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요즘 남한의 들녘에서는 가을걷이가 한창인데요. 북쪽에서도 추수하느라 바쁘신지요?
한국에선 올해 농사가 풍년이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기쁘지가 않습니다.
풍년이 들어 쌀 수확량은 많아졌는데 수요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이다 보니 쌀값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쌀 값 조정을 위해서 해마다 추곡수매제도를 통해 쌀을 사들이고는 있지만 쌀 수요량이 해마다 줄고 있는데 공급량은 계속 과잉이어서 이 제도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 김태산의 경제이야기에서는 한국의 추곡수매 제도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MC: 한국의 올해 쌀 수확량이 얼마나 되는 지 들어보셨습니까?
김태산: 예, 농촌진흥청 작황조사 결과, 즉 북쪽에서 말하는 예상 수확고 판정결과를 보면 올해 쌀 수확량이 465만톤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숫자는 옥수수를 많이 심는 북쪽에서처럼 옥수수 생산량이 포함된 것이 아니고, 순수 논에서 벼의 수확량만을 의미합니다.
이 남쪽에는 현재 논이 107정보인데, 이렇게 되면 논1정보당 평균 4톤300Kg 이상씩 생산한 것으로 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남쪽에는 65만 정보의 밭이 있는데 여기에서 콩,팥 수수, 기장, 보리, 감자, 깨 메밀 등 저류작물을 65만톤 이상 생산한다고 합니다.
MC: 한국에서는 근년 들어 해마다 460-470만톤 정도 쌀이 생산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북한의 쌀 생산량은 혹시 얼마나 되는 지 아십니까?
김태산: 예, 원래 북쪽에서는 모든 통계숫자들을 숨기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유엔 식량기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년도에 280만톤 정도를 생산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남쪽에서 비료지원도 안간 데다가 알곡생산의 기본인 강냉이 농사가 기후조건의 악영향으로 하여 작년도 보다 30%정도 그 작황이 떨어졌다고 발표가 나왔습니다. 모든 조건을 보면 올해 북쪽의 농사는 옥수수와 벼를 다 합하여 200만톤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북쪽에는 농경지가 197만 정보 정도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농경지 1정보에서 1톤 정도의 식량을 생산하는 매우 낙후한 실태입니다.
MC: 한국에서는 생산되는 쌀이 모두 소비되지 못하고 해마다 쌀이 남아돌고 있는데 적정 소비량인 437만톤 정도라고 하니까 올해 생산된 쌀도 당연히 남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북한에서 1990년대를 겪었던 김태산 씨는 쌀이 남아도는 남한의 현실을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김태산: 예, 참으로 부러운 현실입니다. 저 자신은 지금 남쪽에 몸을 담고 있지만, 항상 먹을 것 즉 식량이 부족하여 힘들게 살아가는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면 먹을 것이 항상 남아돌아가는 이 땅이 부럽습니다.
북에서는 먹을 식량을 해결한답시고 봄부터 가을까지 어린 학생들부터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하여 논과 밭에 나가 농사를 짓는데도 자기 먹을 식량의 절반도 해결을 못하는데 이 나라에서는 농민들 외에는 그 누구하나 농사에 관심도 없는데도 쌀이 먹고 남을 정도로 나오니 참으로 생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연 재해도 이 한반도 같은 땅인데 북쪽에만 더 큰 재난이 닥친다고만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농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서로 다른데서 그 원인을 찾아 보아야 하리라고 봅니다.
MC: 쌀 공급이 많아지면 쌀을 남겨둬서 비상시에 쓸 수 있으니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한은 시장경제체제가 아닙니까? 쌀 수요 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수요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 쌀을 사들이는 추곡수매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김태산 씨도 한국의 추곡수매제도에 대해서 들어보셨죠? 우선 북한 청취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시죠.
김태산: 예, 일반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는데 이 남쪽에는 가을철 즉 쌀 수확기에 들어가도 봄이나 다름없이 언제나 쌀 가격은 변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알아보았더니 1948년도에 이 나라의 정부가 서면서부터 가을철 수확기의 쌀 가격 안정과 수요와 공급의 조절, 그리고 농가들의 소득을 보호할 목적으로 정해진 가격에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 추곡수매제도를 실시 했다고 합니다.
3-4월에 농민들이 지역의 농협과 추곡 수매 계약을 맺으면 정부는 농민들을 위하여 4-5월에 알곡 수매 대금 일부를 선금으로 지급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의 농민들은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또 전국적으로 쌀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 가격이 비교적 안정을 유지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추곡수매제도에도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 국민들의 식생활이 변하면서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공급은 일정량을 유지하다 보니까 쌀값이 하락하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MC: 한국의 농민들은 올해 풍년이 들어서 쌀값이 떨어질까봐 정부의 추곡수매시기를 앞두고, 쌀 값 안정대책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을 소개해 주시죠.
김태산: 예, 우선 지난달 18일에 여당인 한나라당의원들과 농림수산식품장관 등 이 참가한 당정 협의회에서 쌀수급 상황을 토의하고 올해 가을에 모든 농가들의 쌀 판로를 확대하는 등 쌀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들을 적극 토의하였습니다. 그 대책들을 본다면 우선 전년도 수준인 242만 톤을 매입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며 또한 정부는 벼 매입지원 자금 9,184억 원에서 1조원수준으로 즉 8천만 달러 이상을 더 늘인다는 것이며 기타 여러가지 안정적인 대책들을 추가 하기로 하였습니다.
MC: 북한에도 추곡수매제도와 같은 제도가 있습니까? 북한에도 추곡수매제도가 있다면 남한의 추곡수매제도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김태산: 예, 있습니다. 그런데 북에서는 농민들이 1년 내내 농사를 힘들게 짓기만 할뿐, 알곡에 대한 처리 권한은 한 알도 없습니다. 가을이 되면 국가가 농민들에게 배급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주는 형태로 지정된 양을 분배라는 명목으로 나누어 주고는 100% 사들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 목적은 이 남쪽과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남쪽은 쌀값을 안정시키고 또 1년간 쌀의 수요와 공급을 안정시키고, 나아가서는 농민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사업이지만 북에서의 쌀 수매는 그것을 가지고 정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장마당이나 그 어디에서도 쌀이 전혀 나올 수 없게 차단하고 노동자 사무원들에게 규정량에 따르는 배급제를 실시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자는 것입니다.
즉, 남쪽 정부의 추곡수매제도는 인간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식량의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그 가격을 최대한 안정시키고 보호하며 그를 통하여 자국내 농민들의 쌀 생산활동을 적극 보호 장려하기 위한 시책이라면 북쪽 정부의 추곡 수매는 식량 즉 쌀의 자유로운 유통을 법적, 물질적으로 차단하고 전체 인민들을 국가의 쌀 주머니를 벗어나서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절대복종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MC: 남한에서는 최근 전라남도 지역 농민들이 가을걷이를 하는 들녘에서 정부에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면서 벼를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단체행동들은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죠?
김태산: 예, 북한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다 익은 벼가 서있는 논을 그대로 갈아엎는 장면을 TV로 보았습니다. 마치도 철없는 어린애가 자기 어머니에게 투정질하며 밥그릇을 발로 차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어린애가 자기 엄마가 때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 투정하듯이 이 나라 정부를 믿고, 심한 투정을 하는 농민들이 어찌보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부러웠습니다.
자기들의 의견을 저렇게 마구 표현할 수 있는 그 자유가 부러웠고 그런 것을 응당 받아들이는 정부를 가진 이 나라 백성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물론 북쪽에서는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없거니와 그 누가 했다면 그 순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이죠.
MC: 이 농민들은 정부에 대해 남아도는 쌀을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지원해서 쌀 재고량을 해소하자는 제안도 했었는데요. 그런 주장에 대해서 탈북자이신 김태산 씨 의견은 어떻습니까?
- 김태산 씨: 물론 민감한 정치적 문제까지 안고 있는 문제이지만 우선 남쪽의 농민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 농민들이 굶주리는 북한인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라기 보다도 우선 자신들이 살기 위한 구멍수를 생각하는 정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저는 이 남쪽에서 남아 돌아가는 식량을 북쪽의 인민들에게 주는 것을 반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해마다 30-40만 톤의 식량과 수십만 톤씩의 비료를 지원해 주었지만 북측 정부는 감사하다는 말대신 핵폭탄과 미사일로 도발을 걸어 왔으며 중요한 것은 남쪽에서 준 쌀을 받아먹은 일반 주민들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원만 받고 살 것이 아니라 농사짓는 방법을 개선하라는 의지를 밝히자 북측의 정부는 지원을 안받겠다고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주던 식량지원도 거부하였습니다.
자기 나라 인민들이 굶어죽는 것은 모른 척 외면하고 자신들의 정치체제 유지와 군사적 도발만을 꿈꾸는 정부에 맹목적인 지원만 해줄 필요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북쪽 정부 자체가 얼마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넓은 농토와 지혜로운 인민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업정책을 바꾸지 않아서 올해와 같이 한심한 흉작을 벌써 15년 이상 해오는데 이것이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기간에 북쪽보다 훨씬 못살던 중국도 경제체제를 개편한 후에는 농업생산이 수십 배로 증가하고 배급제도가 자연히 없어지고 쌀에서 쌀을 골라먹는다는 것을 북한 정부도 따라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MC: 김태산 씨, 스튜디오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