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산 소비 갈수록 많아져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6.26
nk_department_electronics_b 평양 보통강백화점의 전자제품 코너. 전자제품 코너에는 선풍기, 에어컨 등과 함께 2000년대 초반 남한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던 드럼세탁기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북한 당국이 ‘6.25 전쟁의 날’을 맞아 지난 25일 평양과 각 지방들에서 “미제반대투쟁의 날” 군중대회라는 걸 조직했습니다. 군중대회에 참가한 연설자들은 미국이 ‘6.25 전쟁’을 일으킨 도발자라며 “천백배로 복수하겠다”고 광기를 부렸습니다.

이에 앞선 23일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결단을 촉구한다며 한국의 새 정부에 9개항의 ‘공개 질문장’이라는 걸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민화협은 공개 질문장을 통해 현 남북 정세의 긴장국면을 한국 정부에 전가했습니다.

저들이 그동안 저질러 온 수많은 도발들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뻔뻔스러운 변명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묻는 말인데 오늘날 민족분단의 책임과 일촉즉발의 전쟁위협의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6.25 전쟁을 김일성이 도발했음은 동유럽사회주의가 붕괴된 후 과거 소련이 보관하고 있던 문서들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중국 정부도 6.25 전쟁을 김일성이 일으켰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문서들을 국가박물관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민족화해라는 게 그 무슨 단체들을 내세워 말장난이나 하는 놀음은 아닐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군중을 동원해 동족 대결을 부추기지 말고 먼저 6.25 전쟁을 도발한 자신의 가문의 죄행을 우리민족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6.25 전쟁과 같은 과거의 민족파괴 전쟁에 대해 사죄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 이것이 김정은이 말하는 진정한 민족화해, 우리민족끼리에 의한 평화적 통일이 아닐까요? 자, 그럼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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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커피 마시기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얼마 전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전해드린바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기호식품인 커피는 6.25 전쟁에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우리민족에게 전파되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생전에 김일성은 커피의 맛을 자본주의 유혹이라며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대신 김일성은 평소 건강에 좋다는 개성고려인삼차를 많이 마셨습니다. 김일성 일가는 오늘날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커피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상대로 외화벌이에 나선 간부들을 시작으로 이젠 북한의 한다하는 간부들은 모두 자본주의 유혹이라는 커피의 맛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졌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간부들이 제일 많이 찾는 커피는 한국산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현지 소식통들은 커피라고 하면 먼저 자본주의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부터 떠올리게 된다며 북한의 고위층들이 제일 선호하는 커피는 모두 한국산인데 그중에서 남한의 커피 회사들이 개발한 봉지(믹서)커피가 제일 인기가 높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간부들부터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며 국산품 애용이 곧 애국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커피라면 한국을 먼저 떠올리듯이 북한인민들 속에서 한국산에 대한 수요는 중독이라 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단순히 간부들만이 아닌 일반 주민들도 한국산이라면 다시 한 번 살펴본다”며 “한국의 문화와 기술이 이미 우리생활의 구석구석까지 깊숙이 배어있음을 우리(북한) 인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다 조립해서 파는 “‘아침’과 ‘삼지연’ 판형컴퓨터(태블릿), 각종 손전화, 주요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주는 판형텔레비죤(LCD TV)의 액정화면이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우리 인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어 북한에서 중고 컴퓨터와 텔레비전, 녹음기와 냉동기(냉장고)를 수리하거나 조립해 파는 약전전문가(반도체 기술자)들은 한국의 삼성과 엘지, 하이닉스 반도체라는 이름까지 줄줄 외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고장난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해체해 보면 주요 부속품이 모두 한국산들이라는 게 기술자들의 말”이라며 “ 때문에 우리 기술자들 속에서는 한국산 전자부속품이 없다면 중국산 전자제품이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기술자들은 중국산 가전제품을 해체해 보고 “중국이 한국의 기술적 식민지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하고 있다”며 “메디인 차이나(Maed In China)는 빈껍데기뿐이고 부속은 전부 코리아(Korean)라고 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기존에는 중국을 방문하는 간부들과 사사여행자들이 뇌물용으로 한국산 상품들을 몇 가지씩 사들고 들어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전문적으로 한국산만 수입하는 외화벌이 회사들도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비논리적인 국산타령에 어깃장을 놓느라고 그러는지 요즘은 개별적인 무역일꾼들을 떠나 외화벌이 기관들이 집단적으로 한국산 상품을 밀무역하기에 이르렀다”며 “가까운 실례로 대흥무역을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당 38호실 산하 대흥무역이 올해 3월 중국에서 한국산 LG 대형 텔레비전을 구입해 하이얼(Haier) 상표로 포장을 바꾼 다음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며 “평양에 있는 간부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텔레비전을 수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통상적으로 북한 당국은 “군사부문과 산업부문, 교육부문에서 사용하는 전문용 컴퓨터로 미국에서 생산하는 ‘델(Dell)’을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그 외 개인의 소유가 아닌 판형텔레비전은 일본의 소니를 사들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최근 ‘릉라도무역회사’가 중국 홍콩을 거쳐 한국산 화장품 ‘설화수’와 LG 화장품 ‘후’를 여성위생소비품(생리대)과 함께 수십 톤을 수입해 들였다”며 “중국 정부가 화장품 수출을 금지시키는 바람에 홍콩으로 우회해 들여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만약에 ‘릉라도무역회사’가 국가안전보위성과 다른 사법기관들의 그물 같은 감시망을 피해 한국산 화장품을 몰래 밀무역 해들인 것이라면 이는 김정은 정권이 내부적인 통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대로 김정은의 지시로 한국산 화장품과 여성위생소비품을 밀수입해 들인 것이라면 이는 인민에 대한 ‘양봉음위’”라며 “지금 상황으로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한국산 화장품을 수입해 들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인민을 향해서는 질이 나쁜 국산을 애용하라며 돌아앉아서는 인민들 몰해 한국산 고급화장품들을 들여와 고위 간부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정말 그렇다면 용납 못할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하도 국산을 떠드니 인민들 속에선 ‘한국산도 엄격히 따지면 국산”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며 “북과 남은 한민족이고 하나의 강토라고 선전하면서 한국산을 부정하는 행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사법기관까지 동원해 한국산을 뿌리 뽑겠다고 하는데 그래봤자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기왕이면 더 좋은 제품을 쓰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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