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탈북 청소년 대안교육 앞장 이영석 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고 싶었습니다' 순서의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에는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이 남한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정규 과정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일반적으로 ‘대안교육’이라고 부르는데요. 2001년부터 탈북 청소년의 대안교육에 힘쓰고 계시는 이영석 선생이 오늘 만나볼 주인공입니다.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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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탈북 청소년의 대안교육에 힘쓰고 계시는 이영석 선생. RFA PHOTO/ 박성우
이 선생은 ‘통일이 되고나면 함경북도에 대안교육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합니다. 왜 하필 함경북도냐고 물어봤더니, 워낙 이곳 출신의 탈북자들을 한국에서 많이 만나서 이젠 낯설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교육훈련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영석 선생을 지금부터 만나보시겠습니다.

박성우: 이영석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영석: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요즘 많이 바쁘신 걸로 압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영석:
평일에는 똑같이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요즘엔 주말을 이용해서 탈북 청소년과 서울 국제고등학교, 그리고 서울 경기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청소년들이 서로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준비한다고 좀 바쁩니다.

박성우:
학생들은 몇 명 정도씩 참석하나요?

이영석: 정확하게 인원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략 탈북 청소년 10여명, 경기여자고등학교 10여명, 서울 국제고등학교 10여명, 이렇게 약 30여명의 청소년과 자원봉사자를 합해서 33명에서 35명 정도가 매회 참석하게 됩니다.

박성우:
학생들의 구성이 흥미롭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하게 됩니까?

이영석:
먼저 (학생들의) 구성 자체를 보시면, 국제고등학교 친구들은 외국에서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정착하는 친구들이고요. 우리 탈북 청소년은 다 아시겠지만 북한을 떠나 한국에 정착하는 친구들이고. 서울 경기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학생들입니다. 그래서 서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다른 문화를 서로 만나면서, 서로 교류하면서 또래문화를 익혀가도록 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요. 앉아서 강의를 듣고, 이런 것보다는 서로 어떤 목적을 두고 이걸 이뤄내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박성우: 예를 들자면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이영석:
농촌 봉사활동도 준비하고 있고요. 봉사활동도 그냥 국제고는 여기, 경기여고는 여기, 우리 탈북 청소년은 여기, 이렇게 따로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섞여서 하는 프로그램이고요.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자는 차원에서, 서로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이걸 함께 먹으면서) 자신의 고향에 대한 소개도 하면서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그리고 실제로 어떤 문화장소나 우리나라 정부 부처에 가서 ‘어떤 곳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서로 조사해서 발표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이런 식으로 약간의 경쟁심을 불러일으켜서, 경쟁을 일으켜서 또래문화를 익히고 친구가 되어가는 거죠.

박성우:
그럼 언제까지 이런 활동은 지속되는 겁니까?

이영석:
현재는 올 12월까지 계획이 다 잡혀있고요. 1월을 기점으로 자체 평가를 내린 다음에 프로그램은 지속되겠지만, 어떻게 더 향상된 수업으로 갈 건지에 대해서 계속 논의하고 진행할 예정입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말씀 중에 학생들이 ‘경쟁’하도록 만든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들을 보살핀다든지 아니면 한국 사람들이 이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준다든지,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대다수였거든요. 그런데 ‘경쟁’이라는 단어를 들으니까 좀 색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구상을 가지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셨습니까?

이영석:
경쟁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면 너무 치열하게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경쟁은 조금 편안한 상태에서 자신의 발전을, 자신의 개발을 요구하는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사회에서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 하는 프로그램은 굉장히 많습니다. 자신감 고취를 위해서 하는 게 대부분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프로그램이 끝나버리더라고요. 자신감이 향상된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끝나버리니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선보여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청소년들은, 또래문화 청소년들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서로 알아가자는 거죠. 서로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경쟁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정리를 하자면, 경쟁을 통한 어울림을 배운다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이영석: 그렇죠.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또래문화를 익히면서 친구를 만들어가는 거죠.

박성우: 선생님께서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기대하는 바가 뭔가요?

이영석: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여기에 참여하는 국제고 학생들과 경기여고 학생들이 우리 탈북 청소년에 대해서 편견 없이 서로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는 게 하나의 목적이고요. 두 번째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쟁력을 갖는 겁니다. ‘아, 이런 것도 해 봤고, 이런 게 있구나.’ 그리고 세 번째로는 탈북 청소년과 남한 청소년이 함께 서로 나중에 친구가 되어가는 거죠. 이런 걸 통해서 5년, 10년 뒤에도 친구가 되어 있는 게 목적입니다.

박성우:
참석하는 학교를 보면, 서울에 있는 경기여자고등학교는 역사가 100년이 넘은 전통 명문 중 하나고요. 국제고등학교를 말씀하셨는데, 거기도 상당히 똑똑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잖아요. 일견 생각하기로는 학교의 협조를 구하는 게 좀 힘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땠습니까?

이영석: 일반적으로 탈북 청소년과 관련한 행사를 위해 접촉을 해 보면, 막연한 두려움이 좀 있으신 거 같아요. 학생들의 공부에 지장도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관심은 굉장히 많으시지만 적극적으로 같이 해 주시는 분이 좀 적었는데요. 그런데 이번 서울경기여자고등학교와 국제고등학교에서는 적극적으로 담당 선생님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주시면서 행사를 같이 할 수 있게끔 많이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박성우:
또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근본적인 질문입니다만, 학생들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이영석:
저도 확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왜냐면 저도 아직 모르겠고, 우리 청소년들이 어떻게 준비하느냐,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것 같기 때문에, 저도 확답으로 ‘자신 있다’고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그런데 서울 경기여자고등학교나 우리 탈북 청소년들, 그리고 국제고등학교 친구들이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아마 굉장히 잘 어울려서 뭔가 하나를 만들어 갈 것 같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호기심에, 또는 동정심에 의한 모임이 아니라, 서로의 개발을 위해서,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만나기 때문에, 아마 모임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영석 선생님께 개인적인 질문을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탈북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계신 대표적인 선생님들 중 한 분이신데요. 언제부터, 그리고 어떤 계기로 하시게 됐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이영석:
처음엔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하는 자원봉사자 교육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계기는 교수님이 장난삼아 가보라고... (웃음) 서울에 있는 여대생들이 엠티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셔서 참여하게 됐는데...

박성우: 엠티라는 건 학생들이...

이영석:
같이 놀이를 하는 거죠. 같이 먹고 자고 하면서 서로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다고 해서 참석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웃음) 그때 2001년에 북한에 관한 사실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땐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제가 배워온 북한의 실상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탈북 청소년을 만나고 탈북 동포를 만나면서 ‘뭔가를 해야겠다, 미천하지만 조금이라도 뭔가, 같이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야겠다’ 싶어서 2001년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하게 됐고요. 활동을 하면서 대학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뭔가 아쉬워서 본격적으로 친구들에게 좀 더 큰 도움이 되고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에서 2005년부터 일하게 됐습니다.

박성우: 그럼 앞으로 목표하시는 바도 이쪽 분야와 관련돼 있나요?

이영석: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통일이 됐을 때 어느 한 지역에서 우리 청소년에게 대안 교육을 준비해 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무래도 저는 우리 탈북 청소년들과 몇 년 동안 생활을 하면서 이 친구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혼란스러웠던, 힘들었던 부분이 뭔지를 간접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청소년도 똑같이 느낄 것 같거든요. 그런 걸 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하나 세우는 게 소원입니다.

박성우:
통일이 되고 나서 북한에요?

이영석:
특히 함경북도 지역에요. (웃음)

박성우: 왜 그렇습니까?

이영석:
왜냐면 함경북도 지역은 이제 저는 지도도 그리겠어요. 온성군이나 샛별, 이런 곳은 워낙 많이 들어서 마을 지도를 그릴 정도가 되다 보니까, 왠지 남이 아닌 친척들 같아요.

박성우:
거기서 탈북자들이 워낙 많이 들어와서 그렇군요?

이영석:
네. 워낙 많이 들어오고요. 가족처럼 지내는 친구들이 대부분 함경북도 출신이 많다보니까, 그냥 다른 친척들이 그냥 함경북도에 계신 것 같아요.

박성우:
알겠습니다. 이영석 선생님이 기대하시는 데로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통일이 되고나서 좋은 학교를 북한에 세우실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교육훈련 팀장으로 일하고 계시는 이영석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영석: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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