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월북 미군 사건으로 미북관계 개선 어려워”
2023.07.21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병 1명이 이곳에서 자진 월북을 한 것인데요. 이번 사건이 향후 미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지난 19일 주한미군 사병 1명이 판문점에서 자진 월북했죠?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인데,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18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군 병사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미군 병사와 같은 판문점 견학 그룹에 속해 있었다는 목격자는 “판문점의 한 건물을 견학했을 때, 이 남성이 갑자기 크게 ‘하하하’ 웃더니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미 언론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날 월북한 병사는 올해 23세의 트래비스 킹 이등병입니다. 브라이스 두비 미 육군 대변인에 따르면 킹 이병은 2021년 1월 정찰병으로 미군에 입대했고 현재는 미 육군 제4보병사단 제12보병연대 제2여단전투단 제1대대 소속입니다. 미국 ABC 방송은 미 관리들을 인용해 이 병사가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말다툼을 한 뒤 구금시설에 47일간 구금됐고 석방 후 한국 내 미군기지에서 약 1주일 동안 감시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인 폭행 사건 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한국 경찰 순찰차 문을 걷어차 차를 망가뜨린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2월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 약 4700 달러를 선고받았습니다. 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 닷컴은 지난 2년 동안 복무한 킹의 계급이 이등병인 것은 잦은 징계, 즉 처벌 등으로 진급이 보류 됐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육군에서 12개월간 복무한 이등병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동으로 일등병으로 진급합니다. 한국 구금시설과 주한미군 기지에서 감사를 받던 킹 이등병은 추가 징계 등을 위해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로 이송될 예정이었지만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았습니다. 미국 CNN은 킹이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까지 호송됐으나 호송 인력이 공항에서 세관까지 킹을 따라갈 수 없었고, 이 때문에 혼자 남겨진 킹이 공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미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미국 송환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곳을 빠져 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견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번 사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나요?
고영환: 미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다 월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인의 과거 월북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1962∼1982년 사이에 총 6명의 주한미군이 월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6명 중 유명한 사건은 찰스 로버트 젱킨스 하사의 월북입니다. 젱킨스는 1965년 주한미군으로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던 중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는 것을 두려워 해 북한으로 월북했습니다. 북한으로 간 젱킨스는 1980년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인 소가 히토미와 결혼해 두 딸을 뒀습니다. 북한에 납치되었던 그의 부인은 북일 대화 결과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젱킨스도 먼저 귀국한 아내를 따라 2004년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39년 만에 자유를 얻었던 젱킨스는 그후 미군 군사 법원에 회부되어 30일의 징역형을 언도받았습니다. 젱킨스는 일본인 아내의 고향인 니가타현에서 살다가 2017년 사망했습니다. 1982년에는 미 육군 2사단 소속 조셉 화이트 일등병이 새벽 근무 교대 직후 군사 분계선을 넘어 월북했습니다. 월북한 지 3년 뒤에 화이트는 청천강에서 수영하다 익사했다고 북한 당국은 미국의 가족들에게 통보했습니다. 월북한 그가 왜 청천강에서 수영을 하게 된 것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캘리포니아 출신인 매슈 밀러 등 미국 민간인들도 월북하였다가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살이를 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목용재: 미국이 이번에 월북한 주한 미군을 송환 받기 위해 북한을 접촉 중인데, 상황은 어떻습니까? 북한이 이 같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미국 정부는 현지시간 지난 1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다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의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국방부가 어제 가까운 친족에게 연락했고 이후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며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유엔이 모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킹의 안위와 소재를 놓고 여전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며 필요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정부는 킹 병사의 안전을 확보하고 그가 무사히 돌아오도록 활발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는 스웨덴과 한국 정부에 대한 접촉을 포함하며, 국방부가 카운터 파트이니 북한군에 관여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어제 국방부가 북한군 카운트파트, 즉 북한군 대방에 연락했지만 이런 통신에 북한이 아직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몇 개의 통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국무부 대변인은 “미 행정부는 킹이 가족이 있는 안전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목용재: 그동안 미북관계는 단절돼 있었는데요. 이번 사건이 향후 미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현재 미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입니다. 북한은 한미 정상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워상턴 선언’과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일에는 한미 간 새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 협의그룹 출범과 미국 전략잠수함의 한국 부산 입항에 대한 대응으로 동해상에 두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미군 병사의 월북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일단은 각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대화에 나설 물리적 여건은 조성된 셈입니다. 북한에 있어서 이번 월북 사건 발생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미군 병사가 김정은 당 총비서를 평소 흠모해 오다가 월북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식의 대내 정치선전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국내 정치선전용으로 악용한 뒤 북한은 현재 얼어붙어 있는 미북관계에 돌파구를 여는 외교적 지랫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에 생각지도 않았던 호기가 스스로 찾아 온 것입니다. 칼자루를 쥔 북한이 미북대화를 저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겠으나 그렇다고 냉랭한 미북관계가 한 미군 병사의 월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월북한 미군을 순순히 송환시켜 줄지도 의문입니다. 월북 미군의 송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미군 병사가 자진 월북을 하였으므로 미국으로 돌려보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송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에 신속한 대응을 할지도 불투명합니다. 북한은 우선 월북 사건 파악과 심문 절차를 밟을 것입니다. 심문이 끝난 후 북한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동 병사에 대한 집중적인 사상교육을 한 후 그가 스스로 북한에 들어왔고 미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식의 기자회견을 열 것입니다. 한국 등에서 여러 번 처벌을 받은 킹 병사도 짧은 시일 안에 미국으로 돌아오겠다고 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동 병사의 월북을 북한군과 북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향후 있을 미북대화에 대비하여 그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데까지 올릴 것으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그의 빠른 송환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목용재: 현재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한 미군 병사의 자진 월북이라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일단 위원님 말씀처럼 단절된 미북관계가 해당 사건을 계기로 연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은데요. 북한에 있어서는 대미협상의 지렛대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이 이 사건을 어떻게 활용할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