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커피 맛에 빠져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7.06.12
nk_coffee_b 조선익스체인지가 페이스북에 소개한 북한 커피 제품. 외관상 우리의 인스턴트 원두커피와 비슷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문성휘입니다.

“무심히 보지 말라 저 언제(댐)와 철길을, 어머니 조국에 바친 꽃다운 청춘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기에…”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구절이죠? 1980년대 서해갑문과 혜산-만포사이 북부철길 공사가 끝났을 때 노동신문 정론에 실린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실제로는 “기억하라, 노동당이 빼앗은 우리의 청춘과 생명을” 이렇게 바꿔야 옳지 않을까요? 북부철길 건설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는 현재 북부철길에 깔린 침목의 수와 같다는 말을 북한주민들은 정설로 여기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만년대계의 사회주의 대 기념비적 창조물’을 일떠세운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서해갑문과 북부철길,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진행되면서 얼마나 많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아직 세상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지금은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으로 수많은 인민들이 아사했습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인민들은 평양시 건설을 시작으로 아무런 보수도 없는 강제노동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인민들과 군인들은 건국 이래 최대의 공사라는 ‘단천발전소’ 건설과 ‘삼지연군 건설’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희천발전소와 마식령스키장, 백두산영웅청년 발전소 건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쳤는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죠?

‘단천발전소’가 끝이 아닙니다. ‘단천발전소’ 건설이 끝나면 삼지연-무산사이 북부철길 제2단계 공사가 시작됩니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끝 모를 건설들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북한 인민들이 희생돼야 하는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건설장은 기계가 일을 하고 있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인민을 위한, 인민이 주도하는, 인민의 생명이 최우선인 건설, 그런 건설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하루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며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북한의 중산층들이 커피 맛에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과거 북한은 인류가 즐기는 커피의 맛을 자본주의 맛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북한의 인민들은 커피를 자본주의 돈 있는 부자들이나 즐길 수 있는 음료로 믿어왔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 내부의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커피는 중앙의 고위 간부나 외화벌이기관 간부들만 마시는 음료였다”며 “그들은 모두 한국산 커피만 마셔 나도 중국에 나오면 뇌물로 바칠 한국산 커피를 자주 사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산을 쓰는 자들을 절대로 용서치 않겠다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 간부들도 장마당에 나오는 중국산 커피를 사서 마신다”며 “올해 장마당의 제일 큰 변화는 중국산 커피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중국산 커피는 봉지(인스턴트)커피와 통(원두)커피가 있는데 통커피는 찾는 사람들은 얼마 없고 대부분 맛이 좋은 봉지커피를 산다며 백개씩 포장된 봉지커피는 값이 중국 인민폐 2백 위안으로 뇌물용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북한 내부소식통은 “그냥 맛을 보기 위해 사는 커피는 낱개로 중국 인민폐 2위안인데 이는 강냉이 1.5kg 값과 맞먹는 돈”이라며 “그런데도 호기심이나 중독성으로 봉지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장마당에 가면 초급중학교나 고급중학교 학생들이 돈을 모아 봉지커피 한 개를 사서 서로가 나누어 마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며 “일반 주민들은 커피를 마약처럼 생각하며 일부러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커피가 중독성이 강하다는 말에 자칫 값비싼 커피를 한두 번 마시다가 중독될 것이 두려워 일부러 외면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장마당에 가면 인민폐 2위안짜리 커피를 끓는 물에 타서 종이컵에 파는 장사꾼들도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은 길거리에서 종이컵에 든 커피를 들고 있는 게 새로운 유행”이라며 “돈과 권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길거리에서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달라진 북한의 일상사를 밝혔습니다.

“그런가하면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 속에서 외출을 할 때 가방 속에 일부러 봉지커피 몇 개씩 챙기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손님과 만나는 장소에서 봉지 커피를 내놓아야 돈과 권력이 있음을 인정받게 된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 선 후 전국에 찻집과 음료수 상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그런 곳에서 커피도 팔고 있다”며 “그러나 찻집이나 음료수 상점들에서 파는 커피는 값이 너무도 비싸 돈많은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외화벌이 부문의 한 소식통은 “달러에 혈안이 된 외화벌이 기관들이 외국에서 직접 원료를 사들여 커피를 생산하지 못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원인이 있다”며 “생전에 김일성이 커피를 금지하는 유훈을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197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에 보낸 유학생들이 집단적으로 귀국을 거부하자 김일성은 그들을 향해 “커피에 맛을 들인 자본주의 앞잡이들”이라고 비난했다며 “생전에 김일성은 늘 커피를 자본주와 연계시켰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생전에 김일성이 커피에 대해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유훈을 남겨 커피를 자체로 생산하자는 말을 누가 선뜻 김정은에게 꺼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커피가 올해 들어 갑자기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도 외화벌이 기관들이 미처 손을 쓸 새 없었던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일성이 커피를 자본주의 향수라고 낙인찍었지만 돈이 된다면 김정은은 선대수령들의 유훈 따위는 휴지처럼 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커피를 생산하는 외화벌이 회사가 생겨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파는 커피는 중국산 ‘신세기(新世紀)’와 ‘영풍(永豐)’ 등의 상표가 붙은 중국 길림성 제품들이라며 아직 한국산 커피를 맛보지 못한 북한의 주민들은 ‘신세기’와 ‘영풍’의 커피가 제일인 줄로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올해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커피의 대중화가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에 눈을 뜨게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봉지커피 한 개의 값이 강냉이 1kg보다 비싸다고 하지만 다른 상품들과 비교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인들은 북한에서 제일 비싼 것이 식량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북한에는 아직 강냉이조차 없어 끼니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에서 제일 값이 저렴한 것 또한 각종 먹을거리들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커피 맛을 본 주민들은 처음 한국의 음악을 접했을 때의 감정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몰라도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아픔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청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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