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간에는 한글 깨치기에 대해서 이나경 씨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노재완: 나경 씨 안녕하세요?
이나경: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 올 때 보니까 개나리가 활짝 폈더라고요.
이나경: 네. 저도 봤습니다.
노재완: 아직 날씨가 좀 쌀쌀하지만,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거리에 봄을 느낄 수 있는 화사한 옷차림들이 눈에 많이 띄더라고요.
이나경: 그래서 저도 오늘 스카프를 화사한 걸로 했습니다. 오면서 보니까 목련도 꽃망울이 하얗게 움텄더라고요.
노재완: 나경 씨는 언제 처음 한글을 배웠어요?
이나경: 한글이라면…. 우리글 말하는 건가요?
노재완: 네. 우리말이요.
이나경: 아…. 북한에선 한글이라고 부르지 않아서요. 한글이 뭔가 했습니다.
노재완: 한국에선 한글날도 있잖아요.
이나경: 한글을 우리말. 조선말을 얘기하는 거군요. 저는 한글을 학교에서 7살에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노재완: 한글은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았습니까?
이나경: 아닙니다. 유치원에서는 단어에 접근하는 정도에서 배웠습니다. 예를 들면 아버지 할 때 '아', 가지 할 때 '가' 뭐 이 정도만 배워요. 그래서 실제로 한글은 소학교에서 배웠습니다.
노재완: 네. 한국에서는 '가나다라'로 시작하는 한글판 같은 걸로 아이들을 많이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문적으로 한글 학습지만 만드는 회사들이 있어서 이런 학습지 회사에 만든 한글 교육용 교재를 갖고 엄마들이 한글 교육을 하는 일이 일반화됐습니다.
저희 아이 때문에 저도 가끔 집에서 한글 교재를 갖고 가르쳐 봤는데, 아이가 재밌게 따라 배울 수 있도록 해놨더라고요. 예를 들어 교재에 있는 인형 그림을 손으로 콕 누르면 "인형"이라고 교재에서 소리가 나더라고요. 아이들은 재미있으니까 계속 눌러보죠. 그러면서 그 그림 밑에 있는 인형이라는 글자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여기서 잠깐 한글을 배우는 아이의 목소리를 좀 들어볼게요.
엄마: 모르겠어?
아이: 어디 있는지 찾아볼게.
엄마: 거기 ‘요’자는 안 나왔어. 요리할 때 ‘요’~
아이: 요~, 오, 요, 오이.
엄마: 다시 한 번 읽어볼까? 모르는 글자 있으니깐. ‘요’자 몰랐잖아.
아이: 아, 야, 어, 여, 오, 요..
이나경: 여기 엄마처럼 한국에서는 3세 이상 유아를 키우는 집들은 대부분 한글 학습지를 하나씩 구독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아예 학습지 회사에서 전문 교사가 가정집을 방문해 교재와 다양한 한글 교구들을 갖고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한글을 가르치더라고요. 우리 집 아이도 보니까 제가 한글을 가르치면 짜증 내고 배우기 싫다고 하는데, 한글 선생님이 오면 되게 좋아하고 잘 따라 배웁니다.
노재완: 네, 한국에선 이것을 흔히 ‘홈스쿨’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영어적 표현인데, 집에서도 학교처럼 배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학습지 회사에 소속된 교사가 일반 가정에 방문해서 학습을 가르치는 겁니다.
이나경: 한국에 와서 보니까 학습지와 교재, 교구들이 너무 다양해 고르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북한에서는 한글을 떼는데 도움을 줄 선생님이 직접 가정집까지 방문해 아이들에게 학습을 지도하는 가정방문 ‘홈스쿨’ 교육이 아예 없습니다.
다만, 유치원에서 특별히 눈에 띄게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있다면 유치원에서 원장님과 지도 교원의 지도로 따로 그 학생에게 해당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도하며 이 아이를 군(郡)과 시의 간부들에게 보고해서 별도로 해당 학생만 직접 지원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노재완: 결국 소수 아이만 국가가 따로 지도를 해주는 거네요. 영재로 육성하기 위해서겠죠? 그러면 일반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이나경: 일반 아이들은 만 6세~7세 경에 한글 깨치기 교육을 시작하는데, 북한에서 한글 깨치기의 특징은 학습지를 통한 스스로 깨치기보다는 주입식 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며 ‘가갸표’ 노래를 만들어 암송시키기라든지 카드를 통한 한글 깨치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노재완: 반복적인 훈련과 주입식 교육은 자칫 한글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거든요. 예전에 한국도 그런 교육을 많이 했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려고 놀이 형태로 한글을 가르칩니다.
이나경: 한국에 와서 보니까 한글 교육용 프로그램이 매우 많더라고요. 학부모 자신도 혼란스러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우리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하니까 엄마들도 계속 그런 쪽으로 공부해야 하고. 힘들더라고요. 한글 교육이 일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집에서 학습지 회사를 통해서 하니까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또 그런 애들하고 눈높이를 맞추려 하다 보니 애들도 자신감을 잃거나 학부모님도 조바심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노재완: 네. 주변에서 다 하니까 경쟁 심리로 더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정 방문 한글교육이 이젠 한때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한국에선 완전히 일반화가 됐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아이의 한글 교육으로 고민하는 어느 엄마의 말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엄마: 저희 때는 이름만 읽을 줄 알면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수업 자체가 1학년 때부터 받아쓰기 다 된다는 전제 하에 수업하잖아요. 그래서 애가 한글을 모르고 (학교에) 들어가면 수업을 못 따라가고 피해도 보니까. 그리고 요즘 4살이면 한글을 다 읽은 분위기인데, 다른 애들은 다 읽는데 저희 애만 못 읽으면 저도 기분이 나쁘고…. 그런 이유로 한글 교육을 일찍 시작한 거죠.
이나경: 여기 엄마처럼 저도 그런 느낌 받을 때가 있어요. 솔직히. 경쟁 심리라는 게 무섭더라고요. 안 할 수도 없고, 하려니 부담이 되고요. 북한에서는 어린 나이 땐 경쟁 심리가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참 경쟁이 심하더라고요. 이래서 한국이 발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노재완: 네, 예전보다 한글 교육 시기가 앞당겨지고 엄마들의 관심과 투자가 커지는 것은 한글을 빨리 뗀 아이들이 더 똑똑하게 큰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요. 그러면서 부모들은 점차 한글 떼기가 영재교육의 시작점이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교육 전문가들과 영재 아이를 키운 엄마들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이런 의견을 많이 내놓으니까요. 엄마들도 영향을 받아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요. 아이가 학습이 부진하면 북한은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반면, 한국은 부모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들이 워낙 사교육을 많이 시키니까 교사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교사들도 책임감도 덜 해지는 게 있거든요. 학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한국 정부가 계속 발표했지만, 엄마들의 이런 교육열에 만족하게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일 수도 있고요.
이나경: 남과 북의 좋은 점만 골라서 교육에 적용하면 좋겠습니다.
노재완: 네. 맞습니다. 오늘 <남남북녀의 하나 되는 교육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