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이야기: 이덕우 할아버지의 사연


200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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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천만 이산가족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생사여부는 물론 생존해 있는 핏줄들에 대한 소식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이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년에 두 차례 정도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한번에 2백명 정도만 만나는 현재의 상봉행사로는 대부분의 이산가족들 1세대들이 죽기 전에 휴전선 반대쪽의 혈육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새 주간기획 '이산가족 이야기' 그 첫 순서로 남한에 있는 이덕우 할아버지의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올해 79살 (일흔 아홉 살인) 이덕우 할아버지는 경기도 개풍군이 고향이며 한국 전쟁 때 헤어진 남동생 이준우씨와 여동생 이선우씨를 찾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어디신가요?

이덕우: 개풍군 중면 대룡리 용전동입니다.

남한에는 누구와 오셨나요?

이덕우: 내가 3남 1녀의 장남인데 남동생 상우하고 둘이만 나왔지 나머지 가족들은 남겨두고.

어떻게 헤어지게 되셨나요?

이덕우: 나는 서울 철도청에서 근무했는데 625 때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못나왔지.

가족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나시나요?

이덕우: 마지막 모습은 아버지가 임진강까지 마중 나오셔서 아버지하고 마지막 이별을 임진강에서 했는데 거기가 휴전선이 있어서 낮에는 건너지 못해요. 그래서 밤에나 건너는데 아버지가 달밤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던 것이 마지막이지. 아버지는 가서 평안이 있다가 평화가 오면 돌아 오거라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어.

그 때 지으신 시가 있다고 하셨죠?

< 내마음도 애닮픈 임진강 나루터>

십오야 달밤은 유난히도 밝구나 흔들리는 조각배에 이내몸 실고서 갈곳은 어디인고 부모형제 두고서 창공에 뜬 달빛은 물 위에 어리어 떠나는 이내 마음 혼란케 하더라

아버님하고 이별할 때 내가 지은 것인데 나는 달밤에 집사람하고 배타고 건너고 아버지는 우리를 배웅 하면서 손을 흔드는데 생각이 나서 지은거야

언제 고향생각이 가장 나세요?

이덕우: 명절 때 그리고 행사가 있으면. 애들 결혼이라든가. 좋은 일이 있으면 부모님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 걱정만 하고 평생을 속아 살았지. 반세기를 금년에는 될까 해가 바뀌면 될까 기다리다가 이제 지쳐서 한숨도 멎었고 눈물도 멎었고.

이산가족신청은 하셨죠?

이덕우: 했었지. 소식이 없어. 우리는 공무원생활을 했고 아무튼 그것도 감투라고 그런 사람은 있어도 없다고 해요.

북한에 있는 동생들에게 부치고 싶으신 편지를 준비하셨다고 하셨는데, 이번 기회에 전해주시죠.

이덕우: (편지) 경의선 철길은 끊어진지 오래이건만, 임진강 물은 지금도 유유히 흐르고 있어 한없이 원망스럽다. 엎어지면 코 닿을 듯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 비통하기만 하다. 평화가 오면 오겠다고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임진강을 건너 온 것이 50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이 흘러가 이제는 기다리다 지쳐서 눈물도 말랐고 한숨도 멎은 지 오래이니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보고 우리 가족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이산가족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울게 만들었다.

선우야 준우야, 부모님을 너희에게 부탁하고 훌쩍 집을 떠났으니 그동안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 우리들만 떠나온 것이 늘 마음에 걸리고 불효자식임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준우야 그동안 네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다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을 모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부탁을 한다.

언젠가는 통일이 되겠지. 나는 슬하에 3남 1년를 두었다, 작은 오빠는 2남 2녀를 두었다. 너희들도 결혼을 하여 슬하에 자녀를 두었겠지 우리 좀 더 참고 기다려보자. 우리 형제는 비록 몸은 떠나 있지만 항상 잊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너희들을 생각한다.

부디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아가길 바란다.

이덕우 할아버지의 가족들에 대해 소식을 아시는 분이나 그 밖에 자신의 이산가족의 사연을 전달하고 싶으신 분은 RFA '이산가족 이야기' 담당자 앞으로 사연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우편으로 보내실 분은 일본 동경 중앙 우편국 사서함 507호로, 이메일, 즉 전자우편으로 보내실 분은 nk@rfa.org , 팩스를 이용하실 분은 미국 팩스 번호 202-530-7765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사연 부탁드립니다.

워싱턴-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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