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 주민들 “토지개혁 임박했나…”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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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 기자와 함께하는 ‘북한은 오늘’입니다. 북한의 현실과 생생한 소식, 문성휘 기자를 통해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내용입니다.

- 북한이 해마다 전군중적 운동으로 벌리던 거름생산을 중단하면서 주민들속에서는 토지개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중 세관의 통관절차가 원활하지 못한데다 국경연선에 대한 경비까지 대폭 강화되면서 북한의 환율과 물가가 치솟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1. 연례행사인 거름생산 중단

박성우 :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박성우 : 요즘 북한 언론매체들이 보도하는 걸 보면요. 경제부문 성과들을 굉장히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게 진짜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 어떤지 궁금한데요.

문성휘 : 새해를 맞으면서 경제부문 성과를 부각하는 북한의 언론매체들의 보도행태는 해마다 반복돼 오는 것입니다. 눈에 뜨이는 것이 있다면 지난해부터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정치위주의 보도방식에서 경제위주의 보도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인데요.

박성우 : 오, 그건 뚜렷하게 표가 나더군요.

문성휘 : 네, 북한이 이렇게 경제부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난 1년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습니다.

박성우 : 뚜렷한 성과가 없으니까 그 반대로 자꾸 성과를 강조한다, 이 말이군요?

문성휘 : 네, 한마디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고 이제 곧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주민들에게 반복적으로 주입시키는 거죠. 그렇게 해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겠다는 차원으로 해석이 됩니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경제부문성과들을 앞 다퉈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 내부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해마다 새해 첫 출근일이면 북한의 전체 주민들이 거름생산에 동원돼 떠들썩했는데 올해는 김정은의 ‘신년사’ 학습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하고요. ‘신년사’ 학습열기가 한풀 꺾인 지금도 따로 주민동원이 없다고 합니다.

박성우 : 거름 생산을 안 한다는 말이군요?

문성휘 : 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농사에 국가적인 힘을 집중한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주민들에게 엄청난 거름생산과제가 부과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까지 특별한 과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해마다 거름은 필요한 게 아닙니까. 그런데도 아직까지 거름생산과제가 추가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건데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문성휘 : 네, 북한이 새해 첫 출근일인 1월 4일부터 김정은의 생일인 1월 8일까지 사이에 주민들에게 300kg의 거름을 생산해 주변협동농장들에 바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거름생산 과제가 계속 나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고요.

대신 매 협동농장들과 내각 농업성 산하 기관들은 여전히 거름생산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이게 ‘토지개혁’이 임박한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 연관관계는 어떻게 해석이 됩니까? 거름생산에 동원되지 않는 것 하고 토지개혁이 임박한 것 하고, 이게 좀 논리적으로는 와 닿지 않거든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문성휘 : 네, 지난해 김정은 제1비서가 내놓은 ‘새경제관리체계’에 농업부문 개혁, 한마디로 농업부문에서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는데요.

결국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를 실시하려면 지금과 같은 협동농장 집단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땅을 매 개인세대들에 골고루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땅을 개인들에게 나누어 주면 결국 개인농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체 주민들이 동원돼 개인들의 땅에 거름을 생산해 줄 필요가 없다는 거죠.

박성우 : 아,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협동농장에다 거름을 만들어서 가져다 바쳤는데

개인들이 땅을 가지게 되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거군요?

문성휘 : 네, 맞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8월에 협동농장들에서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 도입을 위한 인원편성이라든지, 토지분배와 관련된 기획안을 모두 작성했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밝힌 내용인데요.

이와 같은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 주민들과 협동농민들은 “곧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를 위한 토지개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가족단위의 ‘분조관리제’를 위한 토지개혁이 곧 시행될 것 같다, 아직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 온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았을 때 그 시점이 임박한 것 같다, 이렇게 추정하고 있는 거죠?

문성휘 : 네, 아직은 추정에 불과합니다.

박성우 : 알겠습니다. 함부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부터 농업개혁에 대한 이야기 많이 나왔던 만큼 새해를 맞으며 정말로 시행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국경연선 경비인원 대폭 늘려

박성우 : 이번엔 다른 얘기 좀 나눠보죠. 최근에 북한 장마당들에서 중국 인민폐 대 북한 돈 환율이 1위안에 1천5백 원 선을 넘어섰다, 그래서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소식이 있는데요. 새해를 맞아 갑자기 이렇게 환율이 뛰어 오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합니까?

문성휘 : 네, 북한 당국은 새해를 맞으며 경제부문 성과들을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 내부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겨울철을 맞으며 전력공급이 제대로 안 돼 대부분의 열차운행이 중단됐고요. 또 열차운행까지 중단되다 나니 열차를 이용한 장사가 모두 멈춰 장마당도 얼어붙었다고 하고요.

여기다 1월 10일부터 양강도 혜산시와 함경북도 회령시를 비롯한 국경연선 세관들에 검열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번 검열은 최근 세관을 통해 암암리에 한국산 상품들을 비롯해 녹화기, 카메라, 이렇게 수입이 금지된 제품들이 들어오고 있어 긴급점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거고요.

그러다나니 자연히 세관단속이 심해지고 중국장사꾼들은 물론, 친척방문으로 중국에 들어 온 북한 주민들도 날짜를 어겨가면서 세관검열이 끝나기만 기다린다는 겁니다.

박성우 :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나가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요? 기간을 어기면 처벌을 받지 않습니까?

문성휘 : 네, 물론 그렇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겁니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중고 옷들을 많이 가지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거기에 ‘맛내기’나 ‘다시다’, 화장품들을 많이 가지고 오는데 여기에는 가짜라도 한국 상표가 붙어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열기간엔 이런 물품들이 세관을 통과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처벌을 받더라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세관뿐만 아니라 새해 들어 가족들을 동반한 탈북이 잇따르면서 국경경비인력도 대폭 강화했다고 합니다. 인민보안부 기동 순찰대와 기동 타격대와 함께 노농적위대 순찰대도 국경연선 마을들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고 하고요. 인민보안부 내무군 부사령관이 국경연선을 순찰하고 있다는 소식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고설키면서 1월 10일 이후 중국인민폐 1위안 대 북한 돈 1천4백 원 선이던 환율이 지금은 중국인민폐 1위안 대 북한 돈 1천 5백원 중반까지 뛰었다고 하고요.

따라서 1월 13일 국경연선 도시인 함경북도 회령 장마당에서 입쌀 1kg의 가격은 북한 돈으로 6천 8백원, 강냉이는 3천 2백 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회령시의 경우 주요 농업지구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도시들에 비해 항상 4백원 정도 식량가격이 낮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박성우 : 다른 곳은 비싸다는 뜻이기도 하군요.

문성휘 : 네, 그러니까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청진이나 함흥과 같은 도시들은 식량가격이 이미 7천원을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거고요. 또 식량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칫 아사자들이 나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한 내용입니다.

박성우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지금 문 기자가 이야기 해 준 내용들을 보면 해마다 반복되는 일들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악순환이라고 부르죠. 그 고리를 어떻게 끊을 지에 대해서 북한의 새 지도부도 좀 신중하게 고민을 해 보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기자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