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하나 되는 교육 이야기] 한자 공부

요즘 서울의 대형 서점에 나가 보면 유난히 한자와 관련한 서적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사실 한자는 세계화 바람과 함께 불어 닥친 영어의 열풍에 밀려 오랫동안 홀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한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취업준비생은 물론이고 일반 학생들까지 한자 공부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이런 한자 교육의 열풍을 반영하듯 한자능력시험에 도전하는 어린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한자 공부’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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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완

: 안녕하세요?

이나경

: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 나경 씨는 한자 많이 아세요?

이나경

: 쉬운 한자는 좀 아는데요. 어려운 한자는 잘 모릅니다.(웃음) 고등중학교에서 한자 배울 때는 좀 알았었는데, 사용하지 않다 보니 점점 까먹게 되더라고요.

노재완

: 여기 한국에 오셔서 느끼셨겠지만, 남한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자어가 굉장히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연구자료를 보니까 한국어에 한자어가 무려 50~70%가량 섞였다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어휘력이 그만큼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요. 북한은 어떤 지 궁금합니다. 한국과 좀 비교해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나경

: 한국의 40~50대 연령층은 대부분이 한자를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명함을 보더라도 직장명과 이름도 한자로 돼 있어서 당황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언어교육을 살펴보면 조선말에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설사 한자어가 있어도 가능하면 우리말로 고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교통 표시판을 갖고 설명드리면, 남한에선 ‘추월’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는 반면, 북한은 순수 우리말인 ‘앞서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남한은 ‘경적’이라고 하는 반면 북한은 ‘나팔울리기’, 그리고 여기 한국에서는 차를 세운다는 말을 ‘주차’라고 하지 않습니까. 북한에선 ‘세워두기’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한국이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반해 북한은 순수 우리말을 살려 쓰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물론 외래어가 우리말로 굳어진 말이라고 해서 간혹 외래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 우리말을 그대로 살려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노재완

: 한글 사용만을 사용토록 하는 게 북한의 교육 방침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한국은 초창기 한자가 섞인 책들이 많이 발간됐기 때문에 한자 공부를 많이 시켰습니다. 그 당시 신문을 보면 한글반 한자반일 정도로 한자가 많아 좋든 싫든 한자를 익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어 특성상 뜻을 명확히 하려고 한자를 사용했던 것인데요. 그러나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전용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초등학교에서는 한자 교육이 거의 사라졌고요. 중ㆍ고등학교에서만 기초한자 위주로 가르쳤습니다. 그런 것이 90년대 후반부터는 다시 한자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한자 교육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됐는데요. 요즘 들어선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자 교육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나경

: 그러면 여기 한국에서는 고등학교까지 한자를 보통 몇 자를 가르치나요?


노재완

: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각각 900자씩 1800자를 가르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게 생활한자입니다. 기본한자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 1800자를 지금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한자능력인증시험을 보는 게 유행입니다.


이나경

: 아~ 그렇군요. 북한도 비슷합니다. 현재 중학교에서 '보통교육용 한자' 1800자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노재완

: 아. 한국이랑 비슷하군요. 요즘 신문에서 보니까 한국에서는 공부 잘 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특수목적 고등학교에서도 한자시험 자격증에 가산점을 주는 곳이 늘면서 중학교 학생들도 점차 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동안 대학 입학시험에서 한자 시험이 없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학생들은 한자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거든요.


이나경

: 지난해인가요. 한국의 교육중심지역으로 불리는 서울의 강남지역에서는 초등학교 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침 자습이나 국어 과목 시간을 활용해 한자를 익히거나 방과 후 과제로 제시해 공부하게 만드는 등 학교별로 상황에 맞게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요즘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KBS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인 <골든벨>을 보면 한자 맞추기 꼭 나오데요. 거기에 나오는 학생들이 한자 수준이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노재완

: 네. 맞습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많은 공부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한자에 대한 관심은 학생들에게만 국한돼 게 아닙니다. 입사 준비를 하는 취업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을 비롯해 한자 문화권 국가들이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은 입사의 평가 기준으로 한자 실력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사회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은 영어나 컴퓨터뿐만 아니라 한자 능력도 갖춰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나경

: 전문가들은 한글 학습을 하면서 한자 공부를 같이 하면 좋다고 그러라고요. 특히 아이들에게 한자를 처음 가르칠 땐 상형문자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 목(木)을 아이에게 가르친다고 했을 때, 우선 나무의 모양을 보여준 후, 그 모양이 점점 단순화되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무목이라는 한자를 배울 수 있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익히기 더 쉽죠.


노재완

: 네. 맞습니다. 일단 아이들은 재밌고, 호기심이 생겨야 공부하고 학습의 효과도 있으니까. 어려운 한자를 들여대고 이것은 무슨 한자다 가르치기보단 말씀하신 것처럼 그림으로 느낄 수 있는 상형문자를 갖고 공부하는 편이 효과적인 것 같아요.

이나경

: 우리 애도 6살 때 한글, 영어, 한자를 거의 동시에 시작했더니 애가 너무 힘들어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다들 하니까 저도 시켜봤는데, 좀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한글이든 한자든 아이들은 자신의 인지능력 수준만큼 단어를 익혀나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괜히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많이 가르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 그러는데, 아이들에게 처음에 100을 가르치고, 100을 다 소화하면 다음번에는 20% 늘려 120을 가르치고, 또 120을 기준으로 다시 20% 학습을 향상시키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노재완

: 네. 맞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에 잘 따라한다고 계속 정보만 주입하면 아이들은 금방 질려서 학습능력이 오히려 떨어집니다. 아무튼 한자도 마찬가집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학습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4세가 지나면 구체적인 사물을 나타내는 한자 외에도 추상적인 개념의 한자도 조금씩 가르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긴 실과? 짧은 실을 놓고서 길고(長) 짧다(短)는 의미를 한자로 알려주면 아이들이 금방 이해하고 따라옵니다. 그리고 컵에 물을 따르면서 가득 차고(滿) 비어있는(空) 것도 알려줄 수가 있고요. 이렇게 실생활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나경

: 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또 주변에서 보면 한자 카드를 만들어서 보여주기도 하더라고요. 엄마의 눈에는 카드의 한자가 어렵게 보이지만, 처음부터 그림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 아이는 어렵지 않게 익혀나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추상적인 개념의 한자 카드는 말씀하신 바처럼 집안 곳곳에 붙여 놓아 아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이해하게 도와주면 된다고 합니다.


노재완

: 맞아요. 유아서점에 가보면 엄마들의 이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학습지 회사에서 이런 카드를 개발해서 판매하기도 하더라고요.


아나경

: 결국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한자를 익힐 수 있도록 엄마들이 잘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 같습니다.

노재완

: 네. 오늘 <남남북녀의 하나되는 교육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