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본 2024 전망
2024.01.05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를 통해 핵무기 사용 및 전쟁, 대남관계 청산 등을 언급했는데요. 이번 전원회의 평가와 향후 북한의 행보 전망 등을 고영환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으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목용재: 먼저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를 어떻게 보셨는지 전반적인 평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30일 열린 당 전원회의 제 8기 9차 전원회의 5일 차 회의 결론 연설에서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냉철하게 분석한 데 입각하여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할 데 대한 노선을 제시하였다”고 북한 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한국이 북한을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고 발언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만일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핵 위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고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에도 핵무기 고도화를 추진하고 군사정찰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이번 8기 9차 전원회의 발언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하는 부분은 조부와 부친이 추진해 온 연방제 방법으로 통일을 할 데 대한 통일노선을 김정은 총비서가 손바닥처럼 뒤집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한국이 더는 같은 민족이 아니고 한반도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적대적인 국가가 존재한다는 이른바 ‘두개 조선’, ‘두개 한국’, 분열 노선을 당의 통일 노선으로 확정하였다는 부분입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전원회의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먼저 대미관계인데요.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미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더 이상 북한은 미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해석해야 할까요?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는 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미국과 ‘강 대 강' 노선을 천명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회의에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일관하게 견지하고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정책을 실시해야 하겠다”면서 “조선반도 지역의 위태로운 안보환경을 시시각각으로 격화시키며 적대세력들이 감행하고 있는 대결적인 군사행위들을 면밀히 주목해보면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킨 셈입니다. 계속하여 김정은 총비서는 "미국 대통령은 우리의 ‘정권 종말'까지 공개적으로 운운하면서 남조선 놈들과 반공화국 핵 대결강령인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조작하고 핵무기 사용의 공동계획 및 실행을 목적으로 한 ‘핵협의그룹'를 신설, 가동했고 이를 도용해 공공연히 세계의 면전에서 우리에 대한 핵전쟁 흉계를 극구 추진해 나가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문 맥락을 보면서 북한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여전히 ‘강대강’ 노선을 견지하겠지만 대남관계와는 달리 대화의 여지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는 올해 말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여 돌아온다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용재: 이번 전원회의를 통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대남비난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 같습니다. 핵무력 사용이나 전쟁,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 등을 언급했습니다. 향후 북한이 어떤 대남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전원회의에서 "엄중한 정세는 우리 공화국으로 하여금 적들의 발악이 우심해질수록 그 어떤 형태의 도발과 행동도 일거에 억제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쟁대응 능력과 철저하고도 완전한 군사적 준비 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김정은 총비서의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지난 2일 기자들에게 "북한이 향후 어떤 형식으로든 한반도 긴장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 보도를 통해 지속적인 핵·미사일 고도화, 대남 노선의 근본적 전환 등 대외적으로 적대적인 입장을 표명한 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한국에서는 4월에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거가 있고 11월에는 미국에서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대내 정주년을 맞이하는 명절이 없는 해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대남분야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이나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국지적인 도발, 무인기에 의한 한국 영공 침입, 한국의 은행, 교통, 항공 등 하부토대 분야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도발 같은 공격적인 행위를 감행하여 한국 사회 내부 갈등을 유발하고 혼란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용재: 또한 주목할 점은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새롭게 정립하고 대적 사업에서 단호한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사업 부문 기구들을 정리하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 이행을 위해 최선희 외무상이 대남부분 일꾼들과 협의회를 가졌다고 중앙통신이 지난 1일 전했습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대남, 대적 부문의 기구들을 폐지 및 정리하고 근본적인 투쟁원칙과 방향을 전환할 데 대해 제시하신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하여”라고 협의회 개최 이유를 밝혔습니다. 최선희 외무상이 자신보다 당적 지위가 높은 통전부장 리선권 등을 소집하고 회의를 진행한 사실, 김정은 총비서가 대남기구들을 정비하라고 지시한 사실 등으로 보아 북한은 당 통일전선사업부를 해체하고 그의 기능 대다수를 외무성으로 통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무성에서 통일 업무를 관장하였던 조국통일국을 확장하고 통전부가 가지고 있던 대남교류 및 대화와 협력 부문들을 관장하는 부서들을 외무성 안에 신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서들에 기존 통전부 인원들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확실한 것은 향후 대남정책과 관련하여 통전부가 하던 업무를 김정은 총비서가 말한 것처럼 ‘적대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 차원에서 외무성이 전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전원회의를 계기로 상당히 강한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려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죠? 올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떻게 북한을 대해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전원회의에서 한 김정은 총비서의 강경 발언에 우려들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2일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이 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필요시 안보리 회의 소집을 직접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 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을 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국면 전개”라고 언급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1월 안보리 의제 일정에는 북한 관련 이슈가 없지만 필요시 한국이 안보리 회의의 소집을 요청할 권한을 갖는다”며 "의장국을 비롯한 다른 이사국들도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올해 1월 1일부터 알제리, 가이아나 등과 함께 2024∼2025년 안보리 선출직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지도부가 국제적인 여론에 민감한 만큼 올해 예상되는 북한의 군사적, 사이버상에서의 도발들을 규탄하는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유엔과 국제기구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도발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활발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의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대남관계 청산 및 관련 정책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 주목됩니다. 더 이상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인데요.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지만 그래도 올해 북한이 도발보다는 대화에 나서는 한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