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 밴쿠버 동계올림픽

서울-노재완∙이나영 xallsl@rfa.org
2010.02.17
sanghwa_lee-305.jpg 17일 캐나다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우승한 이상화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고 있는 노재완입니다. 지난 12일 개막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연일 금메달 따내고 있습니다.

14일 짧은 주로 속도빙상 1,500m, 16일 남자 500m 속도빙상, 17일 여자 500m 속도빙상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는데요. 특히 육상의 100m라고 불리는 속도비상 500m에서 한국이 남녀를 석권한 것은 가히 경이적입니다.

동계올림픽이 시작한 이래 한 나라에서 단거리 500m 속도빙상을 남녀가 석권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지켜보는 한국 국민 모두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한국의 동계올림픽 소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자 이나경 씨와 함께 합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아니경: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오늘 오전에 있었던 여자 속도빙상 500m 경기 보셨죠?

이나경: 물론이죠. 금메달을 딴 우리의 이상화 선수의 경기 모습. 거짓말 안 하고 열 번은 더 봤을 겁니다. 근데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노재완: 기대하지 않았던 금메달이 나와서 그런가 국민들도 더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이나경
: 전날 남자 500m에서도 모태범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도 그랬고,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 우리가 그냥 넘어가선 안 될 같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말씀을 하시는데, 남 모르게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겠어요. 운도 결국 실력이 있어야 따르는 법입니다.

노재완: 그동안 쇼트트랙, 그러니까 짧은 주로 속도빙상에 가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한국의 속도빙상이 세계 빙상계를 경악시키고 있는데요. 한 외신기자는 이상화 선수가 우승을 한 뒤 가진 회견장에서 “한국이 세계 속도빙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이나경: 갑자기 1960년대 우리 북한에서 해성처럼 나타난 빙상 영웅 한필화 선수가 생각이 납니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서 3천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그 선수 아시죠?

노재완: 알죠.. 당시 장거리 속도빙상은 신체가 작은 아시아 선수에게는 힘든 종목인데, 여기서 은메달을 따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겁니다.

이나경
: 이번에 남자 속도빙상 5천m 은메달을 땄던 한국 선수 있잖아요. 갑자기 이름이 까먹었네..

노재완: 이승훈 선수 말씀하신 건가요?

이나경: 아! 맞습니다. 이번에 이승훈 선수가 속도빙상에서 딴 5천m 은메달은 북한의 한필화 선수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저희 부모님이 한필화 선수 얘기 가끔 하셨거든요. “우리 조선의 빙상 실력은 세계적이었다”며 한필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노재완: 당시만 해도 북한의 한필화는 아시아의 자랑이기도 했죠. 그것이 계기가 돼서 아시아에서도 세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늘어났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셈이죠. 어제 남자 500m에서도 한국이 금메달을 땄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일본 선수가 차지했을 정도로 아시아 선수가 금, 은, 동을 모두 차지했습니다.

이나경: 한국에 와서 처음 본 동계올림픽이 지난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였는데요. 그 때 기억으로 한국이 쇼트트랙, 그러니까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로 하면 ‘짧은 주로 속도빙상’이죠. 당시 이 종목에서만 6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짧은 주로 속도빙상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노재완: 네. 그랬죠. 하지만, 금메달을 따는 종목이 너무 편중돼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4년 만에 놀라울 정도로 더 발전했습니다.

이나경: 그 뿐인가요. 이번에 금메달을 딴 선수 전부가 20 갓 넘은 나이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금메달을 딴 다음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영낙없는 어린 아이 같은데, 빙상장에만 서면 어찌 그리 늠름하게 보이던지.. 그리고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결의찬 그 눈빛..

노재완: 네. 한마디로 젊은 패기가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무서운 게 없는 나이잖아요.

이나경: 오후에 신문을 보니까 한국이 금3개, 은1개로 현재 독일에 이어 메달순위에서도 2위에 올랐더라고요. 잘 하면 5위권 안에도 들 수 있겠는데요.

노재완: 그러게요. 잘 나가도 너무 잘 나가는 것 같아요. 한국 언론에서는 앞으로도 5~6개 정도 더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면 마지막에 가서는 8개 내지 9개의 금메달을 딴다는 얘기인데.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6개의 금메달로 7위에 올랐으니까 정말 5위도 가능하겠는걸요.

이나경
: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한국이 이상화 선수가 출전한 500m 속도빙상에 북한 선수들도 출전했는데, 전체 35명 선수 가운데 9위에 올랐습니다.

노재완
: 네, 고현숙 선수죠. 비록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속도빙상의 꽃인 500m 종목에서 세계 10위 안에 든 것은 대단한 기록입니다. 한필화 이후에 침체기에 빠졌던 북한 여자 속도빙상의 부활을 알리는 값진 성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고현숙 선수의 나이가 현재 23살입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다음 올림픽 때는 더 좋은 결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이나경: 맞아요. 이번에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가 지난 토리노 대회때 5위에 올랐다가 이번에 금메달을 딴 것처럼 고현숙 선수도 열심히만 하면 4년 후엔 꼭 메달을 딸 겁니다.

노재완: 네.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 동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왕베이싱 선수와의 기록을 비교해도 0.84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해외에서 국제대회 경험을 더 쌓으면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는 기록입니다.

이나경: 지적했듯이 북한이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선수들의 자질이 부족했거나, 연습을 게을리 해서 그런 게 아니고, 장비의 부족과 그리고 국제 대회의 경험 부족으로 저조했던 측면도 있거든요.

노재완: 이제, 내일 모레 여자 속도빙상 1000m가 있습니다. 한국의 이상화 선수가 또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낼 지가 기대가 되는데요. 북한의 고현숙 선수도 마찬가지로 500m에서 9위를 차지했으니까 어떤 이변을 만들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나경: 뭐 제 바람인데요. 천m에서는 남과 북이 메달 시상대에 나란히 섰으면 합니다. 남이든 북이든 누가 금메달을 따도 상관없습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 한민족의 저력을 떨쳤으면 좋겠습니다.

네. 오늘 <남남북녀의 세상사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서울지국, 진행에 노재완 이나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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