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설날 선물과 음식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2.02.01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설날 선물과 음식 설 연휴를 10여일 앞둔 지난달 18일 세종시 연동면 응암리 농업법인 매바위에서 직원들이 갓 뽑은 떡국떡을 용기에 담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씨. 오늘이 음력설, 남한에서는 설날이죠?

 

정진화: . 기자님. 남한에서는 1 1일은 신정 그리고 음력설은 구정이라고 하는데요. 신정은 하루를 쉬고 구정은 3일을 쉽니다. 올해 구정은 는 토요일, 일요일이 끼우다 보니 5일을 쉬는 겁니다.

 

 기자: 그렇군요. 연휴가 긴데요. 무엇을 하면서 보내고 있나요?

 

정진화: . 구정에 특집프로그램들이 많아서 TV도 보고 인터넷이나 신문에 무료로 게재되는 운세를 보면서 올해는 어떤 좋은 일들이 있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음력설에는 토정비결도 많이 보시죠.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정진화: . 설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집안의 어르신들과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 그리고 지난 한해 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설날 보내는 선물 이야기와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기자: 설날 주고 받는 선물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정진화: .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건강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돌리다 보니 설 선물도 건강과 관련된 것이 많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인기 있는 건강관련 제품은 홍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홍삼에 못지않게 원기력 회복이나 면역력 증강, 자양 자강, 항산화 그러니까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개발되어서 종류를 꼽지 못할 지경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건강관련 제품 이외 다른 것은 어떤 겁니까?

 

정진화: , 예전에는 기름도 콩기름, 참기름, 옥수수기름 등을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건강에 좋다는 올리브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유, 들깨기름 등이 선물용으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장품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은데 천연, 자연산, 유기농으로 만든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특별하고 가격도 조금 비싸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진화 씨는 어떤 것을 받을 때가 제일 좋았나요?

 

정진화: 음 저는 제철 과일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과일도 사과면 사과 한가지로 된 선물꾸러미도 있지만 사과나 배가 함께 들어있는 것도 있고 최근에는 멜론이나 청포도 종류인 샤인머스켓 그리고 망고와 같은 과일 선물이 추세라고 과일선물이 제일 좋았습니다.

 

기자: 개인적으로 선물할 때는 어떤 것을 합니까?

 

정진화: 전 사실 탈북민들이 생산한 제품을 선물합니다. 취재를 다니면서 그분들 제품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최근 탈북민 농부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귀한 분들에게 선물해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하고 좋은 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선물은 지리산 표고버섯으로 정했습니다.

 

기자: 또 설 음식도 꼭 이날 먹어야 한다 하는 것이 있잖아요?

 

정진화: 맞습니다. 설날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떡국입니다. 떡국 한 그릇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합니다. 결국 떡국은 나이를 더해주는 음식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설날에 떡국을 먹는데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하얀색의 떡과 맑은 국물을 먹음으로 안 좋았던 일을 깨끗이 잊고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삼는다는 의미를 두었다는 겁니다. 또 떡국은 길게 가래떡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긴 가래떡처럼 장수와 재물운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기자: 그렇군요. 한국에서 떡국을 먹는다는 말을 했는데 북한에서는 떡국을 먹지 않았습니까?

 

정진화: 아니요. 저는 북한에 살 때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설날에 떡국을 먹어본 적도 없습니다. 대신 북한에는 수제비와 비슷한 뜨더국이라는 음식이 있는데 밀가루나 옥수수 가루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떡국 육수를 주로 소고기를 사용하는데 북한에서는 고기육수가 아니고 남새나 감자를 함께 넣어서 끓여먹습니다.

 

기자: 떡국하고 또 뭘 드셨나요?

 

정진화: . 올해 설에는 동네에 사는 언니가 떡국도 하고 순대 만들고 농마국수를 눌러서 여러 탈북민들이 함께 설을 쇠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왜 설날에 떡국 먹지,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떡국 했는데 이제는 설날이면 떡국, 추석이면 송편 하고 꼭 챙겨 먹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설날 같은 명절이 고향생각 때문에 제일 서러운 날이었는데 이제는 탈북민이 하도 많다 보니 북한 각 지방의 음식이 다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남한에 와서 식당을 차린 탈북민들도 많은데 순대 한가지만 봐도 넣는 재료나 양이 다르다 보니 그 맛이 다 다릅니다. 아무튼 음식은 여럿이 함께 먹어야 맛있는데 올해 설에는 모처럼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도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자: 보통 한집에 모이게 되면 각자 음식을 마련해 가지고 오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음식을 가지고 오셨나요?

 

정진화: 그럼요. 솔직히 남한에는 먹을 게 정말 많습니다. 처음 남한에 왔을 때가 생각나는데 명절이라고 사람들이 마트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걸 보면서 맨날 맛있는 거 먹는데 명절이라고 특별히 해먹을 게 또 있나?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옆집에 사는 어르신이 명절음식을 만들었다고 가지고 오셨는데 소고기, 새웃살, 생선, 호박 등으로 부친 전이랑, 당면, 돼지고기, 버섯, 당근, 시금치 등 채소를 넣어서 만드는 잡채였어요. 이런 음식들은 시간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니까 이런 음식은 특별한 날에 만들어 먹는 명절음식 이란 걸 후에 알았습니다. 이번에도 다른 분들은 고향 식으로 송편도 만들어오고 귤, , 오렌지, 포도랑 가지고 와서 정말 즐거운 설날이었습니다.

 

기자: 선물과 음식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북한과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점도 있을 텐데요.

 

정진화: . 음식을 마련해 놓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건 남북이 모두 같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전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는 것도 같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에서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녀의 경우, 설날이라고 특별히 부모님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는 일이나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으로 여행가는 일 같은 건 없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요즘은 설날이 왜 그리 빨리 오는 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중에도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데 떡국을 안 먹으면 나이를 안 먹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올 한 해는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가족과 지인과 친구들 모두 건강한 한해, 소망하는 일 모두 잘되는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동생과 가족들, 친구들, 동네분들 모두 건강하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음력설에 주고 받는 선물과 음식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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