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가 전문가인 김정운 명지대학교 교수의 저서인 ‘노는 만큼 성공한다’를 보면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가을의 한 농촌마을. 두 농부가 논에서 열심히 벼를 베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허리를 펴는 법이 없이 계속 벼를 벴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중간 중간 논두렁에 앉아 쉬었습니다. 노래까지 흥얼거렸습니다. 저녁이 되어 두 사람이 수확한 벼의 양을 비교해보니, 틈틈이 논두렁에 앉아 쉬었던 농부의 수확량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쉬지 않고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한 농부가 따지듯 물었습니다. ‘난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틈틈이 쉰 농부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난 낫을 갈면서 추수를 했거든...’”
이 이야기는 영리한 한 농부의 우화를 통해서 낫을 갈면 남보다 노력하지 않아도 높은 생산성과 많은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단편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쉬지 않고 일했던 농부처럼 ‘끈기와 깡’으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낫을 갈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데, 바로 이 시간이 여가시간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인들도 여가시간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대부분이 여전히 여가시간동안 텔레비전 시청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문화관광부가 지난 2005년 5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텔레비전 시청을 제외하고는, 목욕, 외식, 노래방가기, 영화보기, 음주 등을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으로 꼽았습니다. 주로 실내에서 하는 것이죠. 옥외활동 중에는 유일하게 산책활동이 포함되었습니다.
텔레비전 시청이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전원을 키기만 하면 펼쳐지는 시사보도, 운동경기, 연극, 음악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편리성이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70대 초반의 이성재씨 말을 들어보시죠.
이성재: 요새 평균 하루에 2-3시간은 꼭 봅니다.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일 많이 보지요. 스포츠 프로그램 이외에는 뉴스를 주로 보죠. 뉴스가 편하거든요. 텔레비전으로 보는 게 말이에요. 여가생활로서의 텔레비전 시청은 역시 접하기가 쉽고, 보기도 쉽고 해서 종합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예로부터 노래를 좋아하는 한민족이라, 원래 일본에서 개발됐다는 ‘노래방,’ 북한말로는 ‘화면반주음악’은 여가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항목이 된지 오랩니다. 현재 한국의 한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탈북자 이금룡씨는 한국에서도 노래방을 즐겨 가지만, 북한에서도 종종 찾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합니다.
이금룡: 화면반주음악으로 돼 있는데요, 노래방이라고 안 그러고. 일반사람들은 가라오케라고 해요. 아침이슬도 들어보구요, 제가 제일 애창하는 노래였습니다. 원래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라디오를 들었어요. 녹음테이프가 있었구요, 그래서 배웠었는데 노래방에서 마음 놓고 부를 수 있으니까 1999년도부터 불렀습니다. (노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맞나요?
인기 여가활동 상위 10개 항목 중에 유일한 야외활동으로 포함된 ‘산책’은 자연과 벗하는 운동인데다, 쉽게 할 수 있고, 게다가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초반의 이윤선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윤선: 사실 여가 생활하는 데 돈이 많이 드는데, 산책 같은 경우에는 많이 들어봤자 아이들 산책 끝나고 나서, 음료수 하나 사주는 게 아이들한테 큰 기쁨인데 많이 들어봤자 2천원이나 3천원이니까 경제적으로도 덜 들면서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운동에 비해서 아무래도 싸니까 좋은 점이 있다는 생각이에요.
전문가들은 지난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한국인들의 여가생활은 앞으로 많은 변화를 거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일주일에 닷새만 일을 하는 것이죠.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일만하고 쉬지 않는 한국인이 이제는 올바른 여가생활을 통해 한 단계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정운: 이제는 다양하게 즐기는 문화토양이 마련돼야 되고, 이것이 문화적 다원성으로 연결이 되고, 이런 문화적 다양성은 곧바로 국가 경쟁력이 되구요, 우리 아이들이 곳곳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북한 주민, 모두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조건인 여가를 잘 사용하는 한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