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남한이 준비 태세 갖췄을 때 북 도발 없었다"

서울-박성우, 고영환 xallsl@rfa.org
2010.12.24
big_drill_305 23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공지합동화력훈련에서 K-1 전차가 기동 중에 목표물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한국군이 20일 연평도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우려됐던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어수선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그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어수선한 한 주였습니다. 북측은 남측이 연평도에서 사격 훈련을 재개하면 “예상할 수 없는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지요. 하지만 정작 사격 당일에 북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군이 연평도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하면 북한은 이에 대해 2차, 3차로 타격하고 적의 아성을 들어내겠다면서 협박했는데요.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지난 20일 1시간 34분 동안 연평도 앞 한국 영해에서 포 사격 훈련을 했습니다. 한국군이 한국 영해에서 정상적이고 방어적인 포 사격 훈련을 하는데, 북한이 이걸 ‘하라, 하지 마라’ 하는 것도 비정상적이고 비논리적인데요. 그보다 더 웃기는 건 포 사격 훈련을 하면 ‘들어내겠다’고 위협을 하더니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날 저녁 최고사령부 보도가 나온 걸 보니 ‘남한의 비열한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놨는데요. 북한이 포사격 훈련에 대응하지 않은 걸 보면, 한국군이 철저히 대응 준비를 하고, 전투기를 띄우고, 북측의 해안포가 포문을 열고 연평도를 사격하면 반격할 준비를 다 하니까, 무서워서 도발을 못 한 거라고 보이고요. 또 미국 등 주변 나라들이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있으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한 데 대한 두려움의 표시라고 볼 수 있고요. 북한이 이제까지 도발한 걸 보면, KAL기 사건도 그렇고, 연평도 포격 사건도 그렇고, (1968년) 청와대 사건도 그렇고, 항상 평온할 때,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있을 때, ‘설마 북한이 청와대를 습격하겠는가’, ‘설마 북한이 연평도 같은 사민(일반 시민)이 살고 있는 섬에 포격을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할 때 도발해 왔거든요. 그런데 항상 한국군이 준비 태세를 제대로 갖췄을 때에는 한 번도 도발한 적이 없어요. 이건 북한이 한국군의 대응을 무서워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남측의 이번 훈련에는 유엔사와 군사정전위 관계자들이 참관했지요. 그 의미는 뭐라고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이번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은 한국군이 한국 영해에서 남쪽 방향으로 한 건데요. 여기에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대표 5명과 군사정전위원회 대표 4명이 참가해서 포 사격 훈련을 참관했어요. 이들이 한국군의 군사 훈련을 참관한 것은 북한이 워낙 ‘남한이 군사 도발을 한다’고 억지를 부리니, 이 훈련이 방어적인 것인지, 국제법에 어긋나는 건 없는지, 정전협정을 어기는 건 아닌지를 지켜보자는 게 목적이었고요. 이 사람들이 지켜본 데 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군사정전위원회는 1953년 7월 정전협정을 맺고 나서 이 협정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감시하기 위해 만든 국제기구라는 점을 참고로 말씀 드립니다.

박성우: 이명박 대통령은 “국론이 분열되면 북한이 우리를 넘본다”고 말했습니다. “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고도 말했는데요. 남남갈등을 유발하고자 하는 북측의 의도를 간파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연평도 사격 훈련을 한 바로 그날,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했는데요. ‘북한은 우리의 국론이 분열됐을 때 우리를 넘보기 때문에 우리가 단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남북한 국력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고 볼 수 있거든요.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군사력도 만만치 않고요. 북한은 일반 경제만 놓고 말씀 드리면, 거의 아프리카 빈민국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강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론, 그러니까 국민의 의견과 여론이 갈라지고 단합이 안 되는 경우에, 특히 그 나라의 이웃 중에 호전적인 국가가 있을 경우에, 그 호전적인 국가가 그 경제력이 강한 국가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대통령의 이야기는 ‘현재는 위기 시기이니 국민이 단결해서 하나가 되면 아무리 호전적인 국가라고 해도 감히 넘볼 수 없다’는 겁니다.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국민이 단결해서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말을 한 거지요.

박성우: 통일부가 다음 주에는 ‘업무보고’를 하게 되는데요. 대북 정책의 변화가 좀 있을까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통일부가 29일 대통령에게 내년도 업무보고를 합니다.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정부 각 부처, 그러니까 북한말로 각 성을 돌면서 상과 부상, 그리고 국장과 함께 다음 해에는 뭘 중점적으로 할 건지를 듣고, 대통령이 의견을 내놓고, 지시도 하는 건데요. 가장 초미의 관심사는 내년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겠느냐는 겁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연평도 사건같이 군사 모험주의를 계속하는 경우엔 한국의 대북정책엔 변화가 없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원칙적인 대북정책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만약 북한이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정책, 그러니까 개혁 개방 정책을 취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고, 군사 모험주의를 그만두고, 남북 공생공영의 정책을 취한다면 한국은 북한 인민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강력한 원조와 지원을 하겠지요.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북한에는 이런 변화가 없을 듯하니 한국도 변화 없이 지금과 같은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지속하지 않겠느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희천 발전소를 올 들어 네 번째로 시찰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네 번씩이나 희천 발전소를 소위 ‘지도’했는데요. 희천 발전소를 2012년 강성대국 선포하기 전에 꼭 완공하라는 지시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경제의 ‘밥’이라고 할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문제인 전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또 한편으로는 연평도 사건, 우라늄 정제 사건, 핵 억제력 강화, 천안함 사건, 이런 외부적으로 강력한 도발을 해 왔지만, 자기는 인민 생활을 보살피는 경제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이 겉으로만 이런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정말로 국민들의 생활, 생필품, 식량, 전기 같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내년에는 전환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박성우: 경제 발전이 북한으로서는 급선무겠지요. 경제의 개선을 위해서 북한이 뭘 해야 하는지는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다는 점, 이건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다 알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 드립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