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천안함 긴장 속, 김정일 ‘태연함’ 선전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0.05.21
kim_chonan_305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위치한 룡성기계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북한 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한국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남한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 언론매체들이 민생현장을 지도하는 김정일의 태연함을 선전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지난 20일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사건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즉각 발표하고 남한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날조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한의) 응징과 제재에 대해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고 “전면전쟁은 역적패당(남한 정부)의 본거지를 깨끗이 청산하고 통일대국을 세우는 성전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즉각적인 반응에 남한 국민들과 세계여론은 혹시 이러다가 전면전쟁이라도 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천안함을 둘러싼 긴장국면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여유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노동신문, 우리민족끼리,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 북한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20일과 21일 연일 최근 룡성기계연합기업소, 관모봉 기계공장, 어랑천발전소 건설장, 청진 토끼종축장 등을 돌아보는 김 위원장의 사진을 소개했습니다.

사진 속 김 위원장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여유로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과 국제사회가 제재를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이러한 모습을 ‘장군님의 담력’으로 포장해 아주 요긴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일화가 1976년 휴전선 일대에서 있었던 ‘판문점 도끼사건’이 유명합니다.

당시 판문점 인근에 있던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미군과 한국군을 무참히 살해한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판문점 도끼사건’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상황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북한 언론매체들은 당시 김정일은 작전지휘실이 아니라, 집무실에서 여유작작하게 음악 감상을 하고, 미국이 항공모함이 출동시켰을 때는 여유 있게 ‘낙원의 노래’라는 음악무용극을 지도하고 있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한 김정일의 모습을 보며 아랫간부들은 승리의 신심을 가졌다고 북한 매체들은 선전했습니다. ‘판문점 도끼사건’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은 이유는 유엔사령부에 보낸 김일성의 사과문이 한몫했지만, 북한 언론매체들은 “전쟁을 눈앞에 두고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김정일 위원장의 담력에 김일성 주석조차 감탄해 마지않았다”고 선전했습니다.

이번에 천안함 사건에 따른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기계공장이나, 발전소 현장 등을 돌아보며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면 또 이것을 그의 위대성, 더욱이는 요즘 후계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김정은의 담력’으로 선전하기 위한 ‘작품 만들기’에 나서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아무리 태연함을 보이려고 해도 현재 천안함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북한에 불리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만한 내재적인 여력이 없습니다. 지난해 실패한 화폐개혁으로 경제는 심하게 피폐해졌고,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원도 끊어져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중국도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겠는 지는 의문입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요즘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방문을 하고 돌아온 다음 대단히 성공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원자바오, 즉 온가보 총리에게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냉소 속에 북한 지도부가 비록 애써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천안함 사건의 실질적 피해자는 북한 주민들입니다.

워싱턴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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