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이름의 길
2021.05.25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함경남도 함흥 열차방송원이었던 정진화 씨는 지금 남한에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워싱턴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는 소식. 지금부터 열차방송 시작합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정진화: 네, 오늘은 남한의 특별한 길 이름을 소개 하고자 합니다.
기자: 길 이름이 뭔가 다르다는 얘긴데요. 어떤 겁니까?
정진화: 네, 제가 며칠 전에 전라도에 다녀 왔는데 전라도 보성군에 유명한 소설가의 이름을 딴 길이 있는 겁니다. 한국에는 도로마다 푯말이 있는데 조정래 길이라는 겁니다. 가만히 보니까 한국에는 개인의 이름을 붙인 곳이 많은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그런 특별한 길 이름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기자: 탈북민들이 하는 말이 남한에 와서 처음에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왜냐하면 건물이 다 똑같이 생겨서 자기가 사는 아파트를 찾는 것이 힘들다. 이런 말을 많이 하던데요.
정진화: 네, 북한 같으면 아파트 건설사의 명칭이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삼성물산이 지었다면 삼성 아파트 또 현대 아파트 이런 식으로 이름이 다 있고 고층 건물도 거의 모습이 같다 보니까 그런 경우가 많을 겁니다.
기자: 정진화 씨 경우는 어땠습니까?
정진화: 저의 경우는 처음에 집 주소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는데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택시를 탔어요. 택시 기사님들은 주소만 주면 어디든 찾아가거든요. 그래서 저는 택시를 탔던 경험이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하는 특별한 길은 어떤 겁니까?
정진화: 네, 이번에 갔던 전라도 보성에는 소설가 조정래 길이 있었고요. 서울시 종로구에는 전국 노래자랑의 사회자 이름을 딴 송해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수원시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선수인 박지성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남 하동에는 이번에 미스터 트롯이라고 거기에서 5등을 한 정동원 군의 이름을 딴 정동원 길이 있어서 정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기자: 보통 동네 이름이나 길의 이름은 모든 사람이 기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가 힘들잖습니까? 그래서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으로 명명했는데 현존하는 분의 이름을 붙인 것은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정진화: 네, 저도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는가 알아봤더니 내 지역을 빛낸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붙인 겁니다. 북한은 세상에 없는 작고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데 한국은 살아있는 사람의 흉상도 세우고 많은 사람이 오가고 늘 보고 있는 도로에 박지성 길, 정동원 길 이렇게 크게 써놔서 특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자: 송해 선생님은 남한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연예인이라는 설명이 있는데요.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났죠.
정진화: 네, 북한이 고향입니다.
기자: 2019년 “송해야 고향 가자” 추석 특집방송 때 음성 잠시 들어보고 이야기 이어가죠.
송해 “ 지금이라도 (고향에) 가고 싶다는 것은 뭐냐 하면 (고향은) 다 변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 변한 것이라도 봐야죠. 변한 것이라도 보고 거기 있는 사람들한테 (가족이) 어디로 갔느냐 찾아는 가 봐야지. 우리 세대에 못 가면 다음이라도 좀 자유롭게 (북한에) 넘어가게 있는 힘을 다해서 깔아 놓읍시다.”
기자: 전국 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선생님은 북한에서도 공연을 해서 북한 분들도 많이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정진화: 맞습니다. 2010년도인가 8박 9일로 KBS에서 여러 배우들이 가서 평양 노래자랑을 했었어요. 그때 북한 아나운서 전성희 씨랑 송해 선생님이 같이 사회를 보면서 평양시민 노래자랑 공연을 했습니다. 제가 2002년에 한국에 왔을 때도 사회를 봤는데 북한에서의 공연 영상을 보면 좀 굳어진 인상이에요. 송해 선생님은 대본이 없이 하는데 북한 아나운서들은 대본이 없이 사회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 주민들이 인상이 무표정 하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기자: 서울시내 복판에 송해 선생님 이름의 길이 있다고요?
정진화: 송해 선생님이 50년 넘게 방송과 행사를 했는데 바로 종로구가 선생님이 활동을 했던 주무대라고 해요. 그래서 본인이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곳에 정자도 있고 송해 길 정자라고 써 놨고 지하철 역이 가까운데 거기에 흉상도 있어요.
기자: 보통 길 이름이 어떻게 붙여졌다. 이런 설명을 다 하고 있진 않잖아요?
정진화: 아니 있습니다. 이 길을 송해 길이라고 명명하게 된 설명이 돌판에 새겨져 있고 박지성 선수도 그렇고 워낙 유명 인사들인데 보성에 가서 본 조정래 길도 태백산맥 소설에 등장한 거리가 바로 조정래 길이라고 명명한 그 길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김일성처럼 우상화를 통하지 않았어도 작품이나 실제 활동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사람들이라 쉽게 사람들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생존하는 사람의 이름이 공공 도로에 붙여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닌데요. 반응은 어떤가요?
정진화: 가장 최근에 길이 정동원 길인데 경남 하동 군수님도 그렇고 정동원 길이라고 명명 하면서 우리 지역을 빛낸 인재다. 그 사람 한 한 명으로 해서 경남 하동이 알려지게 됐고 그 사람의 고향이라고 해서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려드는 거에요. 그러니까 지역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것은 어느 개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의 민심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효과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북한의 길 이름과 남한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정진화: 길이라고 하면 북한에서는 이 지역에서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길 입니다. 끝없이 이어진 길이라는 말을 하는데 북한에서는 솔직히 주소를 가지고 집을 찾고 목적지를 찾아 가는데 한국에서는 누구나 들어도 그런 길이 있어, 아니면 거기로 가면 어딜 갈 수 있어 이런 특별한 상징을 가지고 있어서 길은 같은데 의미는 좀 다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정리를 해주시죠.
정진화: 네, 북한에서는 개인의 이름을 딴 도로가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해봤습니다. 특히 북한에는 지도자의 우상화만 실현되는 사회다 보니까 각 곳에 가는 곳마다 동상도 있고 현지 교시판도 있고 하지만 길 이름은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내 고향을 빛내고 한국을 빛내줬다고 해서 그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하루에도 수 천명이 지나가는 길에 그 사람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을 보면 한국이야 말로 자유로운 곳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기자: 정진화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진화: 네. 고맙습니다.
북 열차방송원의 남한 이야기. 오늘은 남한의 특별한 길 이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고맙습니다.