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는 즐거워: 노래방
2007.01.01
주간 기획 '여가는 즐거워' 오늘은 남한 주민들에게 가장 즐거운 여가문화로 자리 잡은 노래방, 북한말로는 ‘화면반주음악’에 대해 살펴봅니다.
친구들과, 친척들,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는 그립던 동창들, 혹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회식이다, 생일이다, 특별한 날이면 꼭 빠지지 않고 가게 되는 노래방.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목청을 거리낌 없이 터뜨리며 즐거움을 노래하거나, 여태껏 가슴속에 쌓였던 답답한 심정이나 말 못할 사연을 노래를 통해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장소라는 데 이의가 없습니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 송년회를 노래방에서 가진 한 회사 사원들의 노래방 분위기를 전합니다.
우선 방안에 있는 기계에 저장돼 있는 여러 노래 중에서 자기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고릅니다. 노래방에서는 부를 노래를 고르기 쉽게 노래 제목과 가수 등으로 분류된 책자도 제공됩니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사람도 오색찬란한 불빛이 내는 신비로운 분위기속에 빨려들어 스스럼없이 마이크를 쥐게 됩니다. 일단 마이크만 쥐면 곧 가수로 만드는 곳이 바로 노래방이죠.
마이크를 잡고 반주에 따라 노래를 부르면, 가수 부럽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앉아 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추임새를 하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다음 번 차례인 사람은 자기가 부를 노래를 예약합니다.
노래방은 원래 일본에서 처음 개발돼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몇 년 사이 남한에서 더 크게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찻집보다 화려한 실내장식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온돌을 깐 노래방, 공기를 맑게 하는 청향제가 갖추어진 노래방, 심지어 천정에서 접시가 내려오는 노래방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싼 데는 한 시간에 5,000원, 미화로는 약 5달러에서 비싼 곳은 이만 원 이상, 미화로는 약 22달러가량의 사용료를 내야합니다.
북한에도 소위 ‘화면반주음악’이라고 불리는 노래방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위해 평양의 청년중앙회관이나 고급식당에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지방도시에도 노래방이 생겨나서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군요. 이용고객은 돈 많은 장사꾼에서부터 기관단체의 간부, 젊은이들까지 다양하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노래방의 이용료는 한 시간에 북한 돈으로 3,000원에서 4,000원 정도라고 합니다. 일반 북한근로자들의 한 달 임금이 평균 2,500원이니, 엄청 비싼 가격이지만, 거의 매일 비는 방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소식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지 1년 이상 된 자유북한방송의 기자 이금룡씨는 북한에 있을 때 노래방에서 ‘아침 이슬’ 등 남한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금룡: 화면반주음악으로 돼 있는데요, 노래방이라고 안 그러고. 일반사람들은 가라오케라고 해요. 아침이슬도 들어보구요, 제가 제일 애창하는 노래였습니다. 원래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라디오를 들었어요. 녹음테이프가 있었구요, 그래서 배웠었는데 노래방에서 마음 놓고 부를 수 있으니까 1999년도부터 불렀습니다. (노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맞나요?
북한 청진에서 한의사, 즉 동의사로 일했던 탈북여성 김지은씨도 남한가요를 즐겨 부르던 탈북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김지은: 제가 북한에서 80년대에 대학 다녔쟎아요. 그러면서 그때 거기서 한국 트로트 계열의 노래들을 대학 때 좀 불렀었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는 심수봉씨여서 대학 때도 심수봉씨의 노래를 좋아했었어요.
하지만, 이들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 노래방에서 남한노래나 외국노래를 부르다 걸리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물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다고 하네요.
예로부터 노래를 좋아하는 한민족. 어떤 이는 노래를 즐기는 전통은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민족 특유의 전통으로 한국인의 유전자에 깊이 스며있는 듯하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노래는 기쁘나 슬프나 함께 부르면서 한을 극복하는 힘이라고요. 분단된 땅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함께 부르며 힘든 것을 잊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때가 언제나 올까요...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