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북한주민을 위한 행사
2022.02.15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안녕하세요?
정진화: 네.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자: 이제 정월 대보름을 지나고 있습니다. 둥근 달이 참 인상적인데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정진화: 네, 맞습니다. 2월15일은 2022년 정월 대보름이었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은 우리가 해오던 것이 있는데 무엇보다 정월 대보름 그리고 추석 보름은 그렇습니다. 정월 대보름에는 우선 팥, 수수, 차조, 찹쌀, 검은콩이 들어간 오곡밥을 먹고 식사후에는 호두, 잣, 땅콩, 은행, 날밤 등 부럼을 먹기 때문입니다.
남한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면 오곡밥을 먹는데 이렇게 다양한 곡물을 넣고 밥을 해서 먹는 이유는 새 생명을 시작하려는 오장육부에 균형 있는 영양소를 공급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견과류를 먹는 것은 혈관을 깨끗하고요. 그러니까 오곡밥과 부럼에는 1년동안 건강하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는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보름달을 보면서 저녁에는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는 거지요.
기자: 여러 가지 곡물과 견과류를 준비해야 하니 평소보다 엄마들이 하는 일이 많았겠어요.
정진화: 그렇죠. 평소와 달리 준비할 것이 많으니 미리 시장이나 상점에 가서 필요한 것을 사게 되는데 정월 대보름을 위해 오곡을 따로 준비해서 팔거나 부럼을 파니까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일단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이기도 하고요. 또 1년을 시작하는 달이어서 누구나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식사도 해야 하고 부럼은 껍질이 단단한 과실을 깨물어 먹는 것인데 그때 먹는 견과류는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도 건강을 위해서 먹는 거라서 대보름 전에 준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기자: 매년 오곡밥도 먹고 부럼도 하시고 하는군요.
정진화: 그럼요. 북한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는 것이고 텔레비전에서도 계속 이런 소개를 합니다. 그래서 저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기자: 올해 보름달을 보면서는 어떤 소원을 비셨습니까?
정진화: 저는 가족의 건강, 하는 일이 잘되는 것 그리고 북한에 있는 동생과 가족의 안부를 생각하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기자: 남한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도 먹고 소원도 빌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정진화: 북한에도 오곡밥 먹고 소원 빈다는 말은 있습니다만 오곡은 남한과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쌀이 부족해서 지역마다 좀 다르지만 빠지지 않은 것은 팥입니다. 그리고 부럼에 속하는 열매는 북한에서는 워낙 귀한 거라서 그랬는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달을 보면서 소원을 빈다? 그런 행위는 미신이라고 해서 정부가 엄격히 단속을 해서 내놓고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속으로 비는 거죠.
기자: 올해 정초부터 남한에서 북한사람들을 위한 기도 행사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정진화: 네, 맞습니다. 지난달과 음력설에 행사가 있었습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하는 행사입니다. 어떤 행사인가 하면요. 북한의 행사와 남한의 행사는 완전히 다릅니다. 북한은 1월 신년사관철 군중대회부터 거름내기전투, 위생월간, 모내기전투, 김매기전투 계속 전투, 전투인데 남한의 모임이나 행사는 그 목적이나 취지와 전혀 다릅니다.
처음에는 남한사람들이 북한에는 전쟁도 아닌데 무슨 전투가 그리 많냐고 농담을 하셔서 웃었는데 그러고 보니까 북한행사 대부분은 정치행사나 전투이고 전체 주민이 무조건 참여하는 행사가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남한의 모임이나 행사는 어떤 일을 하면서 목적이나 사명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고요. 북한처럼 밖에서 구호나 혁명가요를 합창하는 행사가 아니고 실내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해결책을 찾는 형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 비하면 정말 작은 모임이나 행사들입니다. 이런 행사나 모임은 가볍게 열리는 것이 북한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기자: 어떤 행사였었는데 좀 더 얘기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1월 27일 있었던 행사는 ‘북한 홀로코스트’라는 제목으로 된 인터넷 사진전이었습니다. 코로나19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 못하는 관계로 몇 사람이 모여서 행사를 하고 인터넷에 공유하는 사진전시 행사였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 행사였군요?
정진화: 네, 저희가 몇 명은 모이고 그 모인 사람의 행사를 인터넷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그런 행사였습니다.
기자: 홀로코스트라고 하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북한 홀로코스트가 의미하는 것은 뭡니까?
정진화: 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굶어 죽은 300여만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사람들을 기리는 행사고 정치범수용소나 감옥 등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사람들을 뜻하는 겁니다.
탈북을 하다가 체포되어 정치범수용소나 감옥 등에서 인권유린행위를 직접 경험한 탈북민들과 남한의 목사님들이 함께 활동하는 KAM선교회라는 단체가 북한 홀로코스트 박물관 건립을 위해 마련한 행사입니다. 또 북한주민을 위해 한 목소리로 기도하는 행사였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북한 홀로코스트’라고 치면 사진전 내용을 볼 수 있는데 북한주민들의 아픔과 눈물 또 그 목소리를 기억하고 한민족으로 서의 관심과 사랑, 행동을 하자고 기도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리고 음력설에 있었던 행사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정진화: 네, 남한 주민과 탈북민 40여명이 모여서 역시 북한을 위해서 기도하고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면서 북한주민들과 북한에 억류된 남한의 목회자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남한의 목회자분들은 중국 현지에서 탈북민들을 돕다가 북한에 체포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고향에 있을 때는 다 몰랐지만 고향을 떠난 이후로는 고향에 대한 노래를 부르거나 들으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설이나 추석 때 열리는 모임이나 행사에는 많은 탈북민들이 모여서 고향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었는데 요즘은 코로나19때문에 인원 제한도 있고 해서 고향음식 나누기도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기자: 사실 모두 바쁘게 사는데 북한주민을 위한 기도행사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정진화: 맞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시장에도 나가고 조직생활에도 참여를 하고 반 강제적이었잖아요. 그러데 한국에 와서는 정말 몸이 아프면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고 돌봐 주고 하니까 솔직히 겨울에는 춥기도 하지만 밖에 나갈 일이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텔레비나 보고 오는 전화만 받으면서 무료하게 생활하다 보면 답답하거든요.
처음에는 어떤 모임에 와봐라, 참여를 해라 그러면 내가 북한에서 지겹게 그런 생활을 했는데 남한에 와서까지 왜 그런 생활을 또 하냐 하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어디에도 참여할 데가 없다. 이러면 본인 스스로가 우울증에 걸리고 답답해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고 정착을 하다 보면 내가 어느 모임에 가야 하나? 혹시 고향에서 온 사람들 모임은 없나 하면서 찾아 다니는 분도 꽤 됩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네. 남한에 온 이후에도 저는 많은 모임과 행사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모임이나 행사참여는 강제성이 없고요.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라서 좋습니다. 그런데 요즘도 인원제한 때문에 많은 모임이 제한되고 있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최근 남한에서 있었던 북한 관련 행사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