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내집마련
이나경∙ 교원 출신 탈북자
2009.10.14
2009.10.14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의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한국에서 결혼하면 가장 먼저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웁니다.하지만, 최근 ‘내 집 마련’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요.
어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을 장만하려면 평균 9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연구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으로 평균 33평에 방 3개짜리 아파트였으며,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서울을, 그 중에서도 한강 이남지역인 강남을 꼽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주거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나경: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이나경씨 한국에 오신지 몇 년 되셨죠?
이나경: 2005년에 한국에 왔으니까 올해로 4년이 됐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이젠 한국 생활에 거의 적응했겠네요?
이나경: 생활하는데 이젠 크게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까 경제 지식이 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같은 경우 돈이 생기면 그냥 은행에 저축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돈을 어느 정도 벌면 집을 산다든가 기업 주식을 산다든가 펀드도 하는데, 아직은 제가 그런 개념이 없어서 가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돈 관리 관련 서적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노재완: 아. 그래요? 흔히 한국에선 돈 관리를 뜻하는 말로 ‘재테크’라고 표현을 말이 합니다. 영어 표현이지만, 자주 사용되다 보니까 생활 언어가 됐습니다. 방송에서 신문에서 많이 들어보셨죠?
이나경: 네. 흔히 “너 요즘 재테크 어떻게 하고 있냐?” 묻기도 하잖아요.
노재완: 그러면 재테크는 어떤 쪽으로 공부하고 있나요?
이나경: 저 같은 경우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쪽으로 하고 있는데요. 집을 사고 파는 문제도 쉽지 않더라고요.
노재완: 근데 지금 살고 계신 집 있지 않습니까?
이나경: 네. 있죠. 탈북자가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살림집을 주잖아요. 서울 같은 경우 대체로 아파트를 주는데요. 아시다시피 이 아파트는 제 소유의 집이 아닙니다. 제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그 집은 다른 사람한테 돌아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이도 크고 그래서 좀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하거든요.
노재완: 아.. 그렇군요. 그러면 탈북자들에게 주는 아파트의 경우 어떻게 배정되는 겁니까?
이나경: 네. 현재 3인 가족의 경우 15~18평 정도 아파트를 주고요. 2인은 15평, 1인 12평 짜리를 줍니다. 그리고 5명 이상 되면 22평을 줍니다. 다만, 아파트 관리비는 매달 사는 사람이 내야 합니다. 조금은 공간이 적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서울의 집값을 알고 나선 아예 그런 생각을 버렸습니다.
노재완: 맞아요. 서울의 집값 너무 비싸죠. 3.3평방미터, 그러니까 평당 약 천만 원정도 합니다. 미화로 계산하면 만2천 달러 정도인데요. 30평 아파트를 따져보니까 미화로 약 35만 달러 정도 되더라고요.
이나경: 맞아요.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한강 이남인 강남지역은 그 보다 2배 가까이 비쌉니다. 그리고 한강 이북지역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요. 또 같은 지역도 지하철역이 가깝고 주변에 대형 매장이 있으면 더 비쌉니다. 저도 돈을 많이 모아서 더 큰 집에서 살고 싶은데. 이렇게 집값이 비싸니 엄두가 안나요.
노재완: 솔직히 한국에서 일반 근로자가 월급을 모아서 집 한 채 사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도 하는데요. 은행 빚 갚는데도, 10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이유는 집값이 오르면 거기서 생기는 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나경: 네. 제 주변에서도 보면 이렇게 해서 돈을 번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2억 원 정도 주고 산 집을 5년 만에 3억 원 넘게 받고 판 사람도 있었습니다. 보니까 세금을 떼고도 거의 1억 가까이 돈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미화로 하면 약 12만 달러 정도 벌은 겁니다. 그러니까 1년에 2만 달러를 번 셈인데요.
노재완: 사실 순수하게 직장 월급으로만 해서 그렇게 돈을 벌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돈이 있고 기회만 되면 집을 사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그 동안 집값 상승을 막으려고 노력했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들은 얘기인데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도 집을 갖고 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이나경: 국가로부터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인 입사증을 받은 사람은 숙청되거나 변고가 없는 한 사실상 평생을 살 수 있는데요. 당연히 집 매매는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최근 들어 암암리에 집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권력기관에 종사하거나 돈 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뇌물을 주고 입사증을 새롭게 발급받는 형식으로 거주권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집주인들끼리 집을 맞바꾸는 식으로 하지만, 중간에 돈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제가 평양에 살 때도 통일거리라든지 광복거리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일부러 웃돈을 주고 모란봉구역 같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노재완: 원칙은 집을 사고 파는 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결혼하면 가장 먼저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웁니다.하지만, 최근 ‘내 집 마련’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요.
어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을 장만하려면 평균 9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연구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으로 평균 33평에 방 3개짜리 아파트였으며,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서울을, 그 중에서도 한강 이남지역인 강남을 꼽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주거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이나경: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이나경씨 한국에 오신지 몇 년 되셨죠?
이나경: 2005년에 한국에 왔으니까 올해로 4년이 됐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이젠 한국 생활에 거의 적응했겠네요?
이나경: 생활하는데 이젠 크게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까 경제 지식이 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같은 경우 돈이 생기면 그냥 은행에 저축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돈을 어느 정도 벌면 집을 산다든가 기업 주식을 산다든가 펀드도 하는데, 아직은 제가 그런 개념이 없어서 가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돈 관리 관련 서적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노재완: 아. 그래요? 흔히 한국에선 돈 관리를 뜻하는 말로 ‘재테크’라고 표현을 말이 합니다. 영어 표현이지만, 자주 사용되다 보니까 생활 언어가 됐습니다. 방송에서 신문에서 많이 들어보셨죠?
이나경: 네. 흔히 “너 요즘 재테크 어떻게 하고 있냐?” 묻기도 하잖아요.
노재완: 그러면 재테크는 어떤 쪽으로 공부하고 있나요?
이나경: 저 같은 경우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동산 쪽으로 하고 있는데요. 집을 사고 파는 문제도 쉽지 않더라고요.
노재완: 근데 지금 살고 계신 집 있지 않습니까?
이나경: 네. 있죠. 탈북자가 한국에 오면 정부에서 살림집을 주잖아요. 서울 같은 경우 대체로 아파트를 주는데요. 아시다시피 이 아파트는 제 소유의 집이 아닙니다. 제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그 집은 다른 사람한테 돌아갑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이도 크고 그래서 좀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하거든요.
노재완: 아.. 그렇군요. 그러면 탈북자들에게 주는 아파트의 경우 어떻게 배정되는 겁니까?
이나경: 네. 현재 3인 가족의 경우 15~18평 정도 아파트를 주고요. 2인은 15평, 1인 12평 짜리를 줍니다. 그리고 5명 이상 되면 22평을 줍니다. 다만, 아파트 관리비는 매달 사는 사람이 내야 합니다. 조금은 공간이 적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서울의 집값을 알고 나선 아예 그런 생각을 버렸습니다.
노재완: 맞아요. 서울의 집값 너무 비싸죠. 3.3평방미터, 그러니까 평당 약 천만 원정도 합니다. 미화로 계산하면 만2천 달러 정도인데요. 30평 아파트를 따져보니까 미화로 약 35만 달러 정도 되더라고요.
이나경: 맞아요.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한강 이남인 강남지역은 그 보다 2배 가까이 비쌉니다. 그리고 한강 이북지역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요. 또 같은 지역도 지하철역이 가깝고 주변에 대형 매장이 있으면 더 비쌉니다. 저도 돈을 많이 모아서 더 큰 집에서 살고 싶은데. 이렇게 집값이 비싸니 엄두가 안나요.
노재완: 솔직히 한국에서 일반 근로자가 월급을 모아서 집 한 채 사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도 하는데요. 은행 빚 갚는데도, 10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이유는 집값이 오르면 거기서 생기는 차익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나경: 네. 제 주변에서도 보면 이렇게 해서 돈을 번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2억 원 정도 주고 산 집을 5년 만에 3억 원 넘게 받고 판 사람도 있었습니다. 보니까 세금을 떼고도 거의 1억 가까이 돈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 미화로 하면 약 12만 달러 정도 벌은 겁니다. 그러니까 1년에 2만 달러를 번 셈인데요.
노재완: 사실 순수하게 직장 월급으로만 해서 그렇게 돈을 벌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돈이 있고 기회만 되면 집을 사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그 동안 집값 상승을 막으려고 노력했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들은 얘기인데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서도 집을 갖고 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까?
이나경: 국가로부터 집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인 입사증을 받은 사람은 숙청되거나 변고가 없는 한 사실상 평생을 살 수 있는데요. 당연히 집 매매는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최근 들어 암암리에 집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권력기관에 종사하거나 돈 많은 사람을 중심으로 뇌물을 주고 입사증을 새롭게 발급받는 형식으로 거주권 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집주인들끼리 집을 맞바꾸는 식으로 하지만, 중간에 돈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제가 평양에 살 때도 통일거리라든지 광복거리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일부러 웃돈을 주고 모란봉구역 같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노재완: 원칙은 집을 사고 파는 행위가 금지돼 있지만,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