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행보는?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19.03.08
trump_kim.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이 불발되면서 향후 북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를 언제쯤 수용할지도 관건입니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표면적으로만 보면 지난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미국은 회담 직후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 의사를 밝히고 있고요. 북한이 이 같은 미국의 의사를 수용할지 주목되는데, 북한은 현재 어떤 대미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까요?

고영환: 지난 2월 27~28일 사이에 베트남, 윁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결렬됐습니다. 북한 인민 뿐만 아니라 전체 한반도 그리고 전세계가 성과를 기대했던 미북회담이 결렬이 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미북협상이 지속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북한은 서운함을 내비쳤는데요.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일종의 장외 여론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일 북한이 긴급하게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계산법에 굉장한 의아함을 가지고 있으며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최선희 부상은 같은 날 오후 김 위원장의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한국의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날 회담 결과에 대해 김 위원장의 실망감이 큰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실망보다는 미국의 거래 방식,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신다”고 전했습니다. 최 부상은 이어 자신의 견해라는 전제를 달면서 “김 위원장의 생각이 좀 달라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부상은 “미국과 대화를 계속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가 했던 요구사항들이 해결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보니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최 부상과는 달리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선전기관들은 이번에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처럼 보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현재 이번 회담의 판이 깨진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향후 어떠한 대미 전략을 취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는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목용재: 미북 정상회담 직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밝힌 ‘새로운 길’이 무엇일지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앞서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언급한 바 있는데요. 미북 관계가 2018년 이전의 상황, 즉 양측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최선희 부상은 회담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조성하는 방법,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확대해 핵무기고를 강화하는 방법,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자력갱생의 구호 밑에서 버티는 방법,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하고 제재해제를 얻어내는 길 등 크게 네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 긴장조성 방법은 미국의 반발을 부르며 강력한 제재를 불러와 체제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미국과의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시 나빠진다고 하면 김 위원장의 지도력에 흠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은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마지막에 언급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완전한 폐기는 북한 체제 속성상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비밀리에 핵무기 생산을 늘리고 자력갱생 구호를 들고 나가면서 이른바 ‘버티기’에 돌입하는 방안인데 이마저도 북한이 처한 경제적 상황으로 봤을 때 쉽지 않습니다. 일단 북한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미 여론전을 벌이는 동시에 대미 협상력을 키우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지도부가 현재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 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미북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미 관련 협의를 재개했는데요.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논의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과 미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북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한미 정상회담이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담이 결렬된 직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지고 “가까운 시일 내에 직접 만나자”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25분 동안 전화통화를 갖고 미북회담의 주요 결과와 평가를 공유하면서 한미 공조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가졌습니다. 한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제일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조속히 만나서 프로세스, 즉 비핵화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이날 미국의 기자들과 만나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측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해 나갈 것인지를 경청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시간으로 1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후속 협상과 관련해 “비록 아직 확약된 바는 없지만 협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며 향후 수주 내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간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미북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을까요? 김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되면서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의 서훈 원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관련해 “서둘러 논의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현재 북한이 “내부 전략을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은 답방 시기가 언제냐는 것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톱다운 방식, 즉 최고지도자들이 만나 회담결과를 도출하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비핵화 접근 방식이 하노이에서 실패했고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충격을 많이 받은 상태라 이러한 심리적 상황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지 않은 상태라 북한 지도부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많이 늦어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목용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항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바 있는데요. 조만간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베트남에서 열렸던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28일 베이징을 방문한 뒤 다음날인 3월 1일 다롄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롄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해 5월 북중 정상 간 2차 회동이 이뤄졌던 장소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지난해에 김정은은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각각 1회씩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하노이 미북회담의 판이 깨지면서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숙의를 끝내고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공동의 대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통과를 위해 중국 철도를 내주고 각별한 경호 조치를 취해준 중국 지도부에 사의를 표하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말씀대로 북한으로서는 현재 향후 행보에 대해 깊이 숙고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북 간의 비핵화 회담도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 같군요.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고맙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