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혁명역사’ 교과서 철저히 외면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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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영어 교과서. 종이의 질이 매우 조악하다.
북한의 영어 교과서. 종이의 질이 매우 조악하다.
PHOTO-Eric Lafforgue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 알아보는 ‘북한은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문성휘입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진싼팡(金三半)’이라는 말 들어 보셨는지요?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자주 드나드는 간부들은 이 말의 뜻을 잘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진싼팡’은 중국에서 김정은 즉, 김씨 왕조를 비하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진싼팡’이라는 표현은 중국어로 ‘뚱보 3세’라는 뜻인데 이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인터넷에서 ‘진싼팡’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의 인터넷에서 ‘진싼팡’이라는 단어를 치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 당국이 중국 정부에 이러한 요청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불붙은데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될 것입니다.

왜냐면 기존에는 중국 인민들속에서 김씨 봉건왕조를 가리키는 별명이 ‘진싼팡’ 하나뿐이었는데 중국 정부가 인터넷에서 이 표현의 검색을 막아 놓은 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가리키는 별명이 수십 개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북한이 왜 우리 언론에 간섭하느냐”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검색어 차단을 피해 온갖 별명들을 다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진싼팡’ 대신 뚱보라는 단어를 겹친 ‘진팡팡’, 영문으로 된 ‘Gold Three Fat’라는 어휘까지 등장했습니다. 김정은의 위신을 세워보겠다고 중국에 아부하고 구걸하는 북한 간부들의 처지가 보기에도 딱합니다. 기독교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로 남고 죽으면 수천수백이 되리라”라고 말입니다. 참 깊이 새겨 볼 명언입니다.

김정은도 지금 중국에서 자신과 조부, 그리고 아버지를 싸잡아 비난하는 수십 수백 개의 별명들을 보며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차라리 뚱보 3세라는 말 그대로 둘 걸 괜한 짓을 했구나”라고 말입니다. 자, ‘북한은 오늘’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북한의 한 간부에게 북한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학습장(노트)를 좀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경공업 혁명과 인민생활 향상을 외치는 김정은 정권에서 북한의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저희 방송에 매우 협조적인 이 간부가 북한학생들의 학습지와 관공서에서 흔히 쓰는 사무용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습지와 사무용지를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평양인쇄공장에서 만든 학습장인데 북한 장마당에서 이 학습장은 20장짜리가 북한 돈 1백 원, 50장짜리는 3백 원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돈 3백 원이면 양강도에서 감자 1kg을 살 수 있습니다. 학습장을 보며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외치던 1990년대 중반과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얼마 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의 학생들이 요즘 사용하는 교과서를 입수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교과서건 학습장이건 종이의 질은 똑 같은데요. 종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펄프 성분은 하나도 없이 지푸라기와 폐지를 섞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종이는 누렇다 못해 검푸른 색을 띠고 있으며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탄력이 전혀 없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지고 있는 소식통들은 값이 제일 비싼 교과서는 수학, 물리학, 컴퓨터와 같은 자연과학 교과서들과 영어와 같은 외국어 교재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교과서들은 한권 당 북한 돈 1천5백원으로 장마당에서 강냉이 1kg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했습니다.

수재양성을 위해 북한의 각 도마다 하나씩 있는 ‘제1고급중학교’ 학생들의 자연과학 교과서들은 북한 돈으로 1만원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 소학교나 초급, 고급중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회과학 교과서들 중에서 값이 좀 나가는 건 국어, 음악, 미술과 같은 교과서들인데 이런 교과서들은 장마당들에서 북한 돈 1천 원 이상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값이 제일 눅은(싼) 교과서들로 역사, 지리, 국어문법과 같은 교과서들을 짚었는데 장마당에 가격은 북한 돈으로 8백 원 정도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저렴한 교과서들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그런 교과서들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혁명역사 교과서들과 사회주의 도덕과 법, 미제와 일제의 조선침략 책동이라는 교과서들이라고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도덕과 법’이라는 교과서는 “인민들이 굶어죽게 하는 전염병을 퍼뜨리는 책”이라며 주민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이 가르치는 사회주의 도덕과 법대로 살면 굶주림밖에 차례지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었습니다. ‘미제와 일제의 조선침략 책동’이라는 교과서는 북한 주민들이 “굳이 돈을 들여 살 이유가 없다”며 외면하고 있는데 북한의 웬만한 주민들과 지식인, 간부들은 6.25전쟁을 김일성이 일으켰다는 역사적 진실에 대해 이젠 다 알고 있다고 그들은 강조했습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북한에서 제일 값이 싼 교과서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혁명활동 교과서라며 이런 교과서들은 북한 돈 6백 원으로 중국을 통해 장마당에 나오는 학습장(노트)들보다도 값이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일성 일가 우상화교육이 가장 중시되는 북한에서 이와 관련된 교과서들이 제일 값이 눅은 이유에 대해 소식통들은 무엇보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다른 교과서들에 비해 김일성 일가 우상화 교과서를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아직도 주입식 교육이 기본이어서 수업시간에 반드시 필기를 해야 한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국가적인 시험을 볼 때 학습장에 필기한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교과서가 필요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설명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북한 주민들도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됐다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솔직히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한 교과서들은 김일성이 생전에 쓴 ‘회고록’과의 내용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다고 소식통들은 실토했습니다. 김일성 봉건왕조를 우상화하는 혁명역사 교과서가 북한의 장마당들에서 제일 값 싼 책으로 외면당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북한당국이 다른 어떤 교과서들보다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 교재들을 많이 출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 교과서를 찾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거의 없는 형편에서 북한의 서민들은 혁명역사 보다는 자연과학과 외국어 학습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힘 있는 간부 자식들은 학교에서 무료로 교과서를 공급받기 때문에 굳이 교과서를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돈 많은 돈주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따로 가정교사들을 채용하고 있어 혁명역사 교과서 같은 것이 굳이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원인들로 하여 북한에서 김일성 일가를 우상화하는 교과서들은 학부모들과 학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으며 한마디로 북한주민들은 김정은 체제와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 시도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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