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애: 해외여행에 대한 단상

어제 저녁 일본에 가 있는 딸과 전화하면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젊어서 남한에 왔으면 하고 말이 예요. 중국으로 탈북 하던 그 나이에만 남한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한 땅 좋은 세상에 와서 세월이 흐를수록 더 좋은 행복과 기쁨이 생길 때 마다 욕심은 끝없이 커지는 것이 어쩔 수 가 없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언제나 비행기를 타 볼 수 있을까, 언제나 외국에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며 꿈을 꾼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 남한에 와서 비행기 여행의 꿈을 이루게 되었으니 인생을 180도로 바꾼 셈이지요. 그러니 그 행복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 7월 처음 미국 비행길에 오르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16시간이나 되는 오랜 시간을 어떻게 비행기를 타고 갈지, 혹시 비행기 안에서 멀미 때문에 고생은 안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북한서 어렸을 때 ‘세상에서 제일 크고, 제일 나쁜 원수’라고 배웠던 미국을 두 번이나 갔다 오면서 많은 걸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제가 본 미국은 생각했던 그런 나라가 아니라 인간애와 사랑을 가지고 그 사랑을 주고받으며 감정도 우리와 꼭 같으며 우리의 자그마한 가슴 아픔을 처음부터 다 듣고 가슴이 아파 눈물도 함께 흘리며 마음의 의사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인권의 자유가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북한 같으면 상상이나 하겠어요. 중앙당 간부들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으며 우리처럼 평범한 주민들은 생각조차 할 수없는 외국여행, 그것도 일본이나 미국은 더 더욱 상상도 할 수 없지요. 여기 남한은 마음대로 살고 싶은 고장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살수가 있으며 아무 곳이든 자가용을 가지고 왕래를 할 수가 있습니다.

또 남한은 물론 외국 어느 나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비행기 여행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국민은 없을 듯합니다. 또한 이렇게 자기 하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도 다 표현 하며 살수가 있으니, 이것이 언론의 자유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생존의 자유를 가지고 자기 생존의 권리를 가지고 표현하며 살 수 있는 긍지와 자랑을 안고 사는 자유를 찾았으니 저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자랑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올해에는 중국의 명승지를 관광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면 중국에 오래 체류했다고 하지만 숨어 사느라 아름다운 곳 이 많아도 마음대로 살고 있었던 마을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제 나이 쉰을 막 넘어선 저에게는 이렇게 기쁨과 행복만이 자꾸자꾸 차례지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미국에 갔다 오면서 애들에게 선물도 주었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외국에 갔다 오면서도 자식들에게 선물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천국과도 같은 저의 남한 생활에 대해 고향인 북녘의 형제들에게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으며 그들도 이런 행복 속에 함께 있을 날을 간절히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