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홍 숙청의 내막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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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10일 열린 평양시군중대회에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왼쪽)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지난해 5월10일 열린 평양시군중대회에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왼쪽)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2월 10일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권한 남용과 사익추구 지원 혐의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위 박탈을 선포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대통령 권한 박탈을 ‘탄핵’이라고 부르는데요. 한국의 헌법정치사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신 ‘탄핵’은 아니지만 ‘하야’한 대통령들은 있었습니다. 한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그 사례로 꼽을 수 있는데요. 4.19혁명으로 국민의 원성이 높아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인정하고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았는데 이런 경우를 ‘하야’라고 부릅니다.

대통령의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법집행이고 대통령의 ‘하야’는 스스로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탄핵’이든 ‘하야’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시대와 인민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오명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북한의 언론들은 ‘친미 사대매국’에 대한 남조선 인민들의 준엄한 심판이라고 요란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인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태어난 땅을 중국의 식민지라고 말하고 있죠?

외부세계에서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적인 식민지라는 거죠. 하다면 북한의 인민들이 자신들이 태어난 땅을 외세의 경제식민지로 만든 권력자들에게 왜 아직도 복종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셨습니까?

헌법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세상, 인민이 결정권을 갖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이 언제든 북한에도 반드시 찾아오고 그런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북한의 지도자가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면서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가정에서 돼지를 키우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그것도 우리까지 만들어 놓고 일부러 살을 찌우며 키우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간단히 말하면 잡아먹기 위해서이고 점잖게 말하면 인간 본성의 식생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장성택 노동당 전 행정부장의 처형사건부터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의 체포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사건들과 현상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마치 인간이 돼지를 기르는 원리나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인간이 돼지를 키우는 목적이 식생활 만족을 위해라면 북한의 지도자가 하수인들을 거느리는 목적도 권력의 만족을 위해서라는 거죠. 북한에서 고위 간부들은 권력이라는 우리에 갇혀 살찌는 가축이라고 표현해도 과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이라는 우리에 갇혀 살쪄오다가 어느 순간 ‘최고 존엄’이 칼을 휘두르는 대로 요리를 할 수 있는 가축이다 이 말입니다. 국가안전보위상 김원홍의 몰락은 ‘최고 존엄’이 요리를 위해 어떻게 가축을 살찌우는지 잘 이해가 되는 과정입니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 김병하 사건을 겪으며 국가정치보위부에서 부장이라는 자리를 없애버리고 이름도 국가안전보위부로 개편했습니다.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국가안전보위부는 여전히 제1부부장체계로 운영되면서 부장 직은 공석이었습니다.

북한 내부의 한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후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에 부장편제를 새로 내오고 그 자리에 김원홍을 올려 앉혔다”며 “김원홍이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배경에는 외화벌이 기관을 둘러싼 자금문제가 숨겨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노동당 전 행정부장이었던 장성택은 내각에 의한 북한경제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인민군 총정치국 산하 외화벌이 기관이었던 54부를 노동당 행정부로 끌어왔고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들도 모두 54부에 통합했다는 것입니다.

“장성택은 자신이 내각총리에 올라앉은 후 54부에 통합된 외화벌이기관들을 통째로 내각으로 옮길 것을 꿈꿔왔다”며 “그러나 이런 행위가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인민군 총정치국, 국가안전보위부의 강한 반발로 이어졌다”고 소식통은 진단했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은 2012년 12월 본부 청사에 처음으로 김정일 동상을 세우고 김정은의 현지 시찰을 이끌어 냈으며 김정은의 현지 시찰을 계기로 장성택에게 빼앗긴 산하 전진무역과 신흥무역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국가보위부는 오직 간첩 잡이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며 “국가안전보위부가 돈을 밝히기 시작하면 나라의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는 구실로 김원홍의 요구를 대번에 일축해 버렸다고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이는 국가안전보위부의 동향을 살피며 차후 무역기관들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던 인민무력부와 인민군 총정치국, 인민보안부의 큰 좌절로 이어졌고 장성택 모함에 북한의 주요 간부들이 합쳐진 계기가 되었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었습니다.

김원홍이 장성택 처형까지 계획한 또 다른 원인은 장성택이 인민군 정찰총국 산하에 겨우 남아있던 매봉회사에까지 손을 뻗힌 행위라며 당시 매봉회사 사장의 자리는 김원홍의 아들인 김철이 맡고 있었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또 김원홍은 노동당 본부 책임비서인 최룡해를 더 이상 내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014년 북창화력발전소의 보수를 위한 부품수입 권한을 손에 넣었고 중국으로부터 40만 톤의 비료를 사들이는데 합의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김원홍은 아들을 통해 정찰총국 수장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최룡해도 손안에 장악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조직지도부 조용원 부부장과 인민군 총정치국장 황병서의 의심을 사는 계기로 됐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김원홍은 장성택의 여독 청산을 구실로 2014년 인민보안부 산하 ‘109상무’를 빼앗아 왔고 인민보안부 8국 산하 대부무역을 뺏어낸데 이어 인민보안부 기동타격대까지 손을 뻗혀 사법기관들의 강력한 반발을 산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국가보위부가 뺏어 낸 ‘109 상무’는 행정소속만 인민보안부였을 뿐 실제론 당, 사법, 행정기관의 통합적인 검열조직이었다며 행정책임자는 각 도 보안국장들이었고 정치책임자는 도 당위원회 조직지도부 부부장들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김원홍은 ‘109 상무’의 정치책임자였던 조직지도부 7부 부부장들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면서 지난해 함경북도 수해복구 과정에서 수해복구물자를 떼어먹었다는 구실로 노동당 간부들을 무고하게 체포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국가의 어떤 기관이 변질됐다고 판단될 때 이름부터 바꾸는 관례가 있다며 국가안전보위부가 국가안전보위성으로 개편된 시기에 숙청의 회오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김원홍의 발악이 극도에 이르렀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특히 수해복구 물자를 떼어먹었다는 구실로 노동당 간부들을 보복성으로 마구 검열하고 처형함으로서 더 이상 회복될 기회를 놓쳤다며 “김원홍이 어차피 죽을 바엔 너도 나도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저항했을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사건이 터지자 “김원홍이 진짜 나쁜 놈이라면 장성택은 헛걸(거짓죄)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김원홍의 죄가 커지도록 기다렸다가 살찐 돼지 잡듯 했다”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비난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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