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주체농법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생산한다

서울-문성휘, 박성우 xallsl@rfa.org
20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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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ato_poster-305.jpg 조선노동당창건 65돌에 발표된 공동구호관철(감자농사에서 련속통장훈을 부르자!)을 위한 선전화.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이 시간 생생한 북한내부 소식과 함께 여러분을 찾아뵙는 ‘북한은 오늘’ 순서입니다. 자유아시아 방송 문성휘 기자가 자세하게 전해드리는 북한 소식, 청취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있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진행에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개인 소토지를 이용한 알곡생산량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집약농법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1. 주체농법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생산한다.


진행자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얼마 전 WFP-유엔식량계획에서 내년에도 북한에서 140만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북한당국은 해마다 농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인민들의 먹는 문제가 해결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문성휘 : 북한의 알곡수요량이 한해에 600만톤 인데 자체로 생산하는 량은 450만톤을 밑돌고 있습니다. 늘 150만톤 정도는 모자란다는 거죠. 해마다 농사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고 하지만 낙후한 농사법 때문에 알곡생산은 전혀 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 매년 자체로 생산하는 량이 450만톤 정도라고 하느느데 국가적인 알곡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이지만 뙈기밭이라고 하나요? 개인이 자체로 일군 농지를 이용한 알곡생산량은 계속 는다고 하던데요?

문성휘 : 네, 그렇습니다. ‘주체농법’에 얽매인 협동농장들의 알곡생산 방식과는 달리 주민들은 여러 가지 혁신적인 농사법들을 이용해 개인 밭에서 해마다 알곡소출을 높이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만큼 식량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만큼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다고 보아도 결코 무방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알곡생산을 늘이기 위한 농사법도 발달돼 있다고 봐야겠죠?

진행자 : 그런 건가요? 지금까지는 ‘북한의 농사법이 매우 낙후하다’ 이런 말만 들어왔는데 문성휘 기자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씀인데요. 그렇게 주장을 할 만한 근거라도 있는 건가요?

문성휘 : 저도 물론 북한의 농사법이 세상에서 가장 뒤떨어졌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논의는 어디까지나 집단농업체제를 논한 것이지 개인들의 농사방법을 놓고 고찰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 아,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갑니다. 협동농장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사방법과 개인들의 소토지에서 농사방법을 구분해야 한다는 거죠?

문성휘 : 네,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들은 주체농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군대처럼 명령지휘체계에 의존한 통일적인 농사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개인들은 소토지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당연히 농사짓는 방법도 같을 수가 없죠.

진행자 : 그러면 개인들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까? 구체적으로 소개를 좀 해주시죠?

문성휘 : 네, 우선은 종자문제에서부터 집단영농체계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북한 당국이 최근 감자농사혁명, 콩농사, 두벌농사에 대해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이 떠벌리는 감자농사혁명만 놓고 보아도 그렇습니다. 1980년대까지 북한은 감자 눈을 떠서 심는 방법으로 씨 붙임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김정일 정권이 우수한 농사비법을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통알 감자를 심도록 강요했습니다.

감자 눈을 떠서 심는 경우 1정보당 감자종자가 2톤 정도가 듭니다. 그러나 통알 감자를 그대로 심는 경우에는 보통 1정보에 적게는 6톤, 많게는 8톤까지의 감자가 종자로 들어갑니다.

진행자 : 3배에서 4배 차이가 나는 거군요.

문성휘 : 아, 그렇죠. 문제는 이렇게 통알 감자를 종자로 쓴다고 해도 오히려 감자 눈을 떠서 심는 개인들에 비해 소출이 절반도 못 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감자고장으로 꼽히는 양강도 삼수군의 경우만 놓고 봐도 올해 정보당 감자수확량이 12톤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뭡니까? 감자종자가 1정보에 8톤이 들어갔는데 가을에 12톤을 수확했으면 1정보에서 4톤의 감자밖에 수확을 못했다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개인들은 정보당 2톤이라는 종자를 써서 가을이면 40톤 이상씩 수확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주체농법’을 외우면서도 우수한 우리민족의 농사법을 무시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대표적인 콩농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개인들은 토종적인 농사법을 고수하면서도 토질과 기후에 맞는 적당한 종자를 골라잡는데 집단농업체계 안에선 그게 안 되는 거죠.

제가 살던 자강도에서 있은 일인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대가 총대로 사회주의를 지키는 것처럼 농업부분에서도 한번 혁신을 일으켜보라면서 자강도 군인들에게 직접 콩 종자까지 보내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2003년도 일이예요. 그 결과가 어땠겠어요?

진행자 : 잘 안됐던 모양이죠?

문성휘 : 잘 안된게 아니라 쫄딱 망했지요. 농사혁명을 진두에서 지휘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인들에게 중국에서 수입한 늦콩종자를 선물로 보내준 겁니다. 그게 중국의 남방에서나 잘되는 거겠지, 자강도야 개마고원을 낀 전형적인 고산지대인데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그 곳에서 콩농사가 잘 될 턱이 있나요?

진행자 : 그렇군요. 그런데 김정일이 직접 지시한 사업인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문성휘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콩 종자를 보내주면서 군인들 1인당 콩 10kg씩 생산해 겨울에 콩나물도 길러 먹고 두부도 해먹으라고 지시했죠. 그런데 아예 하나도 수확을 못하게 됐으니 우선 군관(장교)들부터 야단난 거죠. 수단과 방법을 다해서라도 무조건 1인당 콩 10kg바쳐라, 이렇게 사병들에게 명령한 겁니다.

진행자 : 다 망했다는데 어디서 거두어들이라는 거죠?

문성휘 : 한마디로 인민군 방식대로 인민들속에 들어가라는 거죠.

진행자 : 인민들속으로 들어가라, 그러면 이거 인민들의 도움을 받으는 겁니까?

문성휘 : 도움을 받으라는 게 아니고 훔치라는 거예요. 인민들 속에 들어가라는 건 북한 군인들 속에서 쓰이는 은어인데요. 인민들의 것을 도둑질해 오라는 표현이예요.

진행자 : 네, 그럼 군인들이 모두 인민들 속에 들어갔겠네요.

문성휘 : 그때 참 대단했죠. 밤마다 군인들이 세명, 네명씩 조를 짜서 개인밭이고 농장밭이고 가리지 않고 도둑질을 했죠. 밭을 지키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그들이 1년 내내 땀을 흘리며 지어놓은 농사를 다 거두어 온 거예요.

진행자 : 참 끔찍하네요. 그렇게 해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까?

문성휘 : 밤중에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처벌하겠습니까? 군인들에게 1년 농사를 다 빼앗기고 통곡하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진행자 : 정말 가슴이 아프군요. 주체농법이 아닌 주민들의 소토지에서 농사가 잘되는 비법, 잘 들었습니다.

2. 개인들의 혁신적인 농사법


진행자 : 또 다른 소식인데요. 김장철을 맞으며 북한에서 배추와 무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하는데요. 이런 때를 기다려 배추나 무로 적지 않은 돈을 버는 농사꾼들도 있다던데요?

문성휘 : 네, 개인 소토지를 이용한 집약농법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혁신적인 농사법들이 도입되고 있는데 무나 배추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남새농사만 놓고 봐도 개인들은 2평정도면 100kg 이상의 배추나 무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협동농장들에서 그만큼의 소출을 거두려면 아무리 농사가 잘 됐다고 해도 10평정도의 밭이 필요하거든요.

진행자 : 2평에서 100kg 이상이면 남한보다 더 많이 생산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해요?

문성휘 : 아직 보편화 된 것은 아니고 지금 많이 도입 중에 있는 농사법인데요. 우선 2평방되는 땅을 든든한 판자로 막습니다. 그리고 땅을 40센치까지 파고 거기에 잘 썩힌 거름을 꽉 채우는 겁니다. 그리고 20센치 간격으로 배추를 심으면 솎아주거나 묶어줄 필요가 없어요. 매일 물만 적당히 주면 판자를 막은 안에 배추가 꽉 차거든요. 키도 80센치나 되게 자랍니다.

진행자 : 야, 정말 대단하군요. 우리도 한번 그런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요.

문성휘 : 무도 그래요, 북한에서 일본무라고 불리는 무 종자가 있는데 길이가 1메터씩 자라는 겁니다.

진행자 : 그런 무가 남한에도 있어요. 절인 무를 만들 때 그런 무를 쓰거든요.

문성휘 : 오, 그게 맞아요. 그 일본무를 심을 때 에도요. 긴 장대를 가지고 땅을 1메터 이상 직선으로 뚫는 거예요. 그리고 그 구멍에 잘 썩힌 거름을 채워 넣고 무를 심으면 그저 맨땅에 심는 것보다 생산량도 배 이상이고요. 벌레도 잘 끼지 않습니다.

진행자 : 아주 독특한 방법이네요. 우리 농업 기술자들이 북한에 들어가 농사법을 배워주고 있는데 알고 보면 오히려 배워야 할 것도 많네요.

문성휘 : ‘주체농법’에서는 배울 것이 없어도 개인들의 농사법에서는 배울 게 많습니다. 최근에는 고추생산에도 새로운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거든요.

진행자 : 새로운 고추 생산방법은 어떤건가요?

문성휘 : 일반적으로 고추는 한해살이 식물로 취급하는데 실은 고추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가을에 고추 줄기를 뿌리 채 뽑아 김치 움 같이 서늘한 곳에 보관했다가 봄에 다시 심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일찍이 고추를 딸 수도 있고 또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 아, 고추가 여러해 살이 식물이라는 것을 이용한 거군요. 이런 방법을 남한에서도 도입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문기자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농민들의 의사와 선택대로 농사를 지으면 얼마든지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이해가 됩니다. 북한당국도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농사법에만 집착하지 말고 제 힘으로 먹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주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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