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오는 14일은 음력 1월 1일 정월 초하룻날입니다. 바로 한반도의 오랜 전통 명절인 설날인데요. 이날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이니 만큼 예부터 복되고 탈없는 한 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여러 가지 행사와 놀이가 행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과학이 발전하고 시대가 바뀌면서 명절 문화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변해가는 한국의 설날 풍경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아니경
: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 설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북에서 오신 분들은 고향으로 갈 수 없어 조촐하게 집에서 보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나경
: 이번 설의 경우 너무 짧잖아요. 설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월요일 하루만 더 쉬는 셈인데요. 멀리 어디를 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공원 같은 곳에 가서 아이랑 설 풍경을 볼까 생각중입니다.
노재완
: 민속촌에 한번 다녀오세요. 설날에 가면 가래떡 만드는 현장도 직접 볼 수 있고요. 거기서 만든 가래떡으로 떡국도 맛볼 수 있습니다. 아이한테는 좋은 체험이 될 것입니다.
이나경
: 민속촌요?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 타고 내려가다 보면 이정표가 나와 있던데. 수원 근처에 있는 거 맞죠?
노재완
: 네. 맞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용인에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용인 민속촌이라고 부릅니다.
이나경
: 아. 그렇군요. 거기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요즘 한국에선 설날에 민속놀이를 하지 않더라고요. 행사장 같은 곳에서 가끔 민속놀이를 볼 수 있는데, 점차 사라져 가는 같아서 좀 아쉽습니다.
노재완
: 그렇죠. 저도 어릴 때 설만 돌아오면 큰집에 놀러갔었는데, 대가족이 방 안에서 다 같이 윷놀이를 하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시골에 마당이 넓으니까 오전엔 동네 부녀자들이 모여서 널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형들이랑 높은 동산에 올라가서 연날리기를 하면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민속놀이야 남이 북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나경
: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수 천 년 동안 내려온 전통놀이인데요. 다만, 북한은 한국과 비교해 음력설보다는 양력설을 더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양력설을 쇨 때는 나라에서 명절공급이라 하여 술이나 돼지고기, 식용유 등을 배급하는데요. 음력설에는 이런 게 나오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음력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지난 50년 이상 양력설을 쇠어온 것이 몸에 밴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월에 음력설은 김정일 생일 가까이 있어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음력설을 그냥 하루 쉬는 정도로만 알고 지냅니다.
노재완
: 듣고 보니까 이해가 갑니다. 여기 한국에선 설날에 민속놀이인 윷놀이를 많이 하는데요. 요즘엔 가족끼리 화투치기도 많이 합니다. 나경 씨도 한국에 와서 화투 해보셨나요?
이나경
: 아니요. 안 해봤습니다. 그런데 대충 짝은 맞출 수 있습니다.(웃음) 사실 화투는 돈따먹기 놀음판에서 하던 거 아닙니까.
노재완
: 네. 그렇죠. 그런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국민적으로 하다 보니까 대중화된 놀이가 돼 버렸습니다. 보통 화투로 고스톱을 많이 합니다.
이나경
: 맞아요. 남쪽 사람들은 화투로 고스톱이라는 놀이를 즐겨하더라고요. 한국에서 고스톱을 즐겨 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설날에 젊은이들이 모이면 주패놀이를 많이 합니다.
노재완
: 건 그렇고. 북한에서는 여기 음력설 때 하는 세배를 양력설에 한다면서요?
이나경
: 네. 그렇습니다. 북에서는 양력설에 보통 세배를 많이 합니다. 큰절은 어른들의 경우 잘 안 하고요. 아이들만 가끔 큰 절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설날 때 차례 지내잖아요. 북에서 거의 지내지 않습니다.
노재완
: 차례 지내는 것이 돌아가신 분들에게 올리는 예의라면 세배는 살아계신 어른들에게 공경의 마음을 표하는 예의입니다. 그래서 세배를 드릴 때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요. 우선 절을 하려고 할 때, “절 받으세요”라든가 “앉으세요”라고 하는 명령조의 말보다는 “세배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
이나경
: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나서 세뱃돈을 받잖아요. 요즘은 아이들에게 현금 대신 북한에서 사용되고있는 구매권과 비슷한 건데요 문화상품권이나 도서상품권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노재완
: 예, 상품권에 적혀 있는 금액만큼 책이라든지 학용품 같은 것을 대형 백화점이나 서점에서 살 수 있으니까 돈 대신 많이 주는 편입니다.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새뱃돈하면 빳빳한 현금이 최고죠.(웃음) 설 명절 때 여기 한국에서는 떡국을 많이 먹잖아요. 나경 씨는 떡국 좋아하세요?
이나경
: 있으면 먹는데,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사실 북에 있을 때는 떡국 보다는 만두국을 즐겨 먹었거든요.
노재완
: 아. 그렇군요. 한국에서는 흰 쌀을 쪄서 길게 뽑은 가래떡을 납작하게 썰어서 끓여 먹는 떡국을 설날 아침에는 꼭 먹습니다. 어린 시절 설날 아침에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을 먹는다고 해서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 그릇 먹고서 두 살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나경
: 맞아요. 어릴 때는 왜 그리 나이 먹는 게 좋아 보이던지.. 빨리 컸으면 하는 맘에 한 살이라 많게 보이려고 애쓰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철부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뛰놀던 추억이 그립네요.
노재완
: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탈북자들의 마음 잘 압니다. 하루빨리 통일의 그날이 오기를 염원합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