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윤 대통령이 유엔 무대서 북러 공개 비판한 이유?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3.09.22
[시사진단 한반도] 윤 대통령이 유엔 무대서 북러 공개 비판한 이유?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22일까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이 중에 주목하신 내용이 있을까요?

 

고영환: 현지시각 지난 20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대통령의 연설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우선은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로씨야)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부분입니다. 다음으로는 한국 대통령이 나라마다 군사력의 크기는 다르지만 모두 굳게 연대해 힘을 모을 때, 그리고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게 행동할 때 어떠한 불법적인 도발도 차단할 수 있다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평화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존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한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다른 주권 국가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비판한 부분입니다. 한국 대통령이 지구촌의 가장 큰 회의인 유엔 총회 연설장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필요한 기술을 주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도발과 같다 평가하고 대한민국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다른 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하고 이에 필요한 무기와 탄약을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하는 정권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을 동시에 비판한 것도 정당한 경고의 의미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가 북러 간 군사협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주한 러시아 대사까지 초치했죠?

 

고영환: 세계의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북한은 탄약과 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인공위성 등 고급 기술들을 넘겨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한국 정부는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엄중한 항의를 표했습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러시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협력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장 차관은 러시아 정부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비확산 체제 창설을 주도한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우리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본국 정부에 정확히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경고는 만일 러시아가 북한에 대량살상무기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경우 한국은 러시아에 제재를 강화함과 동시에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목용재: 이번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에서 주목된 점은 북한과 러시아의 호칭 순서를 바꾼 것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지난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를 ‘북한과 러시아’가 아닌 러시아-북한순으로 지칭했습니다.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까지 그리고 통상적으로 한국 정부 발표에서 두 국가를 부를 때 북한-러시아순서로 표현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러북 관계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 가운데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 때도 러시아를 북한보다 먼저 불렀습니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 전후 북러의 군사협력으로 한국의 안보가 위협 받고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잇따른 도발로 러시아보다 한국에 더욱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목용재: 한미는 현재 북러 간 군사협력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일단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등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지시간 지난 20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NBC 방송과의 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그것을 중단시키고 차단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취한 조치로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보다 훨씬 나쁜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미 국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유엔 총회 및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하였다고 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전세계 여러 지역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 즉 외교적 기피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지난 20일 제78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의 기조연설을 통해 2024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책임 있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서 행동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북러 군사협조에 대해 한미는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할 것이고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협의를 통해 제재 등 각이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유엔 방문 일정은 부산 엑스포, 그러니까 세계박람회 유치 차원에서 상당히 바쁘게 진행됐는데요. 국제무대의 중심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 대통령을 북한 주민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방문한 유엔 무대에서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외교전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전후로 거의 30분 단위로 유럽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 40여 개 나라들의 수반들과 대표단 단장들을 만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스위스 대통령,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모리타니 대통령, 헝가리 대통령, 이스라엘 총리, 태국 총리, 불가리아 대통령, 그리스 총리, 코트디부아르, 가나, 모나코, 수리남, 레소토, 벨리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등을 만나 양국관계, 상호 협조문제,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협조 문제 등을 토의했습니다. 만일 북한 주민들이 한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와 같은 국제무대에서 스스럼없이 수많은 국가수반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나라 수반이 저렇게 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의 지도자도 하루 속히 국제사회에 나와 많은 나라 수반들과 회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 좋겠습니다.

 

목용재: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북한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고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국제 무대의 중심인 유엔 무대에 올라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국가들에 대한 단합된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남북 정상의 행보가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김 총비서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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