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의 겉과 속] 김씨 왕조의 구차한 ‘국제주의’ 선전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0.10.29
MC: 북한 언론의 겉과 속입니다. 얼마 전 북한 언론매체들이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한국전에서 전사한 모택동 전 중국 주석의 아들 모안영의 묘소를 참배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역사에 유례없는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에 대고 ‘국제주의’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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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위치한 중국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를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 아들인 마오안잉의 묘에 화환을 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 중앙TV 녹음)" 우리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묘를 찾으셨습니다...“

지난 6.25한국전쟁에 참가했다 숨진 모택동(마오쩌둥. 毛澤東) 중국 주석의 아들 모안영(마오안잉. 毛岸英)의 묘가 있는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지난 26일 중국군의 한국전 참전 60돌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된 김정은을 대동하고 모안영의 묘를 참배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날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김정은의 모습은 모안영의 흉상과 겹치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카키색 외투를 걸친 김정은의 살찐 모습은 한국전쟁에 참가했다 숨진 모안영의 모습과 사뭇 대조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기치아래 ‘형제나라 북한’을 돕겠다고 나섰다 28살에 전장에서 숨진 모안영, 반대로 외국유학을 다니고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있는 북한의 왕세자 김정은.

비슷한 연령대의 두 사람은 모두 권력자의 자녀들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비친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사회주의 원칙에 충실했던 모택동은 아예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을 안했나 봅니다.

모안영의 한국전 참전과 관련한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모안영이 한국전쟁에 나가겠다고 하자, 중국인민지원군 총사령 팽덕회(펑더화이)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만류했다고 합니다. 장차 중국의 대를 이을 후계자로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모택동은 “지도자라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아들의 참전을 말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팽덕회의 러시아 통역원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모안영은 참전 한 달 만인 1950년 11월 25일 미군의 공습을 받아 전사했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모택동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전쟁에서 왜 희생이 없겠느냐”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모안영의 시신을 중국에 가져오려고 하자, 모 주석은 다른 인민의 자식들도 돌아오지 못했는데 주석의 자식이라고 특별해서야 되겠냐며 아들의 시신을 북한에 묻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안영의 유해는 북한에 묻혔고, 그의 죽음은 북중 관계를 혈맹관계로 만드는 계기로 됐습니다. 만일 모택동이 권력을 자식에게 넘겨주려 했다면 모안영을 한국전쟁에 보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택동에게는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좌우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어떻습니까,

어려서부터 ‘귀공자’처럼 부귀영화를 누렸고, 프랑스와 스위스 등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에서 유학도 했습니다. 또 외부에 존재가 알려질까 봐 별장에 예술인들을 끌어들여 공연을 하게 했고, 농구선수단을 불러들여 농구시합도 벌였다고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13년 동안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씨가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군복무를 했다는 이야기는 고사하고, 탄광, 광산이나 농촌 등 어렵고 힘든 공사장에서 흙 한 삽 떴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군복무도 하지 않은 그가 하루아침에 인민군 대장 감투를 쓰고 2천3백만 명을 대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부족한 나이와 경험을 채우기 위해 할아버지 김일성을 흉내 내느라 몸집을 불구고, 옷차림이나 행동도 비슷하게 꾸미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주의를 한다는 중국과 북한의 권력자의 자녀들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그러면 김정일 위원장이 여태 가보지 않던 모안영의 묘를 왜 찾아갔을까요?

(북한 중앙TV 녹음) “김정일 동지께서는 반제자주,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피로써 맺어진 조중(북중)친선의 바통을 후대들에게 잘 넘겨주고 강화·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두 나라 공동의 역사적 책임이고 중대한 사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일은 앞으로 중국이 김정은을 버릴까봐 걱정스런 모양입니다. ‘국제주의’요, ‘피로써 맺어진 친선이요’하면서 해묵은 역사를 들먹이며 북중 관계가 혈맹임을 애써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과연 국제주의나 공산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북한은 이제 더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니라 봉건왕조 국가입니다.

지난해 헌법을 고치고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했는가 하면 얼마 전 당대표자회에서는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 사회건설’이라는 부분을 빼버렸습니다. 대신 북한의 명칭을 ‘김일성 조선’으로 아예 바꾸었습니다. 중국은 최소한 자기나라를 ‘모택동의 중국’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은 나라 전체를 김씨 왕조의 소유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김 씨 왕조의 영원 번영을 위해 김정일은 아들 김정은을 데리고 중국 지도자의 아들 묘역에 가서 ‘국제주의’에 충실하라고 오금을 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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