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민군 식량난 악화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5.15
water_backpack_305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 건설장에 동원된 북한 군인들이 대화봉 정상(해발 1360여m)의 건설에 사용할 물을 배낭으로 운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유명한 이소프(이솝) 우화 중엔 “승냥이야, 승냥이야”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 북한에서 출판한 이소프 우화 속에는 “승냥이와 거짓말쟁이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되어있는데요.

거짓말을 잘 하는 목동 소년이 저녁마다 “승냥이가 나타났다”하고 외칩니다. 놀란 동네 사람들이 승냥이를 쫓기 위해 몽둥이를 들고 달려 나왔지만 소년의 거짓말임을 알고 화를 냈죠.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어 소년은 더 크게 “승냥이야”를 외쳤죠.

나중엔 소년이 아무리 외쳐도 동네 사람들은 꿈쩍도 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진짜 승냥이가 나타났습니다. 목동 소년은 “승냥이가 나타났다”를 있는 힘껏 외쳤지만 마을 사람들은 또 거짓말이려니 하고 누구도 밖을 내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결국 어떻게 됐겠습니까? 목동 소년이 키우던 양들을 승냥이가 모조리 잡아먹었죠. 5월 14일 김정은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태평양과 미국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미국을 협박하는 게 김정은의 취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수백 발을 쏴도 미국은 견뎌 낼 수 있지만 북한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이 본토에서 ‘미니트맨 3’ 대륙간탄도미사일 한발만 발사하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됩니다.

‘미니트맨 3’에는 475킬로톤의 폭발력을 가진 핵탄두 여섯 개가 들어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9일에 강행한 핵실험은 10킬로톤이었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트라이던트 2’ 미사일엔 이런 핵탄두가 12발이나 장착돼있습니다.

그러니 철없는 목동소년처럼 제발 허튼소릴 그만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미사일을 쏘며 미국을 자극해 보아도 독수리라고 불리는 미국의 눈에 북한은 딱정벌레 한 마리 정도일 뿐입니다.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지난해 농사가 잘 됐다고 하는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군인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인들의 식량부족에 당황한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담당한 황해북도와 각 도 28개의 군들에 대한 검열에 착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은 올해 2월말까지는 병사들에게 먹일 식량을 제대로 공급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도 지난해 농사가 잘됐음을 알고 있기에 군인들의 식량이 고갈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군인들의 식량보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3월 초부터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 겨울철 땔감이 없어 얼어붙었던 가슴이 봄을 맞아 좀 녹을 줄 알았는데 예상치 않게 식량난이 닥쳤다는 게 현지 군인들의 목소리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한심한 것은 지난해 농사가 잘 됐음에도 현재 우리 군인들이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가을걷이에 직접 동원돼 봐서 아는데 농사가 여느 해보다 잘 됐고 군량미도 충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군인들이 식량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군량미 보관을 잘 못하다 나니 많은 식량의 손실을 보았다”며 “여기에 군량미를 실어들일 열차와 화물자동차가 변변치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농사를 아무리 잘 지은들 보관과 관리를 잘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면서 “농사를 잘 짓는 것도 중요하고 가을걷이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을한 식량의 보관과 관리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 가을걷이가 한창이던 시기에 삼지연군 개발과 여명거리 건설, 두만강지구 수해복구를 구실로 농촌에 필요한 전기를 보내주지 않았다며 전기가 없어 농촌들에서는 족답기를 돌려 수동으로 낱알을 털어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보통 농촌에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도 털어낸 낱알을 다 말리고 도정까지 끝내자면 12월 말이 돼야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전기를 보내주지 않아 협동농장들은 털어낸 식량을 겉곡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당국은 2천 년대 중반부터 전력사정으로 군량미를 도정하지 못해 겉곡으로 보관할 경우 해당 협동농장들에서 관리하도록 했다며 군량미를 겉곡으로 보관할 국가적인 시설이 없어 보관책임 까지도 협동농장들에 떠넘긴 것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군량미를 보관할 시설이 없기는 협동농장들도 모두 마찬가지”라며 “협동농장들의 경우 대개 탈곡장에 곡식을 말리기 위한 건조용 창고들만 가지고 있을 뿐 식량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는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양강도 김형직군 로탄협동농장만 해도 참새와 쥐들에 의한 손실을 막기 위해 농촌기술선전실과 문화회관 회의실까지 군량미용 강냉이로 꽉 채워 넣었는데 보관하고 있는 강냉이는 습기를 빼기 위해 매일 여러 차례 뒤집어 줘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겨울 날씨가 따뜻해 겉곡으로 보관하고 있던 벼가 발효되며 싹이 트는 등 많은 손실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앙에서 피해상황을 요해하느라 긴급검열에 착수했는데 이미 때는 늦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나마 지금은 시금치와 봄나물이 나올 시기가 돼서 조금만 참으면 되겠는데 식량운반이 제대로 안돼 군인들의 식량사정이 더 열악하다”며 “식량을 실어 들이는 열차가 잦은 정전으로 세월이 없다(언제 도착할지 모른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특히 식량을 실은 열차가 도착했다고 해도 해당 군부대들에서 병사들을 동원해 화물자동차에 옮겨 실어야 한다며 화물자동차에 실려 사단, 여단 사령부까지 운반된 식량은 다시 병사들이 등짐으로 날라 각 대대들에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에 식량보급에 차질을 빚게 되고 병사들은 굶주림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식량이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그동안 공급을 못 받았던 량만큼 보상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개인 장사꾼들로부터 식량을 꾸어 먹을 수도 없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군인들의 식량난과 관련해 중앙에서는 지난해 부업농사를 지은 식량을 가지고 자체의 힘으로 극복하라는 말만 반복한다며 병사들은 “배운 거라곤 도적질밖에 없지만 도적질도 기운이 나야 할 수 있다”며 손을 놓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군인들의 식량난은 일반 보병들을 벗어나 이제는 국경경비대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식량난을 해결할 수 없어 인민군총정치국에서는 병사들의 훈련 강도를 높이지 말고 정치사상학습을 위주로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식량난을 겪기 시작한 3월부터 인민군 병사들의 각종 범죄행위가 배로 늘었다”며 “군인들의 식량난과 범죄행위는 항상 비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 또한 병사들에겐 분노가 치미는 일이라”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싸울 힘도 없는데 핵과 미사일이 무슨 소용이냐며 김정은을 비난하는 병사들이 늘고 있다”며 “많은 군인들이 영양실조 직전이어서 당장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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