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 인터넷에 실린 북한에 대한 기사를 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인민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흰쌀밥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고 김정일이 말했다고 평양 노동신문이 전했다는 기사였습니다.
남한 사람들 중에 가끔 별미로 먹고 있는 옥수수밥과는 전혀 다른 강냉이밥에 대해서 제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냉이밥이란 말 그대로 밭에서 딴 강냉이 알을 껍데기도 벗기지 않고 강냉이 눈도 따지 않고 그냥 맷돌에 갈아낸 것을 말합니다.
얼마 전에도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의 유훈인 '흰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인민들이 누리게 해 주지 못했다며 한탄했다는 뉴스도 보았습니다.
60년 전, 김일성 주석은 경공업일군 회의에서, 그리고 1992년 신년사에서 의식주 문제를 해결을 위한 농업과 경공업 부분에 우리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에 이밥을 먹게 하는 것이 소원이며 염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그 신년사 이후에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에 들어갔고, 수백만 명의 인민들이 배고픔에 시달리다 굶어 죽고 얼어 죽고 감옥에서 구타당해서 죽었습니다. 또 수많은 인민들이 생계 때문에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어갔고, 중국을 비롯한 제 3국에서 여기 팔리고 저기 팔리면서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북한 인민들이 두만강 차디찬 물에 뛰어들고 있는 게 북한의 현실입니다. 북한에 남아있는 주민들은 강냉이밥은 그나마 고급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강냉이밥이라도 배불리 먹어 보는 게 소원입니다. 하루 세끼 강냉이 죽도 먹을 수가 없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배고픔 보다 서러움은 없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북한의 우리 형제분들은 너무도 잘 알 것입니다. 저도 역시 북한에 있을 때 배고픈 서러움을 겪어 보았습니다. 강냉이로 배급을 주는데 배급량을 한 달이면 한 달, 보름이면 보름치를 다 주지 않기 때문에 공급되는 식량으로는 하루 한 끼 강냉이밥을 먹기가 힘들었고 하루 세끼 강냉이 죽도 먹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살던 마을에서도 36세대 중 30세대가 강냉이 죽을, 그것도 하루 두 끼 겨우 먹었습니다. 아침, 저녁이면 온 마을이 강냉이 냄새로 가득했었습니다.
제가 탈북해 중국에서 살 때 크게 놀란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강냉이를 돼지나 소, 닭과 오리들에게 먹이는 것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강냉이 가루에 콩가루까지 섞어 돼지죽을 쑤면서 멍하니 고향의 주민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쌀이 부족한 줄 모르는 남한 사람들은 평상시엔 옥수수를 먹을 일이 없습니다. 가끔씩 별미로 또는 건강식품으로 찰옥수수나 가공된 옥수수 식품을 먹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해마다 쌀 소비가 줄어서 쌀이 남아돈다고 하는데, 올해 북한의 식량은 몇 달 치가 모자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북한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 준비를 안 하면 됩니다. 전쟁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인민생활에 돌리면 우리 고향 사람들도 흰 쌀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며 비단 옷을 입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에도 김정일은 핵 실험, 미사일 발사로 하늘과 바다에 수 억 달러를 날려 보냈다고 합니다. 이 돈으로 외국에서 식량과 고기와 비단을 사다 인민생활에 풀었다면 우리 북한 인민들이 지금과 같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화폐개혁 이후 혼란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1월 중순부터 말까지 외화 환율은 1대 240에서 1대 1500으로 급등하고 이에 따라 모든 물가가 급상승하여 시장의 쌀 가격이 1kg당 250원에서 1400원에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당국의 화폐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흰 입쌀도 사람들에게 좋다는 것으로 골라가며 먹을 수 있고 과일이며 고기, 생선도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 먹고 쌀도 남아돌아 처치를 못할 정도입니다. 반면에 강냉이 밥이나 강냉이 죽도 없어서 배불리 먹을 수 없는 북한을 생각하면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오늘도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고향의 주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근심 걱정 없이 살게 될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하면서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