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탈북 대학원생 김성남씨 "통일 후 잘사는 북한 만들기 앞장"

남한에 사는 탈북자 수는 1만 6천 여명. 그중 대학에 다니는 탈북 청년은 1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09-07-3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가족이 모두 탈북해 남한에 간 뒤 대학에 다니는 탈북자는 그나마 경제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부모나 형제에게 의지하며 외로움이 덜하겠지만 홀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안정적으로 학교 공부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꿈은 이뤄진다’ 이 시간에 소개할 주인공은 20대 후반의 탈북 청년인 김성남(가명) 씨입니다. 남한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김 씨는 현재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김성남: 북한에 있을 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부모님이 북한에 친척이 없었습니다. 또 젊었을 때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해보자고 생각해 탈북했습니다.

김 씨가 탈북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공부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남한에 간 다른 탈북자들이 식량난으로 또는 탈북 과정을 거치면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해 남한에서 자기보다 서너 살 어린 학생들과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김 씨는 학력을 인정받아 바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남한의 학생들과 큰 나이 차이 없이 대학생활을 시작한 김 씨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자유롭고 신기한 남한의 모습을 따라 했습니다. 머리에 노랑 물감들이기는 2002년 남한 대학생들 사이의 유행이었고 김 씨도 미용원에 가서 똑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18금짜리 귀걸이도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남한사람 따라 하기가 햇수로 7년째. 21살에 북한에서 혈혈단신으로 탈출해 이제는 2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김 씨는 자기 주변뿐만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청년이 됐습니다.

김성남: 제일 감사한 것은 젊어서 한국에 올 수 있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와서 공부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 변하고 있는 중이고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통일을 고민하고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친구가 많고 그 친구들은 결국 안정적인 한반도 통일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박사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 씨의 학교생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유혹과 두려움을 극복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남한생활 초기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면 악몽에 시달렸고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서툰 현실이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남한 정부가 대학공부를 원하는 탈북자에게는 학비를 지원하고는 있지만 지원금이란 것이 공부하면서 아무런 걱정없이 생활까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금액은 아닙니다. 또 같은 시기에 대학에 간 다른 탈북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공부를 포기하고 사회로 나갈 땐 마음의 동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남한에서의 성공의 기준을 첫째로 대학졸업을 손꼽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졸업을 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교육 과정이 너무 틀리고 아무런 연고 없이 학교에 다녀야 했기 때문에 학교생활은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이었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성남: 대학 2학년 때 즈음 이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잘 안 나왔습니다. 저랑 같이 한국에 온 다른 탈북자 친구는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얼마 벌었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친구가 부러웠고 혹시 내가 대학 졸업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사회로 나가서 돈을 버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고요. 대학을 졸업해 봐야 탈북자인데 과연 좋은 곳에 취직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돈을 벌던지 다른 친구들처럼 외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그런 고민도 있었습니다.

김 씨가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들은 국제 사회와 국제 관계, 북한 문학의 이해 그리고 한국의 정치 등입니다. 영어로 하는 수업이나 자본주의의 정치ㆍ경제를 주제로 하는 수업 등은 당혹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점수가 나빴지만 이는 시간이 갈수록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문제는 해결됐습니다. 정치와 언론은 특히 적성에 맞았고 흥미를 느끼면서 한 과목이었습니다.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는 “시간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서 학교에 다녀야 했는데 용돈 받으며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러워질 때가 있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소원인 자기로선 때론 설움에 북받치기도 했다” 라고 말입니다. 실제 김 씨는 맥주를 마시는 전문 주점이나, 신문 배달, 거리에서 간단한 요기가 될 수 있는 빵을 만들어 파는 일도 했습니다.

김성남: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수십 가지 일을 했습니다. 영화 촬영소에서 일도 하고 배달일도 다녔고, 방학 때는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봅니다. 젊은 시절에 스스로 땀 흘려서 땀의 댓가를 경험한 것도 중요하고 그런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북한에 있었을 때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도 봤고 했지만 여기는 아무리 못살아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고 냉장고, 텔레비전, 세탁기가 없는 사람이 없잖습니까?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것이 힘들지만 나는 천국에 와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김 씨는 처음 계획 했던 것처럼 4년을 한 번의 휴학도 없이 다녀 졸업을 했고 잠시지만 정치인들을 통해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특히 정치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는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는 확신도 갖게 됐습니다.

김성남: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권력의 공평한 배분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독재 체제로 가고 있는 것이 국민에게 분배돼어야 할 권력이 김부자에게 집중됨으로써 그것이 독재 체제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합니다. 북한에서 살아봐서 아는데 출신 성분에 다 막혀 있고 힘이 없고 권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우리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힘이 있습니까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오직 자기가 노력해서 그런 기회를 얻고 성과를 보는 데 대학 갈 수 있는 문이 열려 있습니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판검사가 될 수 있는 이런 것이 우리 탈북자들에게 희망입니다.

하루에 6시간은 공부한다. 남한 사회에서 좋은 직장을 갖거나 원하는 일을 하려면 영어는 기본이다. 정치 사회과학 책들을 전부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틈틈이 책방에 가서 읽는다. 이것은 김 씨가 자신과 약속한 생활신조 입니다. 부지런함과 강한 의지가 없다면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들입니다. 김 씨가 현재 대학원 졸업 논문으로 준비하는 주제는 ‘북한의 권력 구조와 남북한 통일방안의 비교분석’입니다. 대학 때는 정부의 지원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대학원은 아닙니다.

김성남: 대학원은 고급 학문을 배우는 기관이라서 국가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습니다. 저는 정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어느 정도 대학원에 다닐 수 있는 돈을 벌었습니다. 그 돈으로 대학원에 다니는데 그래도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대학원이 1년에 1,200만원 정도가 학비로 들어가고 교재비를 포함해 많은 기타 돈이 들어가서 지금도 여러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 꿈이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했을 때 지금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재미나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있는 천 여명의 탈북 대학생들은 경영학, 중국어, 컴퓨터,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인이 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김 씨도 그런 탈북자 중 한 명입니다. 김 씨는 고백합니다 어렸을 때 남한에 왔으면 자기밖에는 몰랐을 것이다. 또 성공해 돈을 많이 벌어서 북한에 가는 것이 내 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했고 결국은 통일이 되는 날 고향으로 가서 남한과 같이 잘사는 자유민주사회 시장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꿈으로 바뀝니다. 그런 꿈을 향해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김 씨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꿈은 이뤄진다’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정치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는 탈북자 김성남(가명) 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하고 싶은 말 (0)
Share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