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살기 좋은 구례마을
2022.04.12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안녕하세요?
정진화: 네.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자: 벌써 4월 중순이 되어오네요. 요즘 서울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진화: 네. 지난 주 서울에서는 여의도 벚꽃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년동안에는 코로나 때문에 열리지 못했고 올해 다시 재개된 겁니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주변 일부 도로에서 차량과 자전거의 운행이 전면 통제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립니다. 벚꽃 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는 30년에서 35년 된 왕벚나무 1,400여 그루가 길 양 옆으로 쭉 늘어서 마치 벚꽃동굴처럼 멋진 장관을 이루는 서울 최고의 벚꽃 명소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미크론 확산과 관련하여 양쪽 길 모든 통행은 안 되고 우측 방향으로만 통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자: 아무래도 봄 하면 벚꽃 구경이 굉장한데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런 곳이 많죠?
정진화: 엄청나게 많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친구들이랑 다녀온 지리산 아래자락인 전남 구례도 벚꽃 속에 묻힌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봄철이라 온갖 꽃들이 다 피었는데 구례로 들어가는 길 양옆에 벚꽃이 만발하고 거기에 과수원의 하얀 배꽃과 복숭아꽃, 집 앞에 튤립까지 피어서 온 천지가 꽃바다였습니다.
기자: 그럼 오늘은 전남 구례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
정진화: 네. 오늘은 ‘다시 찾은 구례마을’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기자: 지난해에도 다녀오시지 않았나요?
정진화: 아닙니다. 사실은 작년으로 저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간지 벌써 3년이 되었더라구요. 지리산이 가까운 전남 구례에는 저처럼 함경남도에서 온 친구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남한에 온 탙북민들은 같은 지역에서 온 사람을 만나면 금세 친구가 되는데 저도 이 친구와 인연이 된 게 벌써 4~5년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 탈북민이 남한에서 농사를 짓는 분이 많지 않은데 이분은 북한에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정진화: 이 친구는 북한에서도 잠깐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한에 온 후에는 경기도에서 살았는데 지금 남편을 만나 구례로 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구례처럼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자랑을 합니다. 이 친구는 지난해까지는 표고버섯 농사를 지었는데 작년에 스마트팜을 도입하면서 오이하우스를 지어 표고버섯과 오이를 함께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기자: 스마트팜이라면 어떤 것인지요?
정진화: 네. 북한식으로 말하면 전체 시설의 원격 자동화입니다. 스마트팜은 기존의 농업에 최신 기술을 도입해서 자동화 및 원격 기술을 갖춘 농장을 말합니다. 스마트팜 기술의 도입으로 기존 농민들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농촌의 모습을 구상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 이번 여행은 혼자 다녀오셨나요?
정진화: 저는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겸 또 함께 간 친구들은 북에서 온 친구가 농장을 운영한다고 하니까 지리산도 볼 겸 겸사겸사 함께 동행했습니다. 날씨도 좋고 친구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일손도 돕고 지리산도 구경하고 주변 관광지도 보고 1박 2일이 너무 짧았습니다.
기자: 지리적으로 보면 전라도는 서울에서 남서쪽에 있는데요. 다녀오신 구례가 서울에서 가자면 얼마나 걸리나요?
정진화: 네. 서울에서 전라남도 구례는 시속 300킬로로 달리는 고속기차로는 2시간 10분 정도 걸리고 승용차로는 4시간 거리입니다. 이번에는 북한말로 하면 최고급행 기차로 갔는데 돌아올 때는 금요일이라 주말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기자: 요즘 코로나 19가 통제가 완화되면서 봄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군요.
정진화: 네. 기차도 엄청 복잡하더라고요. 서울역은 늘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창가 옆 좌석표만 팔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준이 완화되어 그런지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오는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급행은 다 표가 매진되어서 완행열차를 타고 왔습니다. 그리고 구례역에 도착하니 친구가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서 구례 둘레길 주변을 둘러봤는데 거기도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기자: 거기 가서는 볼 것이 많았습니까?
정진화: 네.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구례 장이 서는 날이었는데 봄철이라 두릅이나 엄나물, 쑥 같은 봄철 산나물이 엄청 많았습니다.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인데 할머니들이 직접 캐오신 산나물을 파시는데 더 얹어주시고 더 얹어주시고, 지금도 시골 인심 하나는 최고구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자: 북한 장마당 모습이 떠오르네요.
정진화: 한국에서는 가게 상인들이 물건을 포장해서 팔고 값 흥정이 안 되는데 장마당에서는 할머니들이 직접 뜯어온 산나물을 팔다보니 좀 더 주세요 하면 한줌 더 주고 해서 북한 장마당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기자: 가서는 뭘 하셨나요?
정진화: 이번에 친구들과 쑥을 캐서 쑥떡을 해먹었는데 구례에 사는 친구는 힘든데 방앗간에 맡기자고 하고 서울서 간 친구들은 오랜만에 시골 왔는데 직접 해먹자고 하고 해서 결국 떡을 해서 먹었습니다.
기자: 여행을 가서 일을 벌였네요?
정진화: 네. 친구는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이제 한국에서는 안 한다고 했는데 쌀은 미리 물에 불궜다가 절구에 찧어서 가루 내고 입자가 작은 채에 내려서 떡가루를 만들고요. 한 2시간 뚝딱해서 집에서 오랜만에 쑥떡을 해먹었습니다. .
기자: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뭔가요?
정진화: 쑥떡을 해먹은 기억도 좋았고 저는 이번까지 지리산 여행이 3번 정도 되는데 전라남도가 지정한 행복마을이라고 “상사마을”을 돌아본 게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이곳은 조선후기 선비의 생활상이 보존된 약 16,500 ㎡의 정원에 15채 90여 칸으로 이루어진 고택 (옛날 기와집)입니다. “천국의 계단” 등 북한사람들도 즐겨보는 드라마를 찍은 촬영지이기도 한데 얼마나 볼거리가 많은 지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정원도 있고 글을 가르치던 서당채 그리고 사람들이 살던 사랑채, 안채, 건너채, 별채도 있고요. 그리고 대문으로 들어가면서 오른쪽으로 대나무들이 많은데 지리산자락이라 워낙 공기가 좋은데다가 대나무 숲이 있어서 경치 또한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 주시죠.
정진화: 네. 오늘은 3년만에 다시 찾은 전라남도 구례에 갔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전에는 혼자 가고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갔는데 친구도 예전에는 표고버섯만 키웠는데 스마트팜이라고 전자동 원격 온실을 짓고 오이를 키우는 시설을 새로 만들어 오이도 키우고 있었습니다. 함께 간 친구들과 지리산 가랴, 주변 관광지 보랴, 새벽에는 표고버섯과 오이 따고 밤에는 늦게까지 쑥떡을 만들어 먹느라 1박2일이 언제 지나갔는지 아쉬움도 많고 추억도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전라남도 구례를 다녀온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참여자 정진화, 진행 이진서 에디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