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본다]⑬ “한국은 무지개 나라” 깊은 친밀감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0.01.07
2010.01.07
MUSIC: 몽골민요
‘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몽골에 일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살펴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 최고상궁 자리에 오르는 장면)
미국의 유명한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자가 몽골을 취재하러 고비사막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만 차가 모래밭에 빠지고 맙니다. 할 수 없어서 멀리 있는 몽골의 전통 집 게르를 찾아가 자동차를 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그 집주인은 지금 텔레비전에서 한국 연속극 ‘대장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극이 끝나는 30분 뒤에나 가겠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배우나 가수 이름을 모르면 '왕따'를 당할 정도입니다. 한국의 유행은 거의 동시에 몽골에 전해집니다. 한국 음식의 인기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2004년 ‘대장금’ 방영 이후에 한국 음식점들은 몽골인으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외식 1순위라는 삼겹살과 매콤한 김치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한국어를 사랑하는 몽골인도 늘어나 1990년대 초 두 곳에 불과했던 한국어과 개설 대학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른들도 많아 한국어 전문교사만 확보되면 당장 한국어 강좌를 개설할 정도로 지금 몽골에는 학원마다 학교마다 한국어 과정 지원자가 넘칩니다.
이같이 몽골에서 일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한류열풍만은 아니라고 산그도르지 오돈구아 박사는 말합니다. 오돈구아 박사는 지난해 한국의 서울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산그도르지 오돈구아: 몽골사람들은 옛날부터 ‘한국’하면 ‘솔롱고스’ 즉 ‘무지개의 나라’라고 표현해왔어요. 그래서 몽골사람들은 한국인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구요. 저는 한국어를 한국 노래를 통해서 배웠는데요, 공부하면서 자주 들었습니다. 노래를 통해서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한국어를 잘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몽골인은 일본이나 미국, 중국 등의 국가명은 몽골어로 대개 뜻 없이 원어를 그대로 발음하지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은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을 붙여 부릅니다.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게 된 연유는 몽골이 13세기에 고려를 정복하러 왔다가 아름다운 무지개를 본 뒤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정확한 어원의 내력은 알 수 없지만 몽골인이 한국인에게 특별한 친근감을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몽골이 체제전환과 대외개방 직후 최초로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전 몽골 공산당 간부학교 강사인 레그덴 체렌춘트 씨는 1992년 이후 한국을 서너 차례 방문할 때마다 외국에 온 느낌이 들지 않았고 한국 사람들과 정서적으로도 잘 통했다면서, 이 ‘특별한 친근감’의 이유를 나름대로 이렇게 분석합니다.
레그덴 체렌춘트: 사실 몽골인의 생김새도 한국인과 매우 흡사합니다. 말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한국인인지, 몽골인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몽골인과 한국인에게 동일하게 있는 몽고반점도 두 민족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죠. 말도 어순이 같고요. 이웃인 중국인은 생김새, 말, 문화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과는 정반대예요.
하지만 몽골인이 솔롱고스에 진짜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한국인이 미국을 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것처럼 몽골인은 한국을 보며 ‘코리안 드림’을 꿈꿉니다. 몽골에서 대학졸업자의 평균 초임은 약 10만원, 미화로는 약 86달러. 그나마 일자리도 흔치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빨리 돈을 모을 수 있는 한국은 몽골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몽골의 명문인 몽골국립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일했던 단국대학교 몽골학과의 강신 교수의 말입니다.
강신: 한국에 일하러 가는 몽골 노동자가 많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몽골인의 현황을 살펴보면 합법적으로 3만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불법체류를 하는 사람이 13,650명입니다. 총 44,000명 정도가 지금 한국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 44,000명이란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숫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몽골인구가 270만 정도이고 울란바토르의 총인구가 채 100만이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인구의 2%정도가 한국에 와서 체류를 하는 셈이죠.
최신 통계를 보면, 한국에 체류한 몽골인이 본국에 송금하는 돈은 연간 3억 달러로 몽골 국내총생산(GDP) 18억 7천만 달러의 16%에 달하고 있습니다. 몽골 경제에서 한국 내 몽골 근로자의 경제 기여도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때문에 매주 월요일이면 평균 700명의 몽골인이 한국행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새벽부터 울란바토르의 한국 대사관 앞에 장사진을 칩니다. 영하 30도의 한겨울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요구하는 서류가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 물리적으로도 워낙 힘들다 보니 돈을 쓰러 한국에 가려다가도 포기하는 몽골인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올해는 한국과 몽골이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 성년에 접어든 한국과 몽골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다음 시간에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
‘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몽골에 일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살펴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 최고상궁 자리에 오르는 장면)
미국의 유명한 시사주간지 ‘타임’의 기자가 몽골을 취재하러 고비사막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만 차가 모래밭에 빠지고 맙니다. 할 수 없어서 멀리 있는 몽골의 전통 집 게르를 찾아가 자동차를 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그 집주인은 지금 텔레비전에서 한국 연속극 ‘대장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극이 끝나는 30분 뒤에나 가겠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배우나 가수 이름을 모르면 '왕따'를 당할 정도입니다. 한국의 유행은 거의 동시에 몽골에 전해집니다. 한국 음식의 인기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2004년 ‘대장금’ 방영 이후에 한국 음식점들은 몽골인으로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외식 1순위라는 삼겹살과 매콤한 김치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한국어를 사랑하는 몽골인도 늘어나 1990년대 초 두 곳에 불과했던 한국어과 개설 대학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른들도 많아 한국어 전문교사만 확보되면 당장 한국어 강좌를 개설할 정도로 지금 몽골에는 학원마다 학교마다 한국어 과정 지원자가 넘칩니다.
이같이 몽골에서 일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한류열풍만은 아니라고 산그도르지 오돈구아 박사는 말합니다. 오돈구아 박사는 지난해 한국의 서울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산그도르지 오돈구아: 몽골사람들은 옛날부터 ‘한국’하면 ‘솔롱고스’ 즉 ‘무지개의 나라’라고 표현해왔어요. 그래서 몽골사람들은 한국인을 무척 좋아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구요. 저는 한국어를 한국 노래를 통해서 배웠는데요, 공부하면서 자주 들었습니다. 노래를 통해서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한국어를 잘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몽골인은 일본이나 미국, 중국 등의 국가명은 몽골어로 대개 뜻 없이 원어를 그대로 발음하지만,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은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을 붙여 부릅니다. 한국을 ‘솔롱고스’라고 부르게 된 연유는 몽골이 13세기에 고려를 정복하러 왔다가 아름다운 무지개를 본 뒤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정확한 어원의 내력은 알 수 없지만 몽골인이 한국인에게 특별한 친근감을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몽골이 체제전환과 대외개방 직후 최초로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전 몽골 공산당 간부학교 강사인 레그덴 체렌춘트 씨는 1992년 이후 한국을 서너 차례 방문할 때마다 외국에 온 느낌이 들지 않았고 한국 사람들과 정서적으로도 잘 통했다면서, 이 ‘특별한 친근감’의 이유를 나름대로 이렇게 분석합니다.
레그덴 체렌춘트: 사실 몽골인의 생김새도 한국인과 매우 흡사합니다. 말을 안하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한국인인지, 몽골인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몽골인과 한국인에게 동일하게 있는 몽고반점도 두 민족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죠. 말도 어순이 같고요. 이웃인 중국인은 생김새, 말, 문화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과는 정반대예요.
하지만 몽골인이 솔롱고스에 진짜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한국인이 미국을 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것처럼 몽골인은 한국을 보며 ‘코리안 드림’을 꿈꿉니다. 몽골에서 대학졸업자의 평균 초임은 약 10만원, 미화로는 약 86달러. 그나마 일자리도 흔치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빨리 돈을 모을 수 있는 한국은 몽골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몽골의 명문인 몽골국립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일했던 단국대학교 몽골학과의 강신 교수의 말입니다.
강신: 한국에 일하러 가는 몽골 노동자가 많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몽골인의 현황을 살펴보면 합법적으로 3만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불법체류를 하는 사람이 13,650명입니다. 총 44,000명 정도가 지금 한국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이 44,000명이란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숫자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몽골인구가 270만 정도이고 울란바토르의 총인구가 채 100만이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인구의 2%정도가 한국에 와서 체류를 하는 셈이죠.
최신 통계를 보면, 한국에 체류한 몽골인이 본국에 송금하는 돈은 연간 3억 달러로 몽골 국내총생산(GDP) 18억 7천만 달러의 16%에 달하고 있습니다. 몽골 경제에서 한국 내 몽골 근로자의 경제 기여도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때문에 매주 월요일이면 평균 700명의 몽골인이 한국행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새벽부터 울란바토르의 한국 대사관 앞에 장사진을 칩니다. 영하 30도의 한겨울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요구하는 서류가 까다롭고 복잡한 데다 물리적으로도 워낙 힘들다 보니 돈을 쓰러 한국에 가려다가도 포기하는 몽골인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올해는 한국과 몽골이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 성년에 접어든 한국과 몽골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다음 시간에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진행에 장명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