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은 절기상 '대한'이었습니다.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20일이 지났습니다. 올 겨울 서울엔 눈폭탄이라고 말할 정도의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내 고향 평양에도 많은 눈이 왔겠지요? 평양과 같은 북쪽 도시에는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여기 남한은 차가 너무 많아서 눈 때문에 멈춰서고, 느릿느릿 운행하는 차들로 대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눈이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계속됐지만, 저는 하얗게 쌓인 눈과 모처럼 느낀 겨울다운 추위가 좋았습니다. 뽀드득 뽀드득 흰 눈을 밟으며 걷는 출퇴근길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때로는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고,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미끄럼을 타기도 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 주변에는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꿋꿋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별빛 하나 없이 캄캄한 밤엔 사람이 마주 오는 듯한 서늘한 느낌도 주지만, 눈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 1월 5일은 소한이었습니다. 우리 말 속담에 '대한이 소한네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한 때는 추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소한은 정말 추웠습니다. 겨울 추위는 보통 추웠다 풀렸다 하는데 올해는 며칠 동안 계속 강추위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주말에 전철을 타고 한강철교를 건너면서 보니 한강도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폭이 약 2km 되는 한강은 웬만한 추위에는 좀처럼 얼지 않는데 계속되는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 앞에서는 당해낼 수가 없었나 봅니다.
한강이 얼었다면 평양에 있는 대동강과 보통강도 얼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맘 때면 북한의 대동강과 보통강에서는 스케이트 경기가 한창입니다. 저도 한 때는 스케이트 선수였습니다. 젊은 시절 스케이트복장에 스케이트를 신고 맨 앞에서 달리는 제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습니다. 평양의 보통강과 대동강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어울려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거나, 연을 날리곤 했는데, 요즘도 마찬가지겠죠?
한강까지 얼게 만들었던 강추위는 이번 주 들면서 누그러졌습니다. 서울 날씨도 많이 풀려 지난 주말에 저는 손녀와 함께 썰매장에 갔습니다. 손녀를 안고 썰매를 타기도 하고, 썰매 위에 손녀를 앉혀 놓고 뒤에서 밀어 주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썰매를 탄 손녀는 처음엔 무서워하다가 이내 재미있다고 깔깔 웃어댔습니다. 손녀 덕에 모처럼 썰매를 탄 저도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이곳 남한은 추위가 누그러졌지만, 평양은 '대한(大寒)' 추위도 만만치 않은데 날씨가 좀 풀렸는지 궁금합니다. 아는 분들도 있겠지만, 북한에는 '대한 추위'라는 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지방 사람이 평양에 있는 친척 집에 통행증 없이 들렀는데 갑작스런 숙박 검열을 당하자, 아파트 베란다에서 속옷만 입은 채 몇 시간을 떨고 있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이런 대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동강이나 보통강에서 스케이트와 썰매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학생들이 만들어갈 북한의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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