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일가족 탈북, 수탈적 성격의 신양곡 정책 때문”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3.05.26
[시사진단 한반도] “북 일가족 탈북, 수탈적 성격의 신양곡 정책 때문” 북한 개성 길거리에서 과일과 야채를 파는 북한 여성들. 북한은 개인 간 곡물거래를 단속하는 신양곡 정책으로 최근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5월초 북한 주민 일행이 어선을 타고 서해를 통해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상 직행 탈북은 오랜만의 일인데요. 이들이 탈북한 이유 가운데에는 북한의 식량난이 있다는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북한 주민 일행이 5월초 서해를 통해 한국으로 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먼저 이 소식, 전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6일을 넘어가는 늦은 밤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두 가족 9명이 목선을 타고 황해남도 강령군을 떠나 서해 NLL, 즉 북방한계선을 넘어 한국의 인천항 방향으로 귀순했습니다. NLL을 넘어 북한 일가족들이 목선을 타고 귀순한 것은 지난 2017 7월 이후 처음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군 당국은 지난 6일 밤 서해 NLL 이북에서 어선 한 척이 NLL로 접근하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12시 무렵 이 어선은 NLL을 넘어 연평도 서쪽 해역을 통해 남하했고 이를 주시하던 군 당국은 병력을 투입해 이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남쪽으로 무사하게 안내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정부 당국에 실수로 표류한 것이 아니며 귀순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지난 18일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관계 기관에서 귀순 의사 확인 등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강제 북송이라는 기이하고도 전례 없는 행동을 했던 문재인 전 정권과는 달리 윤석열 정부가 ‘탈북민 전원 수용 원칙’을 강조해 왔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중시하겠다고 하여 온 만큼, 이들의 귀순 의사 등이 최종 확인되는 대로 한국 내 정착 지원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북한 주민 두 가족이 귀순을 결심한 배경에는 한국에서 정권 교체로 지난 정부에서의 강제 북송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악화된 것도 이들 탈북의 배경으로 평가됩니다. 탈북민 입국자는 2019년까지 매년 1000명이 넘었지만, 신형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후인 2020년에는 229, 2021 63, 2022 67명으로 100명 미만으로 급감했습니다. 아무리 친, 인척관계라고 하여도 호상 간에 탈북 의사를 입에서 꺼내 실행하는 계획을 수개월 전부터 세우고 진행해 이를 성공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이들이 탈북한 이유는 무엇으로 알려졌나요?

 

고영환: 탈북 의사가 밝혀지기만 해도 끔찍한 처벌이 가해지는 곳이 북한인데요. 가족친지, 친구들이 있는 그리운 고향 땅을 등지고 그들이 한국으로 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들은 합동신문 과정에서 정부가 제공한 음식을 먹은 뒤 “고향에서는 볼 수 없는 기름진 음식이 많아 계속 설사가 나온다”며 지사제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합동신문 조사관들에게 “남조선에선 정말 일을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느냐”, “이곳에서는 진짜 자유롭게 살 수 있느냐” 등 한국 사회의 실태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방송이나 텔레비전, 영화나 드라마도 시청한 바가 있어 한국 사회에 대한 일정한 이해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또한 조사관들에게 김정은 체제에서 악화된 생활고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강화된 주민 감시 체계와 통제가 길어지는데 염증을 느껴 탈북했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고 합니다.

 

목용재: 일각에서는 이들이 극심한 식량난 때문에 탈북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현재 북한의 식량난, 어느정도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재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 개성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발생하고 범죄가 급증하는 등 민생위기가 심화됐다고 합니다. 이에 놀란 김정은 지도부의 안간힘으로 식량난은 잠시 동안, 그리고 다소 완화되는 추세를 보였으나 5월 춘궁기에 들어서면서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외화 부족으로 해외에서 식량을 수입하는데 차질을 빚으면서 식량난이 다시 악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정보소식통들에 의하면 현재 식량난은 평양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 감염병 방역 봉쇄가 심했던 강원도 등 분계선 접경 지역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계층별로 보면, 지난해의 작황 부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강제 수매로 농산물을 대거 빼앗긴 농장원들과 노약자, 무직자 등 취약 계층의 식량난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와 통화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적지 않은 지역에서는 ‘돈주’들까지도 죽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끼니를 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이렇게 극심해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저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식량난의 주요 원인은 신양곡 정책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은 조용원 조직비서가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난을 가속화한 신양곡 정책을 주도한 조용원 조직비서는 누구일까요. 조용원 조직비서는 현재 북한에서 간부 사업, 조직 생활과 검열 사업을 틀어쥐고 있어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권력을 가진 2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해북도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교 물리학부를 졸업한 후 당 기관에 들어가 강원도당 과장을 지내던 시기에 원산 특각에서 생활하던 김정은 당 총비서와 인연을 맺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석한 두뇌와 걸어다니는 컴퓨터 기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의 기억력의 소유자입니다. 또한 야심과 권력욕도 가지고 있어 김일성 주석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만큼 철저히 소외당했던 김정은 총비서와의 만남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그와의 심리적 친밀감을 쌓았다고 합니다. 조용원은 막강한 위세를 앞세워 간부들 위에 군림하고 있어 지금 당과 정부, 군대의 고위 간부들은 조용원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쓸 정도라고 합니다. 철두철미한 일처리로 김 총비서의 신임을 받으며 출세의 길을 걸어온 조용원은 최근 식량 수매와 분배에서 농민수탈적 요소를 강화한 사회주의적 신양곡 정책을 강력하게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로 이 반인민적인 양곡정책의 부작용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가중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왁찐과 치료약이 없이 무조건 지역을 봉쇄한 코로나 방역정책, 그리고 인민생활은 안중에 없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국가의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김정은 지도부의 정책 실패와 반인권적 행태에 기인한 인재의 결과로 식량난이 악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탈북민들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귀순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내용 마지막으로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귀순한 북한의 두 일가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권 장관은 두 가족이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껴 탈북하였다면서 지난 정부가 탈북민 관리에 소홀했다는 얘기가 탈북민 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장관은 “탈북민 관리 시스템의 본질적 변화를 위해 구체적이고 깊은 내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용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탈북민들이 우리 체제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계속하여 권 장관은 “탈북민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며 김정은 총비서를 겨냥해 “2012 4월 집권한 뒤 첫 육성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북한 당국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권 장관의 발언은 탈북민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배려 및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목용재: 탈북민들의 연쇄 탈북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원님 말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신양곡 정책이 주민들의 식량난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 같은데요. 북한 당국은 지금 당장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 아니라 민생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