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박봉현의 북한전망대’ 시간입니다. 오늘은 ‘동지들의 배반’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중국 광둥성(광동성)의 션전(선전)은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될 당시 인구가 3만 명 정도에 불과한 보잘것없는 어촌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30년이 지난 오늘에는 인구 1천40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도시로 변했습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특구지정 당시 중국돈 835위안(123 미국달러)이었으나 지난해 9만2천700위안(1만3천700 미국달러)으로 약 110배나 증가해 중국의 대표적 부촌이 됐습니다. 이제 선전은 중국에서 가장 잘사는 중국 ‘개혁 개방의 얼굴’이 됐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상전벽해의 현장을 보면서, 개혁 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등소평)을 떠올립니다.
중국의 후진타오(호금도) 국가주석은 지난 6일 중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선전 경제특구 성립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덩샤오핑, 장쩌민(강택민) 전 주석 집권 아래 강력히 추진돼 온 개혁 개방정책의 덕에 중국이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개혁 개방 정책을 지속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 길만이 중국이 살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 정책을 설파하자 이를 공산주의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1997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북한의 농업발전을 도우려 중국 농업전문가 대표단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대표단은 덩샤오핑의 시장자본주의를 도입할 것을 권유했으나 북한 측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덩샤오핑식 경제개혁은 공산주의를 저버리는 정책이므로 북한에서는 절대 발을 붙이지 못하리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 간 줄곧 폐쇄정책을 고수해왔습니다. 개성공단이 설립돼 잠시 개방의 기운이 감도는가 했는데 대화와 타협보단 위협과 무력을 앞세우는 바람에 이마저도 풍전등화입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움켜쥐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자세입니다. 세상이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데 북한은 과거로 뒷걸음질치기만 합니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며칠 전 공산주의의 계획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미국의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쿠바의 경제모델이 다른 나라에 전파할만한 것이냐는 질문에 “쿠바의 모델은 우리에게조차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참 늦긴 했지만 그나마 의미 있는 반성입니다. 김 위원장이 이 인터뷰 내용을 들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카스트로는 공산주의라는 이념 아래서 김 위원장과 동지지만, 김 위원장이 고집하고 있는 공산주의의 계획경제에는 등을 돌렸습니다. 이제 김 위원장만 남았습니다.
최근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 후 북한의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에 우호적인 표현을 했습니다. 사설은 중국이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이론에 기초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호평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핵 문제 등으로 중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자 마지 못해 이런 사설을 썼다는 분석이 있습니다만, 사설이 적은대로 북한이 중국의 개혁 개방을 본받았으면 하는 게 국제사회의 바람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는 김 위원장의 인식전환을 전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에게 두 권의 책을 권합니다. 한 권은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88년 출간한 ‘치명적 자만’(The Fatal Conceit)입니다. 하이에크는 이 책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북한이 신봉하는 계획경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예언’은 몇년 뒤 구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실증됐습니다.
다른 한 권의 책은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의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입니다. 이 책은 닫힌 사회의 폐해를 지양하고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을 읽어 북한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북한이 살길이 무엇인지 깊이 묵상하는 게 김 위원장의 숙제입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되풀이해온 ‘2012년 강성대국’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꼭 그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