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따지고 보면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그래야 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한국에선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통일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도 있어. 통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한국의 학교 통일교육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교원 출신인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 안녕하세요?
이나경
: 네. 안녕하십니까.
노재완
: 요즘 날씨가 선선해서 좋죠?
이나경
: 네. 게다가 요즘 하늘을 보면 어찌나 청명한지 정말 우리 한반도의 가을 하늘은 세계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재완
: 그래서 저도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이랑 가까운 산이라도 놀러 갈까 생각 중입니다.
이나경
: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까. 저도 맑은 공기 마시러 산에 한번 가야겠습니다.(웃음) 선생님, 그런데 어제 신문을 보니까요, 청소년 통일교육 강화를 위해 한국 정부에서 요즘 ‘찾아가는 학교통일교육’이라고 해서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통일교육을 한다고 나왔더라고요.
노재완
: 아. 저도 그 내용 봤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통일교육원에 교육신청을 하면 말씀하신 대로 정부에서 직접 학교를 방문해 교육해준다는 건데요. 올해에만 40개 학교에서 8천400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말까지 16개 학교에서 6천800명이 더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나경
: 제가 북한에 있을 때 한국에선 반공교육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반공교육이라는 말은 거의 안 쓰더라고요?
노재완
: 한국에서 통일 및 북한관련 교육은 남북관계와 통일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됐습니다. 분단 이후 1970년대까지는 북한을 대결의 상대로 인식해서 방금 말씀하신 반공교육에 치중하였고요. 1980년대에는 남북대화가 추진되면서 북한을 대화하면서 대결하는 상대로 인식해 안보교육으로 전환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선 남북관계와 통일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통일교육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종래의 안보교육차원을 ‘통일교육’ 차원으로 전환해 지금의 통일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통일교육은 과거에는 주로 도덕, 윤리과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요. 요즘은 전 과목에서 북한에 대해서 배웁니다. 예를 들어 남북한 말의 차이를 가르치는 것은 국어 과목에서 배우고요. 또 북한 역사는 역사과목이라든지 사회과목 등에서 배웁니다. 또 행사교육, 특별활동 등을 통해서도 배우고 있습니다.
이나경
: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인데요. 학생들이 민족 통일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무관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저도 가끔 학교에 나가서 강연하는데요. 학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충격적인 얘기를 들을 때가 잦습니다.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그 아이는 중학생 남자 아이였는데, 저한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통일 그거 꼭 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통일하면 못사는 북한 때문에 우리만 가난해질 것 같아 싫어요..”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남쪽 학생들의 통일의식이 지금 어른 세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화,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민족과 통일, 겨레에 대한 개념이 좀 약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재완
: 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지적이십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도를 설문조사한 결과가 있는데요. 설문조사에서 한국 청소년 10명 중 4명이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또 ‘통일이 꼭 돼야 하나’라는 질문에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46.3%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지금 이대로가 좋다'와 '모르겠다'는 응답이 각각 24.8%, 2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전체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통일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건데요. 이런 결과가 반영하듯, 청소년들은 북한 생활상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 18.1%만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지만, 이에 두 배가 넘는 38%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의 공식 명칭에 대해 정확히 아는 청소년의 비율이 24.7%에 불과했습니다.
이나경
: 현재의 청소년들은 앞으로 이끌어나갈 미래의 주역들인데요. 통일의식을 높이려고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학교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노재완
: 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이번에 통일교육 강화를 위해 ‘찾아가는 학교통일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고등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의 조휘제 선생입니다.
조휘제
: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대학입학 수능시험입니다. 그다음에 개인적인 외모라든지 취미생활에 관심이 많습니다. 반면 통일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이 수능시험에 관심이 많다고 봤을 때, 통일의식을 높이려면 수능시험과 연관된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통일에 관련된 수행평가를 많이 한다든지 그다음에 대학 수능시험에 통일관련 시험을 많이 낸다든지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이나경
: 들어보니까 학생들의 관심은 결국 현실적인 곳에 있었네요. 개인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까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줄어들 밖에 없을 것 같고요. 방금 학교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면 학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끌게 하는 뭔가가 있어야겠네요.
노재완
: 다른 교육에도 해당하는 얘기지만, 통일교육은 흥미있고 재밌어야 합니다. 수업은 학생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기꺼이 학습활동에 참여할 의욕을 불어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위주의 통일교육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통일에 관심을 가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이나경
: 네. 그렇습니다. 제가 학교에 가서 강연해 봐도 처음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다가도 나중에 보면 우리 학생들이 북한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나타내고 많은 질문을 하는 것을 봤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 소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니까. “정말이에요? 한국에선 해마다 반이 바뀌는데 왜 그럴까요?” 하면서 북한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교육전과 후에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하는 설문 조사를 했는데요, 그 결과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노재완
: 네. 그렇군요.
네. 오늘 ‘남남북녀의 하나 되는 교육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