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암탉 울면 망한다’는 북 풍토상 여성 최고지도자 등장 어려워”
2023.02.17
![[시사진단 한반도] “‘암탉 울면 망한다’는 북 풍토상 여성 최고지도자 등장 어려워” [시사진단 한반도] “‘암탉 울면 망한다’는 북 풍토상 여성 최고지도자 등장 어려워”](https://www.rfa.org/korean/weekly_program/news_analysis/sisakorea-02172023092905.html/@@images/dac64582-60d7-4ba7-ae60-f56172c18ea1.jpeg)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등장한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군절 열병식에서 등장한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두고 이미 후계자로 지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최근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후계자로 지목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런 관측들이 제기되는지,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먼저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처음으로 김정은 당 총비서와 손을 잡고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불리며 처음으로 등장한 김주애는 북한군 창건 75돌을 맞아 인민군 장성들의 숙소를 방문하는 자리에도 나타났는데 이 때의 호칭은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의 사진을 담은 우표 도안도 공개됐습니다. 북한 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김주애가 타는 것으로 보이는 ‘백마’가 등장한데 이어 우표까지 등장한 것입니다. 북한 조선우표사는 지난 14일 2월 17일에 발행될 예정인 새 우표의 도안 8종을 공개했는데 우표 8종 가운데 5종의 우표에 김주애가 김정은 총비서와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군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들이 담겼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북한 매체에서 대서특필되고 있어 김주애가 김정은 총비서의 후계자로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주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 개명을 강요하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어제 정주시 안전부에서는 ‘주애’라는 이름으로 주민등록과에 등록된 여성들을 안전부로 불러내어 이름을 고치도록 했다”고 하였고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어제 평성시 안전부에서는 ‘주애’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여성들은 일주일 이내로 이름을 바꾸라는 중앙의 내적 지시를 각 인민반장들을 통해 포치하였다”라는 소식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해왔습니다. 북한 권력 핵심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목용재: 김주애가 김 총비서의 후계자로 이미 지정됐다는 견해에 대해 한국 당국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집중 부각하는 것과 관련, “북한이 4대 세습을 미리 준비하고 김정은 총비서와 소위 ‘백두혈통’을 중심으로 현 체제 결속을 단단히 하기 위한 조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의 관련 질의에 권 장관은 “지금은 어떤 부분도 특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위와 같이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권 장관은 “김정은의 나이, 북한 체제의 가부장적 성격 등을 고려하면 여성에게 바로 세습하는 부분이 맞는 이야기냐는 의문도 많이 있다”면서 “군인들이 행렬 중에 ‘백두혈통결사보위’를 외친 것을 보더라도 어떤 특정인이라기보다 김정은과 일가에 대한 충성을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한 조치들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목용재: 권영세 장관이 말했듯이 김주애 후계자설에 대해서는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국가에서 어떻게 여성이 후계자가 될 수 있냐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김정은 총비서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는 당국의 입장이 나왔는데요. 이 내용도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서 아버지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등장하고 있는 김주애가 이미 후계자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후계자가 김주애로 결정됐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권영세 장관은 김정은 총비서의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현재까지는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첫째 아들과 김주애, 그리고 셋째 자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자녀는 북한 매체를 통해 공식 등장한 김주애 뿐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같은 날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김주애가 건군절 기념연회 테이블에 참석한 것과 열병식이 진행되는 주석단 중심부에 배석된 점에 대해 주목하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화성-17형 발사 참관 후 군 행사에 자녀를 지속적으로 동반하고 있다. 군과 민을 대상으로 체제 결속 및 김정은 가계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목용재: 김주애 후계자설에 대한 위원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고영환: 열병식에서 김주애가 김정은 총비서의 볼을 만지면서 친밀하게 대화하는 모습, 각종 군 행사에서 중심으로 부각되는 모습, ‘백두혈통결사옹위’ 같은 구호가 공개된 것만 보면 김주애가 후계자로 된 듯한 모습입니다. 만일 가까운 미래에 김정은 총비서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김주애가 후계자로 김정은 총비서를 대신할까요, 아니면 김정은 총비서의 공개되지 않은 어린 아들이 할까요. 아니면 그 아들 뒤에서 리설주가 수렴청정을 할까요? 저는 이번에 공개된 김주애가 후계자는 아닐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 이유는 김주애가 아직 10세 소녀로, 너무나 나이가 어린 이유도 있지만 북한의 가부장적 풍토, 사회적, 정치적 풍토에서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계모인 김성애를 수십차례 공격한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들, “민비가 나라를 망쳤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들이 아직도 당정군 간부들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주애의 공식 등장은 우선적으로는 김 씨 조선이 4대까지 간다는 확실한 인식을 인민들과 당원들 속에 심어주면서 오로지 이른바 ‘백두혈통’만이 북한을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가 제일 큽니다. 다음으로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현재 너무 전면에 나서 2인자 행세를 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의 어린 자녀들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리설주를 안심시키고 김여정 부부장을 자제시키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상태라면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경우 곁가지로 분류될 텐데요. 김 부부장의 향후 행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2.8절을 전후한 행사장들에서 김정은 총비서, 김주애, 리설주가 화려하게 등장한 대신 북한에서 그동안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왔던 김여정 부부장은 행사장 구석으로 밀려난 모습이 수차례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가을까지 권력 전면에 나서 대미 및 대남관계를 총괄하던 김여정 부부장이 많이 위축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3남매 중 제일 똑똑하다는 평을 받았으며 스위스 유학시절에도 오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적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생전에 “여정이가 남자라면 내 뒤를 이었겠는데”라는 말을 수차례 하였다고 합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선전선동부 행사담당 부부장으로 공식직책을 시작하면서 김정은 총비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였고 국내 행사를 넘어 김정은 총비서가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만날 때에도 적극 개입했습니다. 나서기를 좋아하고 정치적 야심이 있으며, 또 능력을 보유한 데다가 자신만의 측근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오빠 김정은 총비서에게 가까운 시일 내에 무슨 일이 닥치는 경우 순순히 올케 리설주와 조카들에게 권력을 넘겨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장성택이 무참하게 처형되는 것을 목도한 김여정 부부장은 리설주의 아들이 커서 실권을 쥔 다음 김여정 부부장 자신을 곁가지 혹은 숙청 제 1호 대상으로 처리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입니다. 현재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김여정 부부장이 그대로 순순히 물러날지 아니면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 그 누구도 모릅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목용재: 최근 김주애의 등장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김주애가 김정은 당 총비서의 후계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김정은 총비서는 4대 세습을 진행할 의지는 뚜렷해 보입니다. 북한에서 독재권력이 또 승계된다는 것은 주민들의 팍팍한 삶도 이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북한의 독재권력이 언제 종식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