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본다] ⑰ 북한 변화에 있어 몽골의 역할은?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0.02.04
2010.02.04
사진-연합뉴스 제공
‘몽매한 야만인’이라는 의미의 ‘몽고’는 이제 옛말에 불과합니다. ‘용감한’이란 뜻의 ‘몽골’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지도자를 뽑고 서구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공산 체제를 버리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선 몽골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짚어보는 ‘몽골을 본다,’ 오늘 이 시간에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몽골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미국 고위 관리들의 눈을 통해 향후 북한의 변화에서 몽골의 역할이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마크 민튼: (in English) 몽골인은 매우 능숙하게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 관계도 포함합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몽골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몽골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크 민튼 씨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동아시아 관련 강연회에서 몽골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절묘하게 균형 잡힌 대처를 해왔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민튼 씨는 2006년 몽골대사로 발령 나기 전 주한 미국 부대사를 역임했고, 그보다 10년 전에는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과장을 지내며 북한 관리와 실무접촉을 하는 등 미국 정부에서 내로라하는 한국통으로 인정받는 만큼, 북한과 관련한 그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튼 전 대사가 말한 몽골의 '균형잡힌 대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몽골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하고 항의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몽골이 이와 동시에 북한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4년 바가반디 몽골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지난해 박재경 북한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군사대표단이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것은 좋은 사례입니다. 박 부부장은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인방’ 중의 하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셋째는 몽골이 탈북자들을 '조용히' 제3국으로 보내는 점입니다.
마크 민튼: 몽골은 오랫동안 조용하게 상당히 많은 탈북자가 자국을 거쳐 제3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왔습니다. 몽골의 이런 숨은 노력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탈북자를 제대로 정착시키려 노력하는 국제사회에 좋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겨레 중고등학교가 2008년에 입소한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중국을 거쳐 몽골을 통해 한국에 왔다는 응답이 전체의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몽골은 탈북자들이 신변의 두려움을 적게 느끼는 국가로, 탈북자 중 한 명도 강제북송 되거나 체포되지 않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중론입니다. 탈북자 문제에 매우 민감한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단 중국을 거쳐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제3국행을 묵인하는 데서 몽골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몽골을 두고 동북아시아에서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한국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탈출구를 찾는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을 제치고 몽골을 자신의 궁극적 변화의 모델로 삼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립니다. 민튼 전 대사는 공산주의 형제 국이던 몽골이야말로 북한이 귀 기울여서 들어야 할 말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몽골의 개혁과 개방 경험은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몽골이 민주적 대선을 치르고 경제 개혁을 가속한 1990년대 역사의 현장에 있던 알 라 포르타 전 몽골 주재 미국대사의 생각은 다릅니다.
알 라 포르타: (in English) 몽골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개방적인 사회로 바뀐 정치적 체제변환은 북한에 일종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몽골 경제는 좋은 사례가 되기에는 제격이 아닙니다. 왜냐면 몽골은 기본적으로 농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인 데 비해, 북한은 제철, 제련, 금속, 화학 등 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전 몽골 주재 미국대사들의 전망은 서로 달라도, 한 가지는 같습니다. 과연 북한이 몽골처럼 민주주의의 신속한 변화를 택할지, 침체된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북한이 당면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 해결의 열쇠는 북한 지도부에 달렸다는 겁니다.
노동당 창건 65돌, 그리고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소위 ‘꺾어지는 해’인 올해. 북한 지도부는 연초 공동사설에서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이 거대한 희망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크 민튼: (in English) 몽골인은 매우 능숙하게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주변국과 선린우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적 관계도 포함합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몽골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몽골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크 민튼 씨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동아시아 관련 강연회에서 몽골이 북한에 대해 상당히 절묘하게 균형 잡힌 대처를 해왔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민튼 씨는 2006년 몽골대사로 발령 나기 전 주한 미국 부대사를 역임했고, 그보다 10년 전에는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과장을 지내며 북한 관리와 실무접촉을 하는 등 미국 정부에서 내로라하는 한국통으로 인정받는 만큼, 북한과 관련한 그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튼 전 대사가 말한 몽골의 '균형잡힌 대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는 몽골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하고 항의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몽골이 이와 동시에 북한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04년 바가반디 몽골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지난해 박재경 북한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군사대표단이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것은 좋은 사례입니다. 박 부부장은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인방’ 중의 하나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셋째는 몽골이 탈북자들을 '조용히' 제3국으로 보내는 점입니다.
마크 민튼: 몽골은 오랫동안 조용하게 상당히 많은 탈북자가 자국을 거쳐 제3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왔습니다. 몽골의 이런 숨은 노력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탈북자를 제대로 정착시키려 노력하는 국제사회에 좋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인 한겨레 중고등학교가 2008년에 입소한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중국을 거쳐 몽골을 통해 한국에 왔다는 응답이 전체의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몽골은 탈북자들이 신변의 두려움을 적게 느끼는 국가로, 탈북자 중 한 명도 강제북송 되거나 체포되지 않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중론입니다. 탈북자 문제에 매우 민감한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일단 중국을 거쳐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제3국행을 묵인하는 데서 몽골이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몽골을 두고 동북아시아에서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한국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탈출구를 찾는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을 제치고 몽골을 자신의 궁극적 변화의 모델로 삼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립니다. 민튼 전 대사는 공산주의 형제 국이던 몽골이야말로 북한이 귀 기울여서 들어야 할 말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면서, 몽골의 개혁과 개방 경험은 북한의 전략적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몽골이 민주적 대선을 치르고 경제 개혁을 가속한 1990년대 역사의 현장에 있던 알 라 포르타 전 몽골 주재 미국대사의 생각은 다릅니다.
알 라 포르타: (in English) 몽골이 폐쇄적인 사회에서 개방적인 사회로 바뀐 정치적 체제변환은 북한에 일종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몽골 경제는 좋은 사례가 되기에는 제격이 아닙니다. 왜냐면 몽골은 기본적으로 농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인 데 비해, 북한은 제철, 제련, 금속, 화학 등 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전 몽골 주재 미국대사들의 전망은 서로 달라도, 한 가지는 같습니다. 과연 북한이 몽골처럼 민주주의의 신속한 변화를 택할지, 침체된 경제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북한이 당면한 정치적, 경제적 문제 해결의 열쇠는 북한 지도부에 달렸다는 겁니다.
노동당 창건 65돌, 그리고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소위 ‘꺾어지는 해’인 올해. 북한 지도부는 연초 공동사설에서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2012년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이 거대한 희망을 과연 실현할 수 있을지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