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 21일 이른바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이후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폐쇄한 비무장지대(DMZ) 내의 군사시설을 복원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 통일부장관 특보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비무장지대 내 군사시설을 복원하는 동향이 포착됐죠? 이 소식 먼저 전해주시죠.
고영환: 지난 27일 한국 군 당국은 북한 군이 9.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비무장지대 내 GP, 즉 민경 초소에 병력과 장비를 다시 투입하고 새로운 감시소를 설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군 감시장비로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북한 군 병력이 감시소를 설치하는 장면, 민경 초소진지에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북한군 병력이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예전에 GP를 파괴하기 전에 경계초소가 있었는데 그것을 (다시)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하얀 목재를 만들고 얼룩무늬로 도색했다"면서 "GP 파괴 후 병력과 장비가 모두 철수했는데 북한군이 장비를 들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GP 내 무반동총, 고사총 등 중화기가 있었는데, 북한 용어로 '비반동총'을 들고 가는 장면이 식별됐다는 설명입니다. 군 관계자는 "감시소는 필수 경계 시설이어서 11곳 모두 만들 것으로 본다"며 "주변 경계진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은 5년 전 비무장지대 내에서 운영 중이던 각각 11개 GP,즉 경비초소들 중 10개를 완전 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무장지대 내 GP는 북측이 160여 개에서 150여 개로, 남측은 60여 개에서 50여 개로 줄어든 상태였습니다.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한국 정부는 9.19 남북합의 중 제1조 3항, 즉 한국 군의 최전방 감시,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조항의 무효화를 22일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다음 날인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면서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회복한다는 내용의 국방성 성명을 냈습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목용재: 또한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무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죠?
고영환: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들을 복원하는 동시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북한 군도 무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군 소식통은 지난주 후반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 경비 군인들이 권총을 차고 근무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8일까지 공동경비구역 한국 측 군인들은 비무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판문점 군사공동경비구역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는 북한 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조치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하규 한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따른 군사적 조치를 복원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고, 11월 24일부터 일부 복원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활동을 예의주시하면서 상응하는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군이 공동경비구역에서 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한국 군도 동 구역에서의 재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고영환: 지난 29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인력과 장비 등을 철수했지만 원형 그대로 보존된 고성 '829GP', 즉 고성 829호 감시초소를 복원할 방침입니다. 남북은 5년 전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1km 이내 양측 감시초소 11곳을 철수 대상으로 선정하고 각각 11개 감시초소 중 10개는 완전 파괴했습니다. 남북은 나머지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그대로 보존했습니다. 원형이 보존된 고성 829초소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비무장지대 내 남측 지역에 처음으로 설치된 초소입니다. 한국 군은 보존되었던 고성 초소부터 복원을 추진하고 나머지 파괴된 10개의 초소들은 북한 군의 초소 복원 작업을 보아가면서 맞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일부 초소만 복원하는 것은 아니"라며 "상대방이 복원하면 우리도 맞대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복원 사업은 9.19 남북군사합의 당시 한국 군이 작전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유로 폐쇄에 반대했던 초소들이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군사합의 체결 당시 (전방에 배치된) 사단별로 정보작전 차원에서 해당 초소 폐쇄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목용재: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으로 대북확성기 방송, 혹은 대북 전단 살포 등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특보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판문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참하게 파괴한 것도 모자라 남북합의에 의해 포사격 훈련이 금지된 구역에서 훈련들을 진행하였고 심지어 수도 서울의 하늘에 무인기들을 들여 보내 정찰 활동들을 감행하는 등 남북 군사합의를 지속적으로 어긴 바 있습니다. 이에 한국 사회일각에서는 한국 역시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북한 군은 수시로 합의를 어기는데 한국만 종잇장이 된 남북합의문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하는 게 맞냐는 비판들도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 군이 노골적으로 도발을 지속하는 것에 맞서 비무장지대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한국 사회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북한주민들에게 알리는 대북전단들도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비무장지대 혹은 동, 서해 북방한계선 상에서 무력도발을 하는 경우, 그리고 북한이 한국 쪽에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경우 비무장지대 전역에서 북한군 병사들을 향해 대북확성기 방송을 하고 대북전단들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벌을 주는데 하물며 다 큰 어른들이 형제, 자매들을 향해 총과 대포를 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과가 도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움직일 수 있는 방안,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7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북한의 비확산 문제를 주제로 공식 회의를 열어 지난 21일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안보리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인 것은 물론 국제 항공 및 해상 교통에 대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들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북 규탄 성명 발표나 결의안 채택은 불발됐습니다. 중국이 무역 등 문제로 미국과 충돌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며 북한의 포탄 등 군수물자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움직이는 명확한 방안들은 보이질 않습니다. 미중이 충돌을 멈추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도발을 하는 경우 대북규탄 결의안이나 성명을 채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의도적으로 위반한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여론전을 펼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봅니다.
목용재: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29 성명을 냈는데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해 이중기준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과거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가 약속을 깨고 이를 개발함으로써 현재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과오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을 되돌아보고 비핵화와 대화의 길로 나온다면 제재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