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텔레비전은 유용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하루가 걸리는 먼 곳의 이야기도 텔레비전을 통해서라면 실시간으로 영상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텔레비전은 좁은 공간에서도 시청할 수 있고, 북한말로는 ‘통로’라고 하는 채널이 다양하게 있어서, 자신이 원하는 방송들을 거의 항상 찾을 수 있어서 시간이 남으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거죠.
실제로 최근 한국의 문화관광부에서 남한주민 3000명을 대상으로 여가생활 참여 실태와 여가환경을 조사한 ‘2006년 국민여가조사’에 의하면, 가장 많이 참여한 여가활동을 묻는 질문에 ‘텔레비전 시청’이 68%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의 MCR이라는 조사기관에서도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30대 이후가 되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비율이 40%정도로 높아지고, 특히 50대의 경우에는 절반에 가까운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의 금융회사에서 일한 뒤 은퇴한 이성재씨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가장 친근한 여가활동 수단으로 텔레비전 시청을 꼽습니다.
이성재: 요새 평균 하루에 2-3시간은 꼭 봅니다.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일 많이 보지요. 예를 들어서, 야구라든지, 축구라든지, 특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K-1이라고 해서 격투기가 있어요. 이 격투기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스포츠 프로그램 이외에는 뉴스를 주로 보죠. 뉴스가 편하거든요. 텔레비전으로 보는 게 말이에요.
신문은 읽으려고 하면 나이가 60이 넘고 이제 70이 돼서 눈이 쉽게 피로하니까요. 여가생활로서의 텔레비전 시청은 역시 접하기가 쉽고, 보기도 쉽고해서 종합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씨처럼 시사보도 방송이나 운동경기를 보는 사람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남한주민들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드라마, 북한말로는 ‘연극’을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모든 세대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본다고 해도 좋을 만큼 드라마 선호가 높다는 조사결과가 많습니다.
이성재: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집사람하고 취미가 다릅니다. 저는 뉴스나 격투기를 좋아하는데, 집사람은 드라마를 좋아하니까, 집에 텔레비전이 두 대가 있어서 따로따로 보는 경우가 제일 많은데, 보통 99%정도 그렇게 봅니다. 집사람은 요새 젊은 세대가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더군요. 예를 들어서 8시 황금시간에 20분부터 하는 ‘하늘만큼 땅만큼’이라던가 그런 종류의 시류를 탄 프로를 좋아하는데, 저하고는 그게 맞지가 않죠.
북쪽 형편은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도 텔레비전 시청은 여가생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일상화돼 있답니다. 주말에는 평일과는 달리 외국영화를 많이 방영하는 등 특별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어서 더욱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만수대 TV에서는 특히 외국영화를 많이 방영하는데, 주로 구 소련, 중국, 동유럽 등 구 사회주의권의 나라 영화를 방영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구 소련영화인 '익측없는 전선,' '우리가 다 맡자'같은 전쟁영화와 중국영화 '공산당원' '대도화' '붉은 수수밭' 등을 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국의 드라마가 북한에 대거 유입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평양 등에서는 ‘가을동화’나 ‘불멸의 이순신’과 같은 드라마도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물론 한국의 이런 텔레비전 드라마는 비디오테이프로 유입돼,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는 겁니다. 최근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가 한국의 SBS방송에 전한 내용을 들어보시죠.
탈북자: 드라마, 영화, 지금 한류 (남한풍) 열풍이 북한이 더 대단하거든요. 일본보다... 노래자랑, 가요무대, 시트콤까지 다 들어가거든요.
여기서 시트콤이란 '상황'이란 뜻을 가진 영어단어 'situation'과 '희극'이란 뜻을 가진 영어단어 'comedy'의 합성어인데요, 기본구조는 희극이고, 무대와 등장인물은 같지만 그 상황을 매 회 달리하여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연극 (드라마)을 말합니다.
이런 새로운 현상 속에 '너나 걱정하세요'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지난해 한국의 한 텔레비전에 방영됐던 한국의 인기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대사인 '너나 잘하세요'를 변형한 북한의 유행어라고 합니다.
남북한에서 여가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텔레비전 시청. 하지만 옛 속담에 과유불급, 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방송이라도 시청시간이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겠죠?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