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태양절 축포로 위성발사?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최대 명절인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 이른바 ‘태양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를 계기로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정찰위성을 조만간 또다시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 한국군 소식통은 올해 들어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 장비와 인원의 이동이 포착되는 등 정찰위성 발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8일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3월 중이면 쏠 수 있지 않을까 예의주시했는데, 몇 가지 추가적 보완을 하는 것 같다"고 발언했습니다. 신원식 장관은 "기술적 보완이 무리 없이 진행된다면 4월 중순이 될 것"이라며 "4월 15일이 북한에 특별한 날이니 (그 즈음) 쏘려고 노력하겠지만, 며칠 더 연기된다면 4월 말까지 열어놓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합참, 즉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역시 "북한이 지난해 발사 시 미흡했던 사항을 보완해 발사 준비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작년 12월 30일 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쏴 올릴 데 대한 과업을 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세 개의 정찰위성을 발사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린 만큼 조만간 위성발사들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위성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발사를 그 어떤 정치적 계기나 한반도 및 주변 정세변화에 맞추어 진행해 왔습니다. 따라서 올해 첫 발사는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이나 이른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이라고 하는 4월 25일을 전후하여 발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목용재 : 특보님께서는 북한이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열병식 등과 같은 행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은 지난 1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서는 북한에서 열병식 개최 관련 동향이 관찰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또한 올해는 북한의 정주년이 아니어서 큰 행사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의 한 언론은 평양의 미림비행장 인근 열병식 훈련장에 병력으로 추정되는 인파가 지난달 23∼27일 사이에 잇따라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저 역시 북한이 4.15나 4.25를 계기로 큰 규모의 열병식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북한이 이미 지난 해에 3차례에 걸쳐 열병식을 하였고 올해 명절들은 정주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파악된 만큼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나 북중 외교관계 설립 기념일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 그런데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과 관련해 다소 이례적인 상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가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이를 가르키는 '태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궁금증을 키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매년 4월 진행하는 '태양절 요리축전'의 명칭을 '전국 요리축전'으로 변경하여 호칭했습니다. 중앙통신은 지난 6일 요리 경연대회가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4월 명절'을 맞아 열렸다고 전했습니다. '4월의 명절 요리축전'으로 불리웠던 이 행사는 2013년부터 '태양절 요리축전'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올해 다시 행사명이 수정된 것입니다. 지난 8일 중앙통신은 전국학생소년예술축전 개막식 소식을 전하면서 이 행사에 대해 "뜻깊은 4월의 명절을 맞아 진행됐다"고 보도했는데 지난해 같은 행사의 폐막 보도에선 "태양절을 맞아 열렸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북한 매체가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대해 '태양절'이 아닌 '4월의 명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태양절'이라고 불렀던 북한이 이런 용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동향들이 거듭돼 나온 것은 우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이런 용어의 사용자제, 혹은 금지 등을 지시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다음으로는 선대들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가 김정은 총비서 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훼손할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김 총비서는 2019년 3월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지적했고 최근에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장위원장이 평생 거둔 업적이라고 해 왔던 조국통일이라는 말 자체를 금지시키는가 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만들어 놓았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없애 버리기도 했습니다. 태양절이라는 단어를 없애 버린 것이 확실하다면 김정은 총비서가 조부와 부친의 업적들을 지워버리고 자신이 그들보다 더 우월한 지도자로 올라서려는 것이고 이는 김정은 총비서가 '선대지도자'들을 부정하는 '패륜행위'를 저지른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북한 매체가 북러관계를 다룬 기사만을 모아둔 코너를 신설하는 등의 특이동향도 포착됐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북한과 러시아 관계를 집중해서 다루는 부분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9일 중앙통신 홈페이지 첫 화면의 오른쪽을 보면 '력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조로 친선관계' 라는 제목의 글이 보이고, 이를 누르면 북러관계에 대한 기사만 나옵니다. 여기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했던 첫 정상회담과 지난해 9월 있었던 북러정상의 두 번째 회담에 대한 기사 13건이 실려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앙통신이 특정 국가 관계와 관련한 별도의 부분을 만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북러)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러관계를 대외정책의 1순위로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이후 북러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이런 동향에 한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중국을 방문하게 되어 있고 이 기회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를 계기로 북러 간의 밀월관계가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도 최근 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는데요. 이 내용도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 한국의 정찰위성 2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Ⅹ의 발사체 '팰컨9'이 지난 8일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케네디 스페이스센터에서 발사됐습니다. 2단 추진체로 구성된 팰컨9은 발사되고 2분 28초 후에 1단 추진체가 분리됐고, 이어 47초 후에 위성보호덮개가 분리됐습니다. 발사 45분 만인 9시 2분께 팰컨9의 2단 추진체가 분리됐고 이로 인해 정찰위성 2호기는 우주궤도에 정상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위성은 이날 오전 10시 57분께 해외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이번에 발사된 정찰위성 2호기는 전자광학 및 적외선 촬영 장비를 탑재한 1호기와 달리 '합성개구레이더'라고도 불리는 SAR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SAR는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어서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합니다. 흐린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SAR 위성을 이번에 확보함에 따라 대북 감시 및 정찰 능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내년까지 '425사업'으로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할 예정인데 3, 4, 5호기 모두 SAR 위성입니다.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면 북한 내 특정 표적을 2시간 단위로 감시하고 정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방부는 2030년까지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 50∼60기 확보를 추진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전쟁과 같은 기습 남침은 더이상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또다시 위성 발사를 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위성발사는 탄도미사일 사용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행위이기도 한데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문제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당국의 위성발사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지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