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⑪ 남과 북의 역사 소설 '황진이'

워싱턴-이규상 leek@rfa.org
2010.04.20
film_hwangjini-305.jpg 2007년 개봉한 송혜교 주연의 영화 '황진이'의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진이는 조선시대 중종 임금때 활동하던 기생이었습니다. 그의 직업의 특성상 황진이의 이름은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그의 인생은 야사와 여러 설화를 통해 오늘날 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20세기 이후에도 남한과 북한의 여러 작가들은 황진이의 인생을 바탕으로 한 여러 가지 역사 소설과 문화 콘텐츠(꾸림 정보)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오늘은 역사소설을 통한 남과 북의 역사인식을 살펴봅니다.

(영화 '황진이')

2007년 남한에서 개봉한 영화 황진이입니다. 주목할 것은 이 영화의 줄거리는 북한의 작가 홍석중의 소설로 바탕을 했다는 것입니다. 남한에서도 이태준과 최인호 그리고 전경린과 같은 많은 작가들이 황진이의 인생을 다룬 소설을 발간했지만 북한작가 홍석중이 쓴 황진이는 남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불러왔습니다.

황진이라는 같은 인물을 다루는 소설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체제에서 쓰여진 만큼 황진이에 대한 인물 묘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남한 인제대학교 인문사회과학대학의 황국명 교수는 남과 북이 기술한 황진이는 이렇게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황국명: 자료상으로 보면 남한 작가들은 여러 명이다. 일제 시대 때부터 황진이를 여러 작가들이 다뤄 왔다. 북한은 해방이후 작품이 많지 않다. 그래서 차이점을 말하기는 제한 적이지만 남쪽에서는 황진이를 재능을 겸비하고 미모를 갖춘 기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북한 홍석중 작가의 작품에는 기층 민중들과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 작가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는 남쪽에서도 널리 읽혀 비교적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일 뿐만 아니라 홍석중은 북한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남한의 만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황국명 교수는 북한 작가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가 남쪽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황국명: 약 20년 동안 북한의 여러 작품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남한 독자들에게 많이 소개가 됐다. 소설이 그렇게 폭넓게 읽혔던 것은 그동안 남한 쪽의 황진이가 기생이라는 사실, 성적인 측면에 많이 초점이 맞춰져 왔다면 북한의 황진이는 다른 측면에서 묘사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남쪽 소설에 등장하는 황진이는 조선 최고의 기생 그리고 시와 문학에 능했던 여성보다는 지족선사를 파계시키고 서경덕을 유혹했던 ‘요부’로 기술되는 반면 북측 소설에 등장하는 황진이는 양반계층의 타락과 위선을 공격하고 또 이를 조롱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황국명: 살펴본 작품 범위 내에서는 기생이 양반 사대부들, 지배자들로부터 고통 받는, 착취 받는 하층 계급으로 본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에서도 남측 소설의 대부분은 황진이와 서경덕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홍석중의 소설에서는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 이야기를 축소하고 하인출신 남자 ‘놈이’와 황진이의 사랑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홍석중은 사랑의 표현 방법을 ‘남성대 여성’이 아닌 지배계층 대 피지배계층의 구도로 표현하고 있어 사회주의 특유의 계급의식을 소설 속에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소설 황진이는 다른 북한 소설에 비해 이데올로기적 표현이나 서술이 적은 편이라고 황국명 교수는 말합니다.

황국명: 작품으로 보면 그 이전의 60년대 70년대 북한 소설에 비해 표현의 폭이나 다루는 내용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진이의 경우 그의 일생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 한정되어 있어 소설 속에 나오는 황진이의 성격과 인물은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그린 성향이 짙습니다. 그렇지만 기록에 남아있는 황진이와 소설속의 황진이를 비교해 본다면 남쪽 소설에서 등장하는 황진이의 모습이 더 문헌에 가깝다고 황 교수는 말합니다.

황국명
: 황진이가 살아있을 당대의 황진이에 관한 기록은 없다. 황진이가 죽은 후 100년 이후 기록된 문헌이 대부분이다. 기록들도 양반 사대부들의 기록에만 남아있고 민중들에 의한 기록은 없어 옛 문헌도 의심스럽다... 어느 쪽이 옛 문헌에 충실했는가는 예기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남쪽 작가들이 문헌에 더 충실 했다고 볼 수 있다.

남측 소설에 등장하는 황진이와 북측 소설에 등장하는 황진이 중 누가 더 역사 속 인물에 근접한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는 한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홍석중의 소설은 그동안 사상의 종속물로 평가되던 북한의 문학 작품 중에서도 남쪽의 문예 작품에 응용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사적 사실을 남과 북이 같은 시각에서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황국명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황국명
: 지금 남북 간 협력도 미래의 통일을 바라보고 학자들이 일련의 학술 교류를 해 왔다. 그러나 역사의 경우 그동안 역사를 읽는 독습법과 이해하는 방법이 너무 이질화 되어 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쉬울 것 같지 않다...

바로 보는 한반도 역사 오늘은 역사 소설 황진이를 통해 남과 북의 역사 인식을 살펴봤습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