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존전략, 김일성 ‘자력갱생’ 답습”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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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경자년, ‘하얀 쥐의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 북한은 이례적으로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는데요. 그 의도와 새해 전망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영환: 새해 축하합니다.

목용재: 새해가 밝은 만큼 북한의 신년사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신문은 1월 1일 1면에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대신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를 게재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당과 국가의 최고 자리에 오른 2013년 이후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북한 TV에서는 신년사 대신 지난 달 진행된 당 전원회의 결과 기록 영화를 방영했습니다. 김일성 국가주석도 1986년 12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신년사로 대체했고 그 전인 1956년 8월, 이른바 ‘8월 종파사건’ 이 있었던 해 12월에도 전원회의를 하고 이를 신년사로 대체한 적이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북한의 상황을 1956년 8월 종파사건 때 만큼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할 때 김일성 사상 연구실에서 김일성 주석의 1956년 8월 전원회의 연설 사진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1956년 8월 김일성 주석은 흰 셔츠를 입고 연설했습니다.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이 엄동설한에 흰 셔츠를 입고 연설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조부인 김 주석을 닮았으며 지금의 북한 정세가 이른바 ‘반동분자들이 설쳤던’, 그래서 김일성 주석의 권좌가 위태로웠던 1956년과 같다는 것을 간부들과 인민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목용재: 결국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0년 신년사를 대체했다는 얘긴데요. 이번에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고영환: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통해 대내외에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는 전원회의 결과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선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 등과 관련된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 첫번째 내용은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가능한 생산 잠재력을 총발동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할 것” 입니다. 즉 내부 주민 단속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경제, 인민생활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북한이 경제를 첫번째 의제로 내놓은 것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이른바 ‘준엄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력부강, 자력번영 외에 다른 수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 속성상 초래되는 만성적인 경제난에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추가된 상황에서 북한이 경제를 되살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도 이번 전원회의에서 “국가 경제의 발전 동력이 회복되지 못했다”,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띠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경제 과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집행력, 통제력이 미약하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전원회의 결정문에 자력이라는 단어가 23회, 정면돌파가 22회나 반복된 것은 북한의 ‘새로운 길’이라는 것이 결국 김일성 주석이 내놓은 ‘자력갱생’ 정신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1950년대나 2020년대나 북한의 생존전략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의 이번 대미 메시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자극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고,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되는데요.

고영환: 2019년 12월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사실상 핵-경제병진노선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원회의 결과 발표에서 북한은 “병진의 길을 걸을 때나 경제건설 총력 집중 투쟁을 벌이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하며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줄기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미북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이른바 “시간 끌기, 대북압살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미국과의 약속에 매이지 않겠다”고 하면서 미국에 대해 ‘충격적 실제행동’을 예고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다만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향후 입장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입장 변화에 따르는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은 하지 않은 점, 미국의 “대응 방안에 따라”라는 조건을 전제한 점 등은 북한이 미국을 도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두고보자”라고 발언함으로써 직접적인 대응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미국이나 북한 모두 2017년 말의 ‘화염과 분노’ 시절로 회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현 미북관계를 평가하고 싶습니다.

목용재: 이번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 고위 간부들의 직위 변동도 있었는데요. 주목해서 보신 부분이 있습니까?

고영환: 북한은 이번 당 전원회의에서 대대적인 당 간부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4월 전원회의에서 간부사업을 한 김정은 위원장이 8개월만인 지난해 12월 다시 한 번 당 기구를 개편한 것은 김 위원장이 현 정세를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이번에 정치국 위원으로는 리일환, 리병철 등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는 김정관, 박정천, 김형준 등이, 당 부위원장들로는 리일환, 김형준, 리병철, 김덕훈 등이 새로 임명됐습니다. 북한 노동당 내 전문 부서장이 15명 안팎인데 그 중 10명이 교체 또는 이동한 겁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여정의 인사 이동과 리병철, 김형준의 승진, 리수용, 오수영, 로두철 등의 해임입니다. 리병철은 당 제1부부장에서 일약 당 부장 겸 부위원장으로 승진했고 러시아 대사, 외무성 부상을 지낸 김형준이 당 부위원장으로 전격 승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유학 시절 후견인 역할을 한 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 리수용이 해임된 것도 이례적입니다. 가장 특이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현재 제1부부장임에도 다시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소개한 것입니다. 김여정이 선전선동부에서 조직지도부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농구 선생님으로 알려진 최부일 전 인민보안상이 당 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목을 끕니다. 여러 사정상 최부일이 당 군사부장으로 승진한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목용재: 위원님. 마지막으로 이번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올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전망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우선 대내 부문을 전망해보겠습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유지한다고 발표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전략무기 개발 지속을 통한 경제-핵 병진노선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원회의 결과문에서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줄기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경제 부문을 “내각 사업이자 당 중앙위원회 사업”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경제 관리에 대한 당의 개입 확대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적으로 미북관계, 남북관계는 후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충격적 실제 행동’, ‘새로운 전략무기의 목격’ 등을 운운하여 미북관계가 앞으로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달리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한국과의 접촉이나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발사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하는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엄동설한에 ‘고난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원회의 결정문을 받게 된 북한 인민들이 얼마나 속을 태울지, 새해 첫 방송을 하는 지금 제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목용재:.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 자립, 자력을 강조하며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 것을 보면 올해도 북한의 비핵화나 개혁개방 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원님께서도 ‘고난의 길’을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염려하셨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올해 들어 더 열악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올해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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