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은 오늘'입니다. 오늘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과거로부터 우리나라엔 유명한 화가들이 많았습니다. 여성들에겐 아무런 권리도 없던 봉건시대에도 신사임당과 같이 뛰어난 여류화가가 있었고요. 봉건 조선시대 김홍도라는 화가의 이름은 다들 한번쯤 들어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그림은 남아있지 않지만 통일신라 시대 우리나라에는 솔거라고 하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경주 '황룡사' 벽에 그렸다고 하는 '노송도'라는 그림은 역사적인 기록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노송'은 늙은 소나무라는 뜻인데요.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는 얼마나 실물처럼 보였는지 날아가던 까치와 참새, 제비들이 진짜 소나무로 착각하고 가지 위에 내려앉으려다 빈번히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기록도 현재까지 남아 있습니다.
북한에도 이름난 화가들이 많죠. '6.25전쟁' 때 월북한 화가 정영만의 그림 '강선의 저녁노을'은 남한에도 잘 알려져있습니다. 저녁노을과 함께 열기를 뿜어내는 '강선제강소'의 웅대한 화폭을 단일 색상에 가깝게 표현한 것이 특징인데요.
'강선의 저녁노을' 말고도 조선화 '금강산 팔선녀'나 보석화 '비둘기 춤'과 같은 북한의 미술작품들은 세상 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작품들입니다. 참, 그러고 보니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술사조가 있습니다.
이른바 초현실적 사실주의, 극사실주의라고 하는 미술사조인데요. 극사실주의 미술작품을 감상하면 현실과 미술을 혼돈하게 됩니다. 왜냐면 사진으로도 담아내기 어려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너무 생생하게 표현했기 때문인데요.
극사실주의 화가가 그린 그림은 현실보다 더 현실감이 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 역시 오늘날 극사실주의라고 부르는 미술작품이 아니었겠나 하는 추정을 해보게 되는 대목이고요.
하지만 극사실주의도 역시 그림입니다. 극사실주의로 그린 집에서 사람이 살수 없고 그들이 그린 음식을 사람들이 맛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북한은 늘 평양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 같다"고 하죠.
지난해 완공한 과학자거리나 과학의전당도 "기념비적 화폭"이라고 자랑을 합니다. 요즘도 '그림 같은 모습'을 위해 수많은 인민들이 건설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 듣고 있습니다. 인민의 문화생활 공간을 만든다는 건데 김정일 시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은덕원'을 짓고 '영화관'과 '수영장', '컴퓨터 봉사소'들을 지었습니다. 그런 문화생활 시설들이 실제로 인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처럼 끝을 맺은 게 아닌가요?
예로부터 쓸모가 없는 물건, 혜택을 볼 수 없는 시설을 가리켜 우리 조상들은 '그림의 떡'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도 강추위속에서 건설장에 내몰려야 하는 북한의 인민들, 자신들이 지금 '그림의 떡'을 빚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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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이 노동당 제7차대회를 기념해 전국의 곳곳에 짓는 유희오락 시설들이 '그림의 떡'이라는 북한 주민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각 도소재지들에 짓고 있는 '율동영화관'과 '미래원', '유원지'가 그 사례라고 하는데요.
북한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말로는 '만년대계의 창조물'을 건설한다고 하는데 요즘 '만년대계의 창조물'들은 3년도 못돼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양어장과 물놀이장, 율동영화관을 짓는데 대해 소식통은 강한 불만들 드러냈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김정일 시대에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동원해 양어장과 수영장, 영화관들을 가는 곳마다에 지었다며 그렇게 지어놓은 것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양어장에서는 열대메기를 키웠는데 온도를 조절하기 어려운데다 먹이가 부족해 키울 수가 없었다며 물고기도 없는 양어장들은 관리를 하지 않아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는데 또 새로운 양어장을 짓는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느냐고 그는 반문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문화생활 공간을 조성한다며 전국의 농촌들까지 만든 '수영장', '농구장'들 역시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데다 관리를 하지 않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며 청진시의 옛 수영장 자리엔 지금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전국의 도소재지들마다 큰 규모로 지은 '영화관'들은 현재 각 지방에서 회의실로 이용되고 있다며 새로 만들어지는 영화도 없는데다 전기가 오지 않아 영화가 있어도 상영이 어렵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영화관들에는 기존의 필름식 영사기들이 그대로 있다며 중요 명절이나 기념일 때에만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영화문헌학습'이라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록영화(다큐)들을 억지로 감상하게 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더욱이 노텔(DVD)과 판형컴퓨터(태블릿), 손전화와 같이 간편하게 휴대하면서 몰래 영화를 볼 수 있는 수단들이 늘면서 외국이나 한국영화에 취미를 붙인 주민들은 새 영화가 나왔다고 해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만든 영화들은 모두 '수령제일주의'를 선전하는 꼭 같은 내용들로 되어있어 아무리 새로 찍었다 해도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상 영화관은 있으나 마나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지금 사용 못하는 영화관을 두고 또 다시 '율동영화관'을 새로 짓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차라리 사용하지 않는 영화관을 '율동영화관'으로 개조하면 자금도 절약할 수 있지 않겠냐"고 율동영화관 건설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양강도 당국이 1990년대 말에 지은 '혜산 영화관'은 8백석 좌석과 4백석 좌석의 영상실 외에 간부들만 이용할 수 있는 100명 미만의 영상실이 따로 있다며 그러나 영화관은 지어놓은 후 한번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율동영화관'을 새로 지어봐야 괜한 돈낭비, 노력낭비일 뿐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노동당 제7차대회를 맞으면 전국의 도소재지들에 양어장과 물놀이장, 율동영화관을 지을 것을 지시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또 각 도소재지들에 대형 목욕탕인 '창광원'을 새로 짓고 '닭공장'을 지을데 대해 일률적으로 내려먹이고 있다며 양강도의 경우 지금처럼 강추위가 몰아치는데도 율동영화관과 양어장 건설에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고 그는 비난했습니다.
이런 건설과제를 내리면서 시멘트를 제외한 건설비용을 전부 자체로 해결하라고 해 양강도당 위원회 간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비용문제로 하여 창광원과 유희장은 부지만 잡아놓고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전하며 소식통들은 김정은 정권이 전국에 건설해 놓은 '버섯온실'을 사례로 꼽았습니다. "가는 곳마다 '버섯온실'을 지었지만 인민들은 온실에서 생산한 버섯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지시한 다른 모든 건설도 '버섯온실'과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소식통들은 "아무리 주민들을 괴롭히는 건설을 늘여놓아도 나중엔 '그림의 떡'과 같은 건물들만 늘어날 것"이라고 김정은 정권의 무리한 건설을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소식을 전해드릴 것을 약속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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