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이야기: 추석이면 더욱 고향이 생각나


2007.09.25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25일은 한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민족 대이동'이라고 해서 추석 때면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상봉하느라고 남한의 넓은 고속도로가 꽉 막혀서 주차장이 되어 버리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이산가족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한 날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평안북도 영변이 고향인 올해 78살의 김해남씨는 추석이 달갑지 않습니다. 고향땅에 묻혀드리지 못한 부모님과 형제들 생각에 가슴만 아프기 때문입니다.

김해남: 특히나 추석 때가 가까워 오면 괴로워요. 그것은 실향민들은 다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어떤 실향민들은 추석 때만 오면 달력을 외면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도 그 사람들 중 한사람입니다.

역시 미국에 거주하는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올해 86살의 박상원씨도 명절이 싫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과 북 간에 왕래가 자유로워 져서 가족들이 살아 있는 고향에서 추석을 함께 보내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지만 언제 그런 날이 올지 한숨만 나옵니다.

박상원: 제일 보고 싶은 것은 조강지처하고 큰아들과 둘째 아들, 셋째 딸 그리고 손주들이 보고 싶지. 그런데 지금은 불가항력이여서 어떻게 도리가 없잖아. 통일은 갑자기 이뤄 질 수 있도록 안 되겠지만 이북에 왕래가 되어서 가족을 방문해 주면 어떨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나이가 이제 많아서 죽기 전에 한번 고향에 가서 가족들 보고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 그 생각뿐이야.

또 캐나다에 거주하는 올해 75살의 한윤직씨는 추석 명절 음식을 마련한 돈으로 북한 수해 돕기 성금을 냈습니다. 북한에 살아있는 가족 친척들에게 주고 싶은 추석 선물을 대신한 것입니다.

한윤직: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에 있는 모든 형제들을 직접 위로하지는 못할 지언정 물난리를 위해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성금을 하자 해서 모금을 한창 하고 있거든요. 우선 같은 고향에 계신 분들을 찾아 뵙지는 못하지만 추석을 잘 지내시도록 한 마음으로 바라는 것뿐입니다. 평화적인 통일이 될 때까지 모두 건강하게 살아계시고 세계는 모두 마음대로 갈 수 있지만 이북만은 아직 못가지 않습니까. 빨리 평화적인 통일이 되어서 건강한 몸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국 버지니아주 평안 도민회의 강병춘 회장은 이런 이산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기 위해 공동 차례상이라도 마련하고 싶지만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합니다.

강병춘: 지금은 추석이니까 고향 생각 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런데 어떻 하겠어요. 저희는 나이 잡수신 분들이니까 그런거(추석 행사) 1년에 한번 두 번 하는 것도 힘들고 벅찹니다. 연세들이 자꾸만 드시니까 70이 다 넘어가고 80 중반으로 넘어가니까 고향생각도 더 나고 아무래도 젊었을 때 보다 몸도 더 불편하고 그러니까 더 생각이 나죠. 언제 한번 고향에 발을 들여 볼까 하는 생각도 들겠죠. 한국에 추석이 되면 조상들에게 성묘도 가고 차례도 지내고 하는데 지금 미국에 와서 계시니까 어디 가서 그럴 때가 없잖아요 마땅한 장소도 없고.

그나마 남한에 있는 이산가족들의 형편은 조금 낫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진경성씨는 매년 추석이면 남한 이북5도민회에서 주최하고 있는 임진각 망향제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제사도 지내고 또 같은 처지에 있는 실향민들과 아픔도 나누기도 합니다.

진경성: 명절 때 남들은 추석이다 구정이다 고향에 다 가는데 성묘도 하고 그러는데 우리 실향민은 그것이 없습니다. 갈래야 갈 수 없는 고향이니까요 혹시 한국에 와 봤는지 모르는데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합니다. 구정하고 추석 때 거기 가서 참배하고 통일 때까지 동생들이 살아 있어 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풍성한 수확이 있고, 긴 연휴가 있으며, 가족과의 만남이 있어 즐거운 민속의 명절 추석. 그러나 북한이 고향인 이산가족들에게는 일년 중 가장 가슴 아픈 날 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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