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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북한 언론 매체들이 금기용어인 ‘탈북자’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면서 한국에 나온 탈북자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탈북자를 직접 거론하며 비난하는 이유는 그들이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사회역량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에 정영기자입니다.
요즘 북한선전매체들에 ‘탈북자’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탈북자들을 동족대결의 돌격대로 써먹는 보수패당의 책동을 강력히 단죄한다”는 어느 한 월북자의 글을 싣고 한국에 나온 탈북자들을 맹비난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에도 노동당 대남사업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도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남한에 있는 탈북자 단체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앞으로 민족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첫째가는 처단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탈북자라는 주제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탈북자라고 하면 북조선을 탈출한 주민을 말합니다.
이유는 정치적 탄압을 피해 나온 사람, 살기 어려워 나온 사람 등 여러 가지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제3국에 나온 탈북자의 수는 약 10~3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그중 한국에 나온 탈북자만 약 2만 명에 달합니다. 한국에서는 70~80년대 정치적인 이유로 탈출한 사람들을 가리켜 귀순자, 또는 귀순용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이후 북한에서? 경제난으로 대량 탈출하는 주민들이 생기자 지금의 탈북자로 부릅니다.
한때 남한에서는 새터민이라고 부르자는 여론도 있었는데 정체성이 없다는 이유로 탈북자들이 반대했습니다. 새터민이라고 부르면 어느 나라사람인지 분명치 않고, 중국이나 제3국을 떠도는 탈북자들을 아우를 수 없다는 문제도 있어 그대로 탈북자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북한이 ‘탈북자’라는 용어를 가감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주민이 탈출했다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이라도 하듯 탈북자로 표현하고 있는데, 아마 국제사회에서 탈북자 문제를 하도 공론화하다보니 북한도 이를 관습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탈북자 용어에 대한 설명은 이만 줄이고, 그러면 왜 북한이 탈북자에게 엄포를 하고 나올까요?
현재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하나의 사회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 나온 탈북자의 수가 작아 소외계층이었지만, 지금은 2만 명이 되었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탈북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 준박사(석사)가 된 사람도 있고 또 다른 탈북자는 큰 기업에서 한 달에 미화 수천 달러씩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미 국무부에서 용기 있는 여성들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은 탈북여성도 있고, 음악으로 남북한이 하나 되는 통일을 만들고자 열심히 피아노를 치는 탈북자도 있습니다.
또 탈북자들끼리 단체를 조직하고 자신들이 북한에서 몰랐던 정보를 고향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고향의 소식을 외부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한사회에서 정치, 경제, 문화의 각 분야에서 제 구실을 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다급해진 쪽은 북한당국입니다.
그래서 요즘 북한은 탈북자들을 겨냥해 ‘첫째가는 처단대상’이라느니, ‘사람값에도 못 드는 인간쓰레기’라느니 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습니다. 원래 탈북자들이 북한을 떠난 것은 사람값에도 못 드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춥고 배고파서 굶어죽은 가족들을 봉분도 없이 뒷산에 묻어놓고 죽기 살기로 두만강을 건넌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체제사상에 반한다고 해서 감옥으로 끌어가 반죽음이 되어서야 내놓는 북한 사회에서 더는 살 수가 없어 나온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고향을 떠나도록 만든 게 누군데 지금은 첫 번째 처단대상이라고 으름장을 놓습니까,
한국에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들어오는 동안 북한에 들어간 월북자는 불과 몇 사람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월북자가 국경을 넘어 들어가면 다시 중국으로 추방합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니 받을 수 없다는 거죠. 남한에 나온 2만여 명의 탈북자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은 체제경쟁에서 한국에 비할 바 없이 열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도 2000년에는 탈북자들이 일시적 경제난을 참지 못해 중국에 갔던 사람들이라고 보고 관대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탈북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체제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탈북자들이기에 북한은 더욱더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북한 대남기구가 탈북자를 직접 거론하며 경고한 것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두만강 국경을 봉쇄하고 한 사람도 넘어가지 못하게 철조망을 두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 수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 되어 숨어 살던 탈북여성들과 러시아에 나무를 베러 갔다 월급을 주지 않아 도망쳐 나온 벌목공들이 망명길에 나섭니다.
아마 북한이 계속 통제해도 중국에 숨어사는 수만 명의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 좋던 인민들을 다 탈북하게 하고, 그 탈북자를 원수로 만들면 누굴 데리고 강성대국을 건설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