼 펜으로 글을 쓰는 일이 드뭅니다.

모두다 컴퓨터에 입력을 하며 필요할 때마다 푸린 터로 다시 뽑아 쓸 수 있으며 회의 보고 내용도 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써서 푸린 터로 뽑아 쓰는 것이며. 어쨌든 펜 쓸 일이 전혀 없습니다. 날마다 이런 꽃피는 생활 즐거운 생활을 하며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으며 자기 자신이하는 일에 대해 만족만을 누리고 있으며 성실하고 열심히 살기만 하면 무엇이든 다 가질 수 있으니 즐겁고 행복한 웃음이 남모르게 저절로 납니다. 이렇게 행복함 밖에 모르는 생활을 하면 할수록 더 더욱 고향의 형제들 친척 주민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