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닝 멘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의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새해에 들어 첫 출근 일이었던 지난 4일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큰 눈이 내렸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25.8cm나 내렸는데요.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적설량이었다고 합니다.
한국 언론은 “서울에 눈폭탄이 쏟아졌다”는 표현까지 했습니다. 이제 눈은 그쳤지만, 낮 기온이 계속 영하 10도 안팎에 머물면서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심은 눈 속에 갇혔습니다.
이번 폭설로 시민들은 출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지만,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폭설에 즐겁기만 합니다.
이번 시간은 서울의 폭설 얘기입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먼저 새해 인사부터 드려야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니경:
네. 노 기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재완:
네. 고맙습니다.
이나경:
북한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다는 “새해를 축하합니다”라고 많이 씁니다.
노재완:
아. 그렇군요. 나경 씨, 지난 4일 서울과 수도권일대에 큰 눈이 내려 새해 벽두부터 큰 피해가 났습니다.
이나경:
그러게요. 제가 한국에 와서 이렇게 큰 눈 내리는 건 처음 봤어요. 이날 하루 사이에 내린 눈이 무려 25.8cm이라고 합니다. 근데 사흘째인 오늘도 눈이 녹지 않아 재설작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재완:
아시죠? 이번에 서울에 내린 눈이 기상 관측이래 최고였다는 사실요.
이나경:
네.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서 봤습니다. 이번 서울의 폭설은 지난 69년도에 세웠던 역대 기록인 25.6cm를 거의 40년 만에 깼다고 합니다.
노재완:
맞아요. 월요일 새벽부터 갑자기 내린 눈이 오전 출근 때를 기점으로 폭설로 변해 서울 시내는 물론 수도권 일대 출근길이 아수라장처럼 변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아침 시무식을 하려던 관청이나 기업들은 새해 시작부터 차질을 빚었고요. 심지어 이날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장관들로 늦춰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나경:
이날 자동차로 20분, 30분 걸리던 서울 시내 통근시간이 2시간, 3시간 걸리는 게 예사였고요. 1시간 정도 걸리던 분당-광화문 구간도 무려 5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니까 말 다 했죠.
노재완:
저도 이날 평소 1시간 걸리던 출근길이 2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지하철로 탔는데도 그랬습니다. 특히 지상으로 갈 때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요.
이나경:
버스를 타고 온 것도 아니고 지하철을 탔는데도 그렇게 지연 운행될 수 있어요?
노재완:
그러게요. 저도 이상했습니다. 큰 비로 지하철역에 물이 차서 운행이 잘 안된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폭설로 지하철 운행이 안 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눈이 워낙 많이 내렸잖아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폭설로 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그러고요. 게다가 지하철의 신호관계 마저 고장이 나면서 한마디로 ‘지옥철’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나경:
출근 시간대에 서울 도심의 주요도로를 보니까 정말 완전히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더라고요. 차를 몰고 나온 일부 시민들은 아예 차를 놓고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또 시내 중심에선 스키를 타고 가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도로 상황이 이러니 지하철에 사람들이 모두 몰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지하철마저 잇따른 고장으로 혼란은 더 가중됐는데요. 그 뿐만 아니라,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항공기가 결항되면서 공항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노재완:
그 뿐인가요. 폭설로 곳곳에서 물류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화물 수송이 거의 중단됐기 때문인데요.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택배의 경우도 겨울철 안정장치 장착을 하고 차량을 운행하려고 했지만, 워낙 눈이 많이 내린데다가 방판 길에 사고 날 가능성이 있어 운행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정말 평지 지역 외에는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식품처럼 상할 수 있는 물품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미리 배송 지연을 알렸다고 합니다.
이나경:
네. 그리고 시장에서도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폭설과 연일 이어지는 한파로 즐거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구인지 아세요?
노재완:
음.. 제 생각에는 아이들일 것 같은데요. 특히 서울 도심의 아이들은 이렇게 큰 눈을 보기가 쉽지 않거든요. 맞죠?
이나경:
맞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는데요. 저희 아파트 주변에서도 보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눈썰매를 따면서 눈 덮인 거리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세상에 어릴 때 눈 싫어하는 아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노재완:
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아니경:
누가 또 있을까요?
노재완:
겨울용품 파는 사람들과 스키장 운영하는 사람들입니다. 스키장 같은 경우 눈이 내리지 않으면 매일 인공눈을 만들어 뿌려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스키장의 경우 하루 눈을 뿌리는데 드는 비용이 천만 원 가까이 든다고 합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만 달러 정도인데요.
이나경:
인공눈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드는군요. 하긴 모든 게 기계로 만들고 전기를 가동해야 하니까..
노재완:
그리고 눈썰매라든지 부츠, 눈에 젖은 신발을 말려주는 신발건조기 등 평소에는 거의 찾지 않던 제품들이 폭설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용 눈썰매의 경우에는 두 달 동안 팔릴 물량이 하루 만에 다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지역 재고는 거의 소진돼 추가 주문을 해놓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복도 평소보다 2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고요.
이나경:
노 기자님 또 있습니다. 온몸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어묵이라든지 찐빵, 고구마 등 겨울철 간식거리도 폭설과 한파로 많이 팔렸을 것 같아요.
노재완:
아. 듣고 보니까 그렀네요. 예상치 못한 폭설과 한파에 매출이 줄어 많은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지만, 반대로 이처럼 돈을 버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이 불공평한 것 같으면서도 또 공평한 것 같습니다.
이나경:
맞아요. 홍수가 나면 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돈 버는 사람도 있잖아요.
노재완:
그건 그렇고. 문제는 한파가 계속 되면서 한파 피해까지 생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나경:
오늘 아침에 서울이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면서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웠습니다. 이번 추위는 오는 금요일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눈도 쉽게 녹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재완:
이번 폭설로 도로 뿐만 아니라, 인도와 주택 주변에서도 안전사고가 속출했는데요. 주민들이 ‘내집앞 눈쓸기’를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관련 법규를 만들어 제도적으로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미국 등에서는 자기집 앞 눈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책임지도록 하는 법률이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거든요. 자기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아 지나가는 행인이나 우편배달원이 미끄러져 다쳤을 경우 이들에 대한 배상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습니다.
이나경:
하긴 큰 도로는 서울시와 지역 관청이 동원한 제설차량과 인력이 눈을 치우고 있었지만, 작은 골목길이라든지 주택 앞에는 눈을 치우는 주민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눈은 내리는 대로 그대로 쌓여갔고 행인들이 다니면서 다져진 발자국만이 선명했습니다.
노재완:
네. 말씀하신대로 주택가 주민들은 모두 일하러 갔는지 눈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아파트는 관리소 직원들만이 나와 치웠고요. 반면 상가 주민들은 가게 앞 눈 치우기에 바빴을 정도로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나경:
솔직히 평양에 있을 때 눈이 오면 인민반원들이 다 나와 눈 깜짝 할 사이에 눈을 치웁니다. 아무리 늦은 밤에 눈이 내려도 말입니다. 일종의 충성심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눈쓸기에는 남쪽 사람들이 북쪽 사람들을 따라 오지 못할 겁니다.
노재완:
북한 지역은 눈이 많이 내리잖아요. 그런데 여기 서울만 해도 겨울이면 눈보다는 비가 더 많이 내립니다. 그래서 눈을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눈만 바라보고 나중에 관청 공무원들이 나와 치워주겠지 하는 이기적인 맘이 있어서 라기 보다는 평소 습관이 잘 안됐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나경:
아.. 제가 뭐라고 그랬나요. 제 생각이 그렇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노 기자님, 그런데 어제 신문을 보니까 기상이변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에서도 발생했더라고요. 특히 북경의 경우 59년만의 폭설로 도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합니다. 일부 지역에선 33.2cm의 적설량을 기록했습니다.
노재완:
네. 그리고 유럽대륙은 한파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영국 런던은 좀처럼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지역인데 영하 4도를 기록하는 등 한파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도지역에서도 갑자기 수은주가 떨어지면서 동사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나타난 엘리뇨 현상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나경:
결국 엘리뇨 현상 때문에 여기 서울에도 이런 큰 눈이 내린 거군요.
노재완:
네. 그런 셈이죠. 엘리뇨 현상은 단순한 기후변화가 아닙니다. 온실가스 등의 영향을 받아 이런 변화가 왔다고 볼 때,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우리 인간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이나경:
정말 지구촌 모든 국가들이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때가 아니더라도 우리 후세들에게 큰 재앙이 올 수 있으니까요. 정말 지구를 깨끗이 보존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가장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